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잔디운동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특정제품을 염두에 두고 지침을 무시하고 분할 수의 계약하는 등 비위 사실이 무더기 드러났는데도 교육청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해당 교장은 비위 사실이 드러나자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전남도교육청은 곧바로 승인했다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비위 사실 통보를 받고 명퇴를 취소하는 등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교육계 안팎에서는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이런 교장이 있냐는 반응이다.

3일 전남도교육청과 무안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무안 모 초등학교 2015년 당시 최○○ 교장은 같은 해 잔디운동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특정업체에 일감을 주기위해 분할(쪼개기) 발주하는 등 비위 사실이 무더기 적발됐다.

정년퇴직을 1년 남겨둔 최 교장은 이 같은 비위 사실이 발각되자 지난해 6월 29일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전남도교육청은 한 달 안에 명퇴를 승인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는 최 교장의 비위에 대해 민원이 접수돼 조사를 실시했고, 최 교장은 노골적으로 “특정업체 제품이 좋다”는 등 교장의 지위를 이용해 교직원과 물품선정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익위는 지난해 8월 6일 “최 교장은 8월 말 명예퇴직이 확정된 자라며, 최 교장의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사항을 조목조목 명시해 퇴직 전까지 신속히 처리하라고 전남 무안교육지원청에 통보했다. 이에 최 교장의 명퇴 승인이 취소됐다.

무안교육지원청은 최 교장의 비위 사실을 검토해 지난해 8월 11일 전남도교육청에 중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중징계하지 않고 경징계 중 가장 낮은 견책으로 마무리했다.

최 교장은 견책이라는 징계결과 통보를 받고 사표를 제출하고 지난해 9월 21일 사표가 처리돼 자유스럽게 퇴직했다.

최 교장은 2015년 11월 17일 물품구매선정위원회에 참석해 “충진재는 A 제품을 선정해달라”, “A 제품이 좋다”, “친환경 제품은 아니지만 인체에 해롭지 않아 친환경 제품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라는 등의 발언을 했고, 결국 A 제품이 선정됐다.

최 교장은 방과후학교 바이올린 학습반 27명이 쓰고도 남는 바이올린 37대가 학교에 이미 있는데도, 특정업체에서 11대를 추가로 구입했다가 적발됐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차량을 학교 통합버스 주차장에 주차하다가 실수로 통학차량을 파손시킨 뒤 수리비 50만원을 학교예산으로 처리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국민의 혈세를 특정업체에 밀어주기 위해 전남도교육청의 지침을 무시하고, 자신의 차량 접촉 사고 수리비를 학교예산으로 집행한 교장을 솜방망이 처벌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최 교장은 전임지에서도 이런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며 “이런 봐주기 처벌이 전남교육의 청렴도를 후퇴시킨 결과”라고 지적했다.

최 전 교장은 해명을 듣기 위해 취재기자가 전화했으나 통화를 거부했다.

한편, 이 학교는 무안군에서 2015년 잔디운동장 조성공사 지원금 3억 5000만원을 지원받아 잔디운동장 조성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시설공사 소액수의 견적 수의계약 1억 4000만원, 인조잔디(입찰) 5200만원, 충진재(수의계약) 4200만원, 우레탄트렉(입찰) 8000만원 등으로 분할 계약했다.

학교잔디운동장은 부실시공 등으로 준공검사에서 재시공 명령이 떨어졌으며, 현재까지 재시공은 이뤄지지 않고 업체와 교육청 간 소송 중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