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분배와 복지에 대한 해법은 과연 있는가?

 

▲ 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 글로벌 경제위기와 한반도 위기

세계는 현재 역사적 전환점에 놓여 있다. 2001년 「9·11」테러사건과 2008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의 정치·군사적 질서와 경제 패러다임에 일대 변혁을 야기시키고 있다.

상기의 테러사건에 대한 응징으로서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2003)하였고, 아프가니스탄 전쟁(2001~현재)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 전쟁의 포성은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다.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는 실물부문의 경기침체를 수반하고 있으며 그 ‘회오리 바람’은 유럽에서 거세게 불고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물가 · 고용 · 생산 · 부동산 등의 실물경제 부문의 경제지표를 모두 악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유로존 공통채권(유로본드) 도입의 가능성도 독일의 완강한 거부로 인해 매우 낮다. 따라서 유럽의 재정위기 도미노(그리스에서 이탈리아 등으로) 현상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S&P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조정 발표(2011. 08. 05)에 따라 미국발(發) 경제위기는 이젠 ‘부메랑’이 되어 미국 사회를 휩쓸고 있다. 그러나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의 「자본주의 : 러브 스토리」(Capitalism : A Love Story, 2009)는 아무리 외쳐도 메아리가 없다. 자유주의 신봉자인 프리드만(Milton Friedman)과 케인지언의 거두인 토빈(James Tobin)이 천국(天國)에서 만나 모두 노벨 경제학상 수상 메달을 들고 아무리 격론을 벌여도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퍼거슨(Niall Ferguson)과 크루그먼(Paul Krugman)이 언론에서 격론을 벌여도 수많은 금융기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각종 파생상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실업률과 물가는 치솟고 있다.

실로,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교수의 「끝나지 않은 추락」(Freefall : Free Markets, and the Sinking of the World Economy, 2010)은 전율과 함께 신음을 토하게 한다. 저자는 일찍이 「경제이론의 제2위기」(The 2nd Crisis of Economic Theory, 1971)를 지적 및 호소한 로빈슨(Joan Robinson, 1903~1983) 교수가 마냥 그립고 존경스럽다.

아무튼, 과거 세계 대공황(1929~1939)이 결국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을 유발시켰듯이, 글로벌 경제위기가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을 더욱 심화시켜 한반도가 애꿎게 ‘태풍의 눈’이 되지 않기를 저자는 간절히 소망한다. 세계 경제사를 보면, 한국전쟁(1950~19553) 당시가 미국 경제가 최고의 호황을 누렸고 일본경제가 부활되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없기를 바란다.

이러한 전환기적 상황에서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한국의 선택’은 대외정세 변화추세를 감안하지 않고서는 ‘우물 안 개구리’가 손바닥만한 하늘을 쳐다보는 것과 같다. 가장 최근의 한반도 정세를 개관해 보면 2011년 7월 이후 급변하고 있다. 최근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아세안안보협력포럼(ARF)을 통해 남북 6자회담 대표들이 회동하였고 남북 외무장관들이 비공식적으로 접촉하였으며, 그 직후 북한 외무성 김계관 제1부상이 전격적으로 미국을 방문해 스티븐 보즈워스 특사와 접촉하였다.

이어서 2011년 8월 20~21일 김정일과 메드베데프의 북·러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그들의 회담 내용은 북한의 심각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러시아의 아시아·태평양 진출 교두보 확보를 위해 북한 영토에 러시아 천연가스관을 부설하고 한반도 종단철도(TKR) 및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美·日·中·러의 세계 강대국들로 둘러싸인 한반도는 과거에도 그러하였듯이 현재나 미래에서도 강대국의 ‘거대 게임’(The Great Game) 무대일 수 밖에 없다. 16세기 임진왜란(1592~1598), 청·일(靑·日)전쟁(1894. 7~1895. 4) 및 러·일전쟁(1904. 2~1905. 9), 얄타회담(1945. 2)에 의한 국토분단(1945. 9. 8) 및 한국동란(1950. 6. 25~1953. 7. 27), 20세기 말 및 21세기 상반기에는 북한의 핵무기 무장과 함께 강성대국에의 진입, 중국의 패권회복과 나진항 중국군 주둔으로 인한 동진(東進), 일본의 탈미입아(脫美入亞)로 인한 미·일 조약의 동고, 러시아의 남진(南進), 미국경제의 쇠락과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에서의 군사 딜레마 등으로 한반도는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한·미 상호방위조약(1953. 10. 1), 미·일 방위조약(1978. 11 및 1979. 4), 미국의 대만관계법(1979. 4)과 북·중 우호조약(196. 7), 북·러 우호조약(2000. 2)이 ‘절묘한’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한반도를 ‘태풍의 눈’으로 하는 동북아의 ‘회오리 바람’은 현재까지는 구조화되어 있는 남방 3각관계와 북방 3각관계의 세력균형을 균열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2008년 8~9월,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 주변의 강대국인 미·일·중·러와의 정상회담을 통하여 소위 ‘실용주의적 4강 외교’를 전개하였다.

미국과는 21세기 ‘전략적 동맹 관계’를, 일본과는 ‘성숙한 동반자 관계’를, 중국과 러시아와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각각 맺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4강 외교를 황준헌(黃遵憲)의「조선책략」(朝鮮策略)에 비추어 보면, 친(親)중국과 연(聯)미국은 이루었으나, 결(結)일본은 이루면 안될 일이며, 황준헌(黃遵憲)의 ‘방(防)러시아’와는 반대로 ‘친(親) 혹은 연(聯)러시아’로 가고 있다(임양택 컬럼 : “청의 '조선책략'과 한국의 '4강외교'”, 조선일보, 2008. 10. 08).

저자는 오는 2012년을 민족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로 간주하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왜냐하면 2012년에는 한반도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술하면, 2012년은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서 모두 정권교체기이며, 북한에서는 고(故) 김일성 주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강성대국’(强盛大國)의 대문을 여는 것을 목표로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 천만다행으로, 미국이 한국에게 ‘전시작전통제권’을 이양하는 시기를 노무현 정부가 2012년 4월 17일로 확정하였으나 이명박 정부가 다시 2015년 12월 1일로 연장하였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부존자원이 빈약하고 국내시장이 협소하여 해외경제 의존도(즉,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와 일본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으며, ‘뜨거운 감자’인 북한을 머리 위에 얹고 있으며, 또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으로 인하여 미(美)·일(日)·중(中)·러의 패권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틈바구니 속에서, 한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혈로(血路)를 찾아야 하는 것이 한국인의 숙명이다. 글/ 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교수<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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