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력에 기대어 성장한 시민운동가의 정치참여를 보고 느낀 참을수 없는 '식상함'

▲ 박종덕 본부장
안철수신드롬의 주인공이 20~30대인 이유?..."안철수는 이들에게 어떻게 투영되었나?"

안철수 신드롬을 만든 주인공은 20~30대 젊은 층이다.안철수 신드롬을 둘러싼 이면에는 그를 영웅으로 숭상하다시피한 젊은 20~30대가 있었다.

 대개가 20대 초반에서 대학졸업을 앞둔 대학생 그룹이다. 이들 대학생그룹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이다. 취업이든 창업이든 일자리에 온통 관심이 쏠려있다.

가장 치열하면서도 현실적인 고민에 부딪혀 있는 이들에게 안철수는 그가 과거에 겪은 취업과 창업이라는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성공'이라는  '카타르시즘' 을 선사해 준 것이다.

안철수가 박경철과 함께 전국을 돌며 청춘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젊은이들에게 취업이나 창업문제를 빼놓치 않고 언급한 이유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의사라는 직업을 박차고 창업이라는 대어를 낚은 안철수는 그를 흠모하는 20대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과연 안철수와 같이 성공할 수 있을까’ 라는 자기 앞날에 대한 회의감이 안철수의 '성공담' 얘기를 듣는 순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먹혔던 것이다.

창업과정에서 겪은 실패사례와 고충을 딛고 성공한 성공담이 무용담으로 엮어지면서, 취업고민에 휩싸여 있는 20대들에게 '영웅담' 으로 승화되었고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준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벤처기업을 창업해 이들 대기업과 싸워 승리한 젊은 벤처기업가의 '승리무용담' 에 모두가 감동한 것이다.

게다가 안철수의 이런 '성공담'은 그의 순진한 정치사회 의식과 잘 버물러지면서 하루가 멀다하며 정쟁에 몰두하는 여야 정치권 혹은 당내 정파싸움에 찌든 현실정치인들과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방송과 언론에 투영됐다.

정치인도 아닌 안철수가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돌자 갑자기 1순위로 급부상한 것은  안철수의 성공한 벤처기업가로서의 면모와 더불어 정치적으로는 때묻지 않은 이런 '순진한 정치의식' 이 대중들로부터 호응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순진한 정치의식' 역시 그야말로 기업가 입장에서 살펴본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한 것이다. 따라서 어느 특정정파를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입장이 아니었다. 혼자만의 치열한 고민보다는 오히려 객관적으로 문제있는 현상에 대해 솔직한 입장표명을 통해 "그건 좀 문제있는 게 아니겠는냐" 라며 진단하고 대중들과 호흡을 같이 해왔던 게 오히려 호응을 얻은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안철수의 순진한 정치의식'이 한국정치를 무너뜨렸다. 안철수 신드롬이 이렇게 퍼진 이유도 한국정치가 그만큼 순진치 못했다는 반증이다. 정치가 유권자들로부터 신망의 대상이 아닌 불신과 염증의 대상이 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치권력에 기대 성장해 온 시민운동가의 정치참여는 애초부터 예정된 수순

그런데 박원순은 다르다.

박원순은 시민사회운동가로서 좋든 싫든 정치권력의 혜택을 가장 누려온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과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당시 각종 시민운동이 절정기에 오를 때 그 역시 시민운동가로서 황금기를 구가했다.

사실 우리나라 시민운동은 80년대 운동권 진영이 소련 공산주의가 붕괴되자 민중혁명운동의 한계를 절감하고 현실 참여방법을 놓고 고민하던 운동권세력의 한 정파에 의해 태동됐다. 

당시 현실정치에 참여한 민중당 등의 직접적 정치참여세력과 달리 이들 세력은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보더는 사회경제정의실현 등을 목표로 경실련과 같은 시민단체를 만들어 시민운동을 통해 점진적 사회변화를 추구하기로 한 것이다.일종의 간접적인 정치 참여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 이후 생겨난 참여연대 등 각종 시민사회단체 역시 마찬가지로 때로는 현실을 인정하고 정부정책을 수용하면서도 때로는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이른바 '제도권내에서의 비판' 활동을 해오며 성장해왔고, 그 촛점은 대개 경제정의와 환경에 맞춰져 있었다.정부정책에 찬성했건 반대했건 당시 이들 시민단체의 신선함은 국민들의 호응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국가권력의 감시자가 아닌 대리자로 등장한 시민단체, 그들이 과연 정치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한때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받았던 시민단체가 이제는  '시민없는 시민단체', '그들만의 시민단체'로 전락했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7월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시대정신, 자유기업원이 공동주최한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불합리한 실태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엘리트주의, 수직적 관료문화, 투명하지 못한 내부운영 등 간부들의 도덕적 일탈로 시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를 보도한 언론보도를 인용하면 한국의 시민단체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한 편집위원은 좌편향 시민단체의 문제점에 대해 ▲폭력과 불법 ▲종북주의와 국가불신 ▲반기업, 반시장경제 ▲간부들의 도덕적 타락과 비리 ▲권력화 ▲사기적 운영 형태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또 좌파 시민단체 구성원들이 대기업 지원으로 해외연수의 혜택을 받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참여연대의 권력화를 비판했다. 일부 시민단체가 노무현 정권 등장과 함께 국가 권력을 견제·감시한다는 설립 취지를 버리고 스스로 국가권력의 대리자로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가 권력화된 원인에 대해서는 '민중주의적 이데올로기', '김대중·노무현 정권시 좌파노선의 부상', '자정능력 상실', '시민사회를 정치세력화 장으로 이해' 등으로 분석했다.

