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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호의 그림마실(1) -야수주의, 마티스-

야수주의(Fauvism), 느낌을 표현하다

야수주의에서 포브(Fauv)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야수(野獸)또는 야만인이라는 뜻이다. 1901년 고흐 전시와 모로의 자유로운 그림교육이 야수주의 운동의 계기가 되었다.

또한 1905년 <살롱 도톤>에 출품된 ‘새로운 표현’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전시하던 중, 거친 그림들과 같이 전시된 전통 조각 작품과 비교해 비평가 루이 보셀이 “야수들에 둘러싸인 도나텔로”라고 평한데서 생겨났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어느 특정인에 의해 형성되었다기보다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운동이다.

야수주의 회화 특징은 세잔의 입체주의 구성법과 후기 인상파의 색채표현 방법은 야수주의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었다. 마티스는 1905년 원근법과 같은 전통적인 공간개념을 파괴하고 대상을 생략하고 암시적으로 표현한다.

인상주의의 빛에 의한 명암법을 거부하고 순색(純色)을 구사하고 빨강·노랑·초록·파랑 등의 원색을 굵은 필촉을 사용하여 병렬적으로 화면에 펼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마티스(1869-1954), 블라맹크(1876-1958), 드랭(1880-1954), 뒤피(1877-1953)등이 있다.

마티스, 색채의 언어로 말하다

야수파의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는 입체파 피카소와 20세기 현대서양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작가이다. 마티스는 법조의 길을 포기하고, 1890년 21살 때 맹장염으로 입원한 병실 옆 침대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환자를 만나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1892년 모로의 지도 아래 색채화가로서의 천부적 재질을 보인다.

스승 구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1, 826-1898)는 말한다. “하나의 사물에 충분히 집중하라. 색채를 생각하고 그에 대해 상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상상력이 없으면 결코 아름다운 색채를 낼 수 없다. 색채는 생각하고, 꿈꾸고, 상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말은 낭만주의 들라쿠르아(1798-1863)에서 야수주의에 이르는 프랑스 근대회화의 핵심적인 색채관이었으며 마티스도 이러한 색채관을 받아들여 독자적인 세계를 모색해 나간다.

마티스, <붉은색의 조화Harmony in red>, 180x220cm, 1908

이후 1904년 신인상주의 화가 폴 시냐크(1863-1935), 크로스와 함께 상트로페에 머물면서 신인상파풍을 받아들였다. 이 새로운 교우관계가 이듬해에 시작된 야수파(포비즘) 운동의 강렬한 색채로 나타나게 된다. 마티스는 대부분 대상을 파악하고 그것을 강렬한 색채, 강한 터치로 변형(Deformation), 단순화(Simplification)를 표현하여 개성이 뚜렷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대표작으로는 <마티스 부인의 초상>(1905), <붉은 색의 조화Harmony in red>(1908), 등이 있다.

1940년대 이후 관절염으로 건강이 악화되어 붓을 들 수 없자 종이에 색을 칠하고 잘라서 오려 붙이는 컷아웃 콜라주 작업을 시작한다. 컷아웃 콜라주는 가위나 칼 등을 이용하여 잘나낸 조각이나, 잘나내고 남은 면을 조형원리에 따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작으로는 <바다 생물들>(1950), <왕의 슬픔>(1952), <달팽이>(1953), 등이 있다. <달팽이>는 1954년 세상 떠나기 1년 전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원숙함과 느림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걸으면서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달팽이, 색종이에 피어나다.

달팽이는 연체동물로 와우(蝸牛)라 불린다. 도형심리학에서 원, 삼각형, 사각형, 나선형이 근간이 되며, 달팽이는 도형 심리학에서 나선형에 해당된다. 나선형은 자연 현상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형태로 회오리바람, 덩굴식물, 달팽이, 소라, 눈바람, 달의 운행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처럼 나선형은 확산과 수축이라는 운동성을 가지고 있다.

안에서 밖으로 나가면서 시계방향으로 감아 돌아가는 나선형은 삶에서의 발전, 미래, 전진을 의미한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퍼져 나가는 나선형은 회귀의 의미를 담고 있다.

마티스,<달팽이>, 287x288cm, 종이콜라주, 1953

마티스의 작품 <달팽이>는 순수한 색과 형을 기반으로 율동성, 단순성, 장식성을 잘 보여주는 컷아웃 콜라주 작품으로 자유로운 감각과 뛰어난 색채감을 보여주고 있다. 스승 모로는 “너는 회화를 단순화하는데 천재로구나”라고 말했다. 그는 대상을 단순하게 응축하는 감각을 가지고 있다.

작품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달팽이의 형상의 단순화와 반복적인 배열로 인한 연속성을 보여주면서 색채의 대비효과에 의한 율동성을 보여준다. 둘째, 말하고자 하는 도형의 반복과 파악할 수 없을 만큼의 단순성을 보여준다. 셋째, 강한 색채대비에 의한 장식성을 보여준다. 

마티스 작품 <달팽이> 에 대해 “나는 달팽이로부터 자연을 끌어내고자 했다. 그리고 나선(shell)이 떠올랐다.” 그가 보고 느꼈던 자연의 풍광이 나선형의 달팽이 껍질에 드러난다. 이렇듯 마티스는 자연과 동화되어 사는 달팽이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달팽이는 1999년 이탈리아 소도시 오르비에토에서 슬로푸드 먹기와 느리게 살기를 표방하며 시작된 ‘치타슬로(citta slow)’ 즉 ‘슬로시티(slow city)’ 운동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 전통 한복의 불편함, 된장과 같은 발효음식에서 느림의 현상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근대화과정을 겪으면서 숨 가쁘게 살아왔다.

이제 삶의 여유를 찾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 올레길과 둘레길에서 느림의 움직임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달팽이와 사람이 같이 살며 상생하는 것이 진정한 공동체이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삶이다. 마티스의 <달팽이>는 현대의 삶에 자연과 상생하는 느림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참고하면 좋을자료>
사이토 다카시, 홍성민 역, 『명화를 결정짓는 다섯 가지 힘』, 뜨인돌, 2010
윌리엄 본 총편집, 신성림 역, 『화가로 보는 서양미술사』, 북로드, 2011
오광수·박서보, 『앙리 마티스』, 재원, 2004

성균관대학교 철학박사(동양미학전공)
경희대교육대학원 서예문인화과정 주임교수

김찬호  digitalfe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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