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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호의 그림마실7, -추상주의, 칸딘스키-

추상주의(abstractionism), 사물의 해체와 응축(凝縮)
 
추상(抽象 abstract)이란 말은 라틴어 abs-trahere에서 유래된 말로 어떤 대상에서 핵심을 추출하여 요약하고 응축시킨다는 뜻이다. 추상이란 구상의 반대개념으로 볼 수도 있으며 구상의 형태에 의한 작품인식이 아닌 기본적 조형요소에 의한 심상을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추상미술(abstract art)은 구체적인 형태를 배제하고 선·색·형 등의 요소와 리듬·통일·균형 등의 원리로 표현되는 미술형식이다.

추상미술은 첫째, 구체적인 사물의 형상을 생략, 단순화, 변형시켜 상징화 한다. 고대 암각화와 빗살무늬 토기에 등장하는 추상적인 문양에서 볼 수 있듯이 동물이나 식물 등 사물의 형상을 선이나 원으로 축약하여 압축적으로 보여주는데서 알 수 있다.

둘째, 형태로 나타낼 수 없는 것을 표현하거나, 감정, 느낌, 생각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표현한다.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대상을 그린 그림으로 천사나 환상적인 풍경 등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화를 추상화라고 불렀다.

20세기 추상미술은 비대상성(非對象性), 비구상성(非具象性), 비재현성(非再現性)을 드러내며 구체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사실적 묘사를 배제한 것을 말한다. 추상미술은 1910년 전후 칸딘스키와 몬드리안 등 탈자연주의 시도와 화가 말레비치(1878~1935) 등의 절대주의(Suprematism) 작품이 제작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추상미술은 대상의 재현에서 벗어나 비구상적 형태, 선명한 색채로 표현한 서정적 추상(뜨거운 추상)과, 그리고 선과 면의 기하학적 요소를 면의 분할, 색채의 조화를 표현하는 기하학적 추상(차가운 추상)으로 나눈다. 대표 작가로는 뜨거운 추상의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 차가운 추상의 네덜란드의 피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1872~1944)과 두스 부르흐(1883~1931)등이 있다.

칸딘스키, 거꾸로 놓인 내 그림

칸딘스키는 음악적 리듬을 그림으로 그린 20세기 추상미술을 실현한 작가이다. 그는 1866년 모스크바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피아노와 첼로와 소묘를 배우며 성장한다. 1886년 모스크바대학에서 법학과 경제학을 공부해 법학도로서 장래가 보장되었지만 렘브란트(1606~1669) 그림과, 1895년 모스크바에서 프랑스 인상파 화가 모네(1840~1926)의 <건초더미>에 감명을 받고 화가가 될 결심을 한다.

칸딘스키는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독일(뮌헨시기,1896~1914)로 떠난다. 그는 뮌헨에서 슈트크(Franz Von Stuck 1863~1928)로부터 그림공부를 시작한다. 1902년 베를린 분리파전에 참여하면서부터 본격적인 화가활동을 시작한다. 처음에 칸딘스키는 풍경화를 즐겨 그렸으나 1908년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그림에서 추상적 표현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어느 날 해질 무렵 스케치를 하고 돌아와 생각에 잠긴 채 화실 문을 연 순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림을 마주하게 되었다.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아볼 수 없었고 화면 전체가 불타는 듯 밝은 색채들의 반점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보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바로 이젤 위에 거꾸로 놓인 내 그림이었다.”

자기 작품이 뒤집힌 것을 안 순간 색채의 빛만이 전달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 수 없는데서 아름다움을 느낀 것이다. 이후 칸딘스키는 자연과 사물의 모습을 조금씩 지워나가면서 추상의 세계로 나아가게 된다. 대상을 묘사하지 않고 점·선·면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칸딘스키, <무제>, 49.6x64.8cm, 1910

1910년 최초의 추상적 수채화인 <무제>를 발표 후 추상화 작업에 몰두한다. <무제>는 대상적 요소를 배제한 울림과 강렬한 리듬과 색채를 통해 본격적인 추상으로 이행한다.

1911년 프란츠 마르크(Franz Marc, 1880~1916)와 함께 뮌헨에서 예술가 집단인‘청기사(靑騎士)’를 조직하고 추상미술의 선구자가 되었다. 1912년 회화론인 『예술에 있어서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를 집필한다. 뮌헨시기의 작품의 특징은 대상적인 회화에서 비대상적인 회화로의 전환을 맞는다.

칸딘스키는 1914년 독일에서 러시아(러시아시기, 1914~1921)로 돌아와 가보(Naum Gabo 1890~1977), 페브스너(Antoine Pevsner 1886~1962)와의 교류를 통해 구축(構築)적, 기하학적 요소가 작품 속에 드러난다. 다시  독일(바우하우스시기,1922~1933)로 이주하여 바우하우스 교수로 초빙되고, 1926년 『점·선·면』을 출간한다.

프랑스(파리시기, 1903~1944) 파리로 이주하여 1939년 프랑스시민권을 획득하고, 1944년 12월 13일 파리에서 세상을 떠난다. 이 시기 작품의 특징은 뮌헨시기 나타났던 서정적 경향과 러시아, 바우하우스시기에 보여준 기하학적 경향이 융합되어 보여준다.

반주가 딸린 중심, 선과 색의 음악적 선율

<반주(伴奏)가 딸린 중심 Mitte Mit Begleitung>(1937)은 말년 파리시기(1903~1944) 작품으로 서정적, 기하학적 경향이 종합적으로 드러난다. 반주는 음악에서 주선율을 화성적으로 뒷받침해주는 부분이다. 이 작품의 중심부가 주선율이라고 하면 주변부는 반주와 같다. 주선율과 반주가 하모니를 이루고 있으며 한 곡조의 음악을 듣고 있는 듯하다.

칸딘스키, <반주가 딸린 중심>, 캔버스에 유채, 114x146cm, 1937

<반주가 딸린 중심>의 특징은 옅은 노랑으로 바탕을 구성하고 유기적인 느낌의 점, 선, 면의 기하학적 문양들이 자유롭게 위치하고 있으며 선과 면의 요소를 조화롭게 배치하여 전체적으로 안정된 느낌을 준다.

칸딘스키의 작품은 내면의 움직임을 자유로운 형태와 색채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대상을 화풍에 어떻게 재현하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대상에서 느낀 내적 감정을 보는 사람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모색하고 고뇌하면서 전통 기법을 뛰어넘어 점·선·면·형·색등의 요소들로 개성적인 그림을 그렸다.

추상미술은 자연물을 대상으로 삼지 않으므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칸딘스키는 음악은 소리의 묶음이고, 그림은 선과 색의 묶음이라는 생각을 갖고 그림 속에 드러난 구체적 형상을 제거하면 그림은 선과 색의 어울림만 남게 되어 그것만으로 새로운 감흥을 얻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러한 추상성이 고조되어 나타난 것이 1940~5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와 유럽의 엥포르멜(informel)이다.

<참고하면 좋을자료>

칸딘스키, 권영필 역, 『예술에 있어서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열화당, 1981
칸딘스키, 차봉희 역, 『점·선·면』, 열화당, 1993
멜 구딩, 정무정역, 『추상미술』, 열화당, 2003
윌리엄 본 총편집, 신성림 역, 『화가로 보는 서양미술사』, 북로드, 2011]

성균관대학교 철학박사(동양미학전공)

경희대교육대학원 서예문인화과정 주임교수

 

 

김찬호  digitalfe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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