개념미술(conceptual art), 작품은 카탈로그를 보충한다
 
개념미술(槪念美術)은 미니멀리즘 이후 대두된 현대미술의 한 경향이다. 언어, 사진, 설치 등을 매체로 완성된 작품자체보다 아이디어나 과정을 중요시한다. 개념미술은 좁게는 기호나 문자 등의 표현양식을 말하고, 넓게는 퍼포먼스나 비디오아트 같은 새로운 미술형태를 포괄한다.

존 발데사리, , 1972-73

개념미술은 1961년 헨리 플린트(Henry Flynt, 1940~)가 자신의 행위예술에 대해 언급하며 처음 사용했다.(문학비평용어사전, 2006) 그는“개념들은 언어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개념예술은 언어를 재료로 하는 예술형식이라 할 수 있다. ”언어를 회화형식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문자가 가지고 있는 기호성, 상징성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다.

​솔 르윗(Sol Le Witt, 1928~2007)은『개념미술에 관한 단평』(1967)에서 “개념미술은 생각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생각이 예술을 만든다.”작품을 제작할 때의 개념의 중요성을 밝히고 있다. 개념미술은 작품이 어떻게 개념과 관련되어 있는지에 대한 인식론적 사유를 강조하는 미술사조이다.

개념미술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지겔라우프의 전시이다. 그는 <1969년 1월 5-13일>이라는 전시에서 중요한 것은 카탈로그였다. 지겔라우프는 유인물에 “전시는 개념이 그 안에서 소통하는 카탈로그로 구성된다. 작품의 물리적인 현존은 카탈로그를 보충한다.”라고 말한다. 개념 미술은 작품자체보다는 작품에 대한 생각이나 개념을 중요하게 다룬다.

토니 고드프리는 레디메이드, 개입, 자료형식, 언어의 네 가지 특징으로 개념미술을 설명하고 있다. 기성제품을 작품화하는 레디메이드(ready-made). 이미지와 문자, 사물들을 길거리에 놓아 관심을 끌어내는 개입(intervention). 실제 작품과 개념, 사진 등을 제시하여 이루어지는 자료형식(documentation). 개념과 진술, 조사 등이 언어(language)의 형식으로 보여준다.

대표 작가로는 존 발데사리(John Baldessari, 1931~), 브루스 나우만(Bruce Nauman, 1941~), 조셉 코수스(Joseph Kosuth, 1945~),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1945~), 제니 홀저(Jenny Holzer, 1950~)등이 있다.

 

조셉 코수스, 생각으로 만드는 예술

조셉 코수스는 1945년 미국 오하이오주 털리도에서 태어났다. 그는 1955∼62년에는 털리도박물관 디자인스쿨에서 수학한다. 1963년 클리블랜드미술학교에 입학하고 이듬해 파리로 가서 유럽 여러 나라와 북아프리카를 여행한다. 1965∼67년까지 뉴욕 비주얼아트스쿨에서 공부한다. 1971∼72년 미국 뉴욕 뉴스쿨 대학에서 사회조사를 위한 철학과 인류학 공부를 한다. 이런 그의 학문과정이 개념미술 창작의 뿌리가 되고 있다.

1965년 뉴욕으로 이주하여 작품의 기본적 요소로 언어를 중시하는 작품을 발표한다. 1967년 노멀아트 미술관을 창립하여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개념미술 작업은 언어를 바탕으로 언어, 대상, 이미지 사이의 관계에 관한 방법론을 시도한다. 이러한 시도들은 75년 <열 번째 탐구>까지 지속되었다.

1975년 <열 번째 탐구>를 마지막으로 인류학적 차원으로 전환한다. 이러한 인류학 연구에서 비롯된 미술을 역사와 문화 등 사회적 현상들을 총체화 하려는 시도들이 후기 작업의 특징이다. 함부르크와 슈투트가르트 예술대학, 뮌헨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현재 런던과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논문 「철학 이후의 미술 Art After Philosophy」(1969)을 썼고, <하나인 세 개의 의자 One and three Chairs>(1965), <네온 전광 문자>(1966), <흑과 백 White and Black>(1966), <Zero and Not>(1986), <무제 Untitled>(1997)등의 작품이 있다.

 

하나인 세 개의 의자, 세 개의 개념적인 의자

조셉 코수스는 “모든 미술은 본질적으로 개념적이다. 왜냐하면 미술은 개념적으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개념미술을 가장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 조셉 코수스의 <하나인 세 개의 의자>이다. 의자를 찍은 사진, 실제 의자, 사전적 정의의 의자를 나란히 전시하였다. 이것은 인간의 인식 능력인 지각(실제 의자), 상상(사진의 이미지), 사유(의자에 대한 정의)를 한 화면에 보여주고 있다. 이는 사진과 사물, 글씨가 모두 하나의 의자라는 개념을 연상시킨다. 

조셉 코수스, <하나인 세 개의 의자>, 1965

인간이 사물을 인식하는 방법을 한 화면에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알고 있는 ‘의자’란 무엇인지를 질문하고 있다.  텍스트를 작품 구성요소로 도입함으로써 이미지와 텍스트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형성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개념미술은 관념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언어를 주요 매체로 사용한다. 개념미술이 우리들에게 던져주고 있는 화두는 미술에서의 재료가 한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느낄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모든 감각을 총체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로 개념미술이다. 조셉 코수스는 작품을 통해 빈곤, 인종차별, 외로움, 고독, 삶의 의미, 개인의 정체성 등에 관한 화두(話頭)를 던져준다.

<참고하면 좋을자료>

윌리엄 본 총편집, 신성림 역, 『화가로 보는 서양미술사』, 북로드, 2011
장 루이 프라델 저, 김소라 역, 『현대미술』, 생각의 나무, 2004
조광제 저, 『짧고 긴 서양미술탐사』, 삼성출판사, 2009
토니 고드프리 저, 전혜숙 역, 『개념미술』, 한길아트, 2002
폴 우드 저, 박신의 역, 『개념미술』, 열화당, 2003

김찬호 digitalfeel@hanmail.net

성균관대학교 철학박사(동양미학전공)

경희대교육대학원 서예문인화과정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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