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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 해남에 사는 농부화가 김순복과 ‘예술의 진정성’박영자 우리신문 대표 “그녀가 살고 있는 해남은 복이다”
손은수 취재부장 | 승인 2017.05.14 20:05
땅끝 해남 군민화가, 농부화가 이자 농부시인 인 김순복 씨

땅끝 해남에 사는 농부화가 김순복.

그녀는 현재 해남군 현산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다.

아니 그녀는 농부시인이다.

-비오는 밤- 김순복

낮이면 들일에 부대끼고
밤이면 집안일에 부대끼며
텔레비전 연속극
배우 얼굴에 자식 얼굴 겹쳐보고
덩그러니 누운 밤
빗소리 방안에 들어옵니다.

함석지붕 두드리는 빗소리에
전화벨 소리 묻힐세라
귀 여겨 뒤척이는
어머니의 밤
꿈속에는 비 맞으며
밭 언저리를 걷습니다.

농촌의 실생활을 그대로 표현하며 예술로 승화시킨 그녀의 그림들

청주가 고향인 김순복씨는 겁도없이 사랑하나 믿고 해남으로 시집와 멋지고 듬직한 남편과 농사 지으며, 다섯 아이들을 키우며 농부의 삶을 살았고 남편이 세상을 먼저 떠난 뒤에도 농사일에 묻혀, 그렇게 농사일에 동분서주하는 사이 아이들이 어느새 커서 대학도 졸업하고 직장도 다니고 결혼도하고 그래서 그녀의 곁을 떠나고... 뒤 돌아보니 엄마노릇 잘한 것 같답니다.

그리고 마음에 간직한 꿈, 그 꿈은 그대로인데 이제 환갑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농부화가, 농부시인 김순복 씨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입버릇처럼 되 뇌이던 “나는 이 다음에 그림 그리는 할머니가 될 거야” 이제 그 약속을 실현해 가며 그림 그리고 시를 쓰면서 이제 당당한 땅끝 해남의 농부 예술가가 되어 있습니다.

씨앗봉지-김순복

귀에 대고 흔들어 보면
햇빛 부서지는 소리
바람 흩어지는 소리
농부의 땅에서 배추 무우 크는 소리

잘 가꿔진 채소가 그대로 밭에서
썩는 것을 보았다.
못 팔린 채 농부의 헛고생이 된
바보같은 채소들
씨았이라도 남겨라

흔들어 깨워 시작하려는
농부의 귀에 들린다
계절이 몰고 오는 바람소리
일하는 사람들의 말소리
희망하나로 버티어 온 마음에
일어난다
일어난다

그녀는 이처럼 농촌의 일상에 감상을 꾹 심어 이처럼 아름다운 글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번 그녀의 전시회 타이틀이 ‘농부화가 김순복의 순 진짜 참기름처럼 고소한 그림 전시회’다.

그녀의 그림 한장, 시 한편을 보면 평생을 농촌에서 부대끼지 않고서는 도저히 생산해 낼 수 없는 울림으로 보는 우리들의 마음에 큰 감흥을 주고 있다.

전시회를 둘러보며 작품을 감상하던 어느 촌로는 연신 “천재네 천재여”하며 작품속에 빠져든 것을 보며 주변에서도 “맞어, 너무 사실적이어, 내가 일하는 모습을 그대로 그린 것 같네”한다.

그녀의 이번 전시회는 5월 12일부터 29일까지 해남병원 행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라남도와 해남군에서 주최하고 해남우리신문과 행촌문화재단에서 주관한 이번 전시회는 ‘2017 풍류남도 아트프로젝트’ 두 번째 전시로 농부화가 김순복의 삶 자체를 알록달록 색연필로 그린 그림이다.

농부에게 농작물이 자식이고 보람이겠지만 2만 여평의 친환경 밭농사를 짓고 있는 김순복농부에게는 그림 그리는 일이 농사일로 고단한 육체적 정신적 고단함을 이기는 힘이 되었다고 한다..

농사일을 끝내고 파김치가 다 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도 딸이 보내준 알록달록해서 보기만 해도 예쁜 색연필만 봐도 기분이 좋았다.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어느새 몸과 마음의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고.

“여유가 생기면 그림 잘 그리는 화가 선생님에게 가서 그림 그리는 기초를 배워야지...”라고 속으로 다짐하면서 하루하루 한 장 한 장 그린 그림들이 100여점이 훌쩍 넘어갔고...처음엔 잡지에 나오는 사진과 그림들을 따라 그렸단다.

손자들을 위해 낱말 공부카드도 그림으로 만들어 보고, 오래전 할머니에게서 들은 옛이야기를 그려보기도 하고, 마을 아짐들이 보기 좋다고 갖고 싶다고 하면 인심 좋게 주기도 하고.

농부화가 김순복은 해남에서 유명한 단호박 양파 파 농사를 짓는다. 친환경으로 대규모 밭농사를 한다. 농사는 때가 있어서 아무리 씩씩해도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다. 동네 아짐들과 식구처럼 함께 농사일을 해야만 한다.

그렇게 하루 종일 붙어 함께 일하는 동네 아짐들이 밤이면 어느새 그림 속으로 들어와 일도하고 낮잠도 자고 진한 농담에 수다를 떨