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여중의 통폐합 문제가 학교 측의 반대와 교육 당국의 미온적 대응으로 총체적 난국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함평여중 통폐합은 소규모 학교의 적정 규모화를 통한 교육 정상화와 학습권 보장, 학교 교육력 강화를 위해 진행 중이다.

교육청의 적정 규모 학교 육성 추진 계획에 따라 추진 중인 이 사업에 대한 학부모들의 의견은 찬성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함평여중 통폐합 건은 공론화 과정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학교 측의 반대와 교육청의 미온적 대응으로 공회전 중이다.

특히 학부형과 학교 측의 대립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을 때 행정 지시와 규제·중재의 역할을 해야 할 교육청은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짐만 지워주고 있다.

함평교육청의 '나 몰라라' 행보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학교 현장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적극적 접근은 포기하고 논란에 대한 대응을 '변호사 자문' 권고 정도에 그쳤다. 상급기관의 무능과 직무태만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함평중학교와 함평여자중학교가 통합돼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의견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학부모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부모 144명 중 122명이 찬성했고 반대는 3명이다. 학부모회는 이 결과를 전남교육청에 제출한 후 교육청의 해석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나 학교 측의 대응은 상식 이하 수준이다. 학부모들의 움직임에 '맞불' 수준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학교 측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찬성 90 반대 13명으로 통합 찬성의견이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함평여중에서는 등기소포로 제출된 43명의 찬성 설문지를 인정할 수 없다며 논란의 불을 지폈다.

학교 측은 학부모 한사람이 취합해서 보낸 43명 분의 설문지는 절차상 적법하지 않다며 무효 처리하고 '조사에 대한 응답이 과반에 미달됐다'며 '통폐합 추진에 대한 학부모 의사는 부결됐다'고 발표했다.

함평여중은 통폐합 부결 결론을 내린 자문 변호사에 대한 일체의 정보를 숨기고 있다. 변호사의 이름 사무실을 공개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민원 처리 사항에 대한 구체적 내용도 감추고 있다.

학교 측은 문서를 통해 '적법한 응답자는 학부모 총 144명 중 과반수에 미달했고 결국 응답자의 찬반 여부를 떠나 통폐합 추진에 관한 학부모 의사는 부결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로 마무리했다. 자문변호사 이름과 민원처리 내용은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밝힐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것이다.

공적 업무를 수행한 자문변호사의 이름 정도를 밝히는 것이 개인정보 보호법에 저촉된다는 학교 측의 답변은 본질을 벗어난 비겁한 몽니로 보인다.

'개인정보'는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이며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

학교 측의 설명을 해석한다면 '학부모들이 자문변호사의 이름을 알아내 감시·추적 등 폐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공개를 못하겠다'는 것이데, 이는 학부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빈축을 사고 있다.

함평여중 통폐합과 관련된 일련의 상황은 개인정보 보다는 공익적 판단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것이 여론의 중론이다.

이 사건은 자문변호사 개인에 관한 정보가 보호돼 확보되는 이익보다는 공개에 의해 확보되는 보편적 공공의 이익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학부모와 학교 측의 대립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을 때 행정 지시와 중재의 역할을 포기한 함평교육청의 직무 방기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학교 현장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적극적 접근은 포기하고 논란을 '변호사 자문' 권고 정도에 그친 것에 대한 질책도 동반하고 있다.

함평교육청은 개인 정보 보호를 빙자한 의혹과 대립이 정점에 치닫고 있는 시기에 변곡점의 역할조차 포기해 버렸다.

함평교육청은 등기 소포로 제출된 43명의 찬성 설문지를 인정할 수 없다는 함평여중의 질의에 대해 '판단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바 변호사 자문을 들어 처리하고 또 등기소포로 보내온 응답지 43부의 효력에 대해서는 민원처리 규정에 의한 처리를 하라'고 답변했다.

의견의 대립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을 때 행정 지도와 중재의 역할을 포기해 버린 것이다.

다만 강대영 함평 교육장과 행정지원 과장은 등기소포 43부의 설문지는 효력을 가지고 있어 찬성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함평여중의 교육청 답변 공문을 왜곡한 행위에 대해 행정지도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논란이 정점을 찍고 있음에도 교육청은 단 한 번도 공론의 장을 마련하지 않았다. 지역주민과 학부모·학생, 교육전문가 등이 포함된 공청회조차 개최한 바 없다. 이와 더불어 문제 해결을 위한 향후 제안도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함평여중 일부 교사들의 조직적 반대 움직임이 포착됐다. 함평여중 관계자는 "우리는 절차와 공문에 의해서 일을 진행했고 (통폐합 추진에 관한 학부모 의사 부결은) 종결된 사항이다, 적정 규모 학교 육성 추진 계획 공문은 해마다 의례적인 교육부 지침에 의한 공문"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이어 "(통폐합 문제는)절차에 의해 중립적 입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추후 입장을 따로 밝힐 것이다.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 어처구니 없는 피켓이 교장실에서 발견돼 일부 교사들이 함평여중 통폐합을 조직적으로 반대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함평여중 교장실에서 '학교통합 일 뺏는 장만채' '숨죽여 눈물짓는 노동자들' 이라는 피켓이 학부모에 의해 발견된 것.

학교 측은 "농민회에서 제작해 갖다 놓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을 상실한 급조된 변명으로 읽힌다.

여기 더해 함평여중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통합하면 교육 과정이 틀려 고등학교에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는 상식과 동떨어진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학교별 자율적이고 차별화된 학습 지도를 포기한 공교육 철밥통의 한심한 자기고백으로 보여진다. 현실이 '스승 상실 시대' 라지만 교육 현장에 이런 사람이 남아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곱씹어 볼 일이다.

한 학부모가 장만채 교육감에게 제출한 탄원서가 울림을 주고 있다.

그는 "2012년 함평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통합이 거론되고 열악한 교육환경과 낡고 노후화된 학교에서 수업하는 아이들을 위해 새 학교가 지어진다고 했을 때 아주 감사했다"고 상기했다.

이어 "그러나 새 학교 건물이 올라갈 즈음에 함평여중은 통합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며 "저희 학부모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다"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탄원서에서 함평여중 통폐합 문제에 외부세력이 관여하고 있다며 강력한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왜 우리 학교 통폐합 문제를 일부 전교조와 농민회에서 참견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권리를 왜 그런 사람들이 쥐고 흔드는지 모르겠다" 고 통탄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의 간절한 마음을 모아 의견을 제출한다. 부디 저희 마음을 받아들여 진심을 헤아려 주시고 좋은 환경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아 가치 있고 마음 따뜻한 어른으로 자라 행복한 학창시절을 추억하게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전했다.

의견취합과 설명회, 공청회 등 공론화 절차가 철저히 배제된 함평여중 통폐합 사업의 키를 장만채 교육감이 잡아주길 기대하는 학부모들의 절실한 마음이 전해지고 있다.

함평여중 통폐합 문제가 사회적 갈등 양상까지 유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감과 교육당국의 책임있는 노력과 행보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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