그는 "참여연대 권력화를 통해 우리 시민사회가 이념대립 속에 종속돼 왔고 이런 가운데 시민이 아닌 민중의 정치세력화가 지배이념으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그 결과 시민 없는 시민사회가 초래됐고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시민사회 출연이 요원하게 됐다"고 전망했다.

그는 바람직한 시민사회를 위한 방안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 유지라는 시민사회 개념 재정립 ▲시민사회에 대한 교육과 헌정질서 확립 ▲'민주당+좌파 Vs. 한나라당+우파'에서 '시민사회 Vs. 행정·입법·사법부'로의 구도 재편 ▲정파를 초월한 시민사회 활동 등을 제시했다.

당시 토론자로 나선 조희문 인하대 교수는 "국내 시민단체들의 상당수는 활동목표가 무엇인지 혼란스럽다"며 특히 "좌파이념을 추종하는 단체들이 보이는 행태는 주장을 넘어 실행의 전위 역할을 하는 사례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문화예술분야 시민단체와 관련, "겉으로 보기에는 소프트(soft)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치세력화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한미FTA,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시위에 참여한 영화단체들의 수가 훨씬 더 많았다고 비판했다.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정책위원도 "최근 (시민단체 활동 중)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천안함 사건이었다"며 "그들은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조작설을 제기했다"라고 말했다.

최 위원은 그 원인에 대해 "중심세력이 386세대라는 생태적인 한계"라고 지적했고, "2000년도 (남북정상회담 개최) 이후 상황적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의 창업과 박원순의 창업이 다른 이유?

안철수와 박원순을 비교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차이점은 안철수가 창업한 벤처기업과  박원순이 결성한 시민단체의 수입구조이다.

안철수가 창업한 기업의 매출은 내생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만, 박원순 시민단체의 수입은 회비나 후원금 등 외생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내생적요인은 주로 기술혁신, 신제품 개발, 신시장개척 등을 의미하며 매출은 주로 기업자체 내부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성장은 이런 내부적활동에 얼마나 충실히 했느냐에 기인한다.물론 대기업과의 외부 관계설정도 중요하지만 이는 부차적인 문제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사회운동 프로젝트를 내걸고 외부로부터 특히 기업들로부터, 후원금을 각출한다. 자체내부의 역량보다는 외부의 후원성향이 강한 기업들의 후원이나 소비촉진을 통해 수입(收入)을 유발시킨다. 

결론적으로 적어도 돈 문제에 관해선 안철수가 생산적인 일에 종사해 왔다면 박원순은 전혀 그렇치 못한 비생산적인 분야에 종사해오면서 기업들의 후원을 통해 성장해왔다.

토론회 당시 한 편집위원은 김용태 국회의원실 자료를 인용,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총괄이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이 대기업 이사를 겸임해 월 수백만 원을 수령하는 도덕적 타락 행위를 예를 들어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박원순은 후원금에 의존해 살아가는 기성 정치권과 그 생존구조가 사실상 같기 때문에 현실정치권을 비판할 여지도 없고 한통속이나 다름없다.

박원순의 '식상함'은 그 스스로가 기존 정치권과 다를 바 없는 처신을 해왔기 때문 

문제는 시민단체의 수입구조가 불확실한 외생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데  있다. 여기서 외생적변수의 핵심은 정치권력환경을 의미한다.

즉, 시민단체가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충당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변수는 다름아닌  해당시민단체의 정체성과 정치권력의 관계라는 점이다.

정치권력이 시민단체와 우호적인 관계이면 후원금이나 회비의 거출율은 시민단체의 성장과 정비례한다.정치권력이 바뀌어 해당 시민단체와 이해관계가 달라지면 그 모든 것이 반비례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시절 시민단체는 자체 회비외에도  기업들로부터 각종 후원금이 몰렸다. 권력에 맞선다고 했지만 정작 권력으로부터  '암묵적호의' 를 받아 후원금이 상당히 몰릴 때도 있었다.

그 때와 달리 지금 이명박 정부와 박원순의 시민단체와의 관계는 그야말로 팍팍하다.과거 정치권력과의 '적과의 동침' 관계를 통해 성장해 온 시민사회단체가 현 정부에선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고 이제는 버티는 것조차 쉽지 않다.

시민사회운동에 한참 나서야 할 박원순이 서울이 아니라 산에 가 있었던 이유도 아마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이럴때 시민사회운동가는 정치를 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아마도 그 이전 정부 같으면 굳이 출마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긴박해진 것이다.

그 동안의 시민사회 운동을 통해 쌓은 명망이 정치참여를 통해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란 '욕구'도 작용했다.

그런 차원에서 안철수와 달리 정치권력에 기대어 반 평생을 시민운동가로 살아온 박원순의 정치참여는 애초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 

따라서 박원순은 안철수와 달리 젊은이들에게 속이 훤히 보이는 '정치지망생' 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안철수의 지지율이 박원순에게 그대로 넘어갈 것이라는 예측이 선거가 본격화되면 오판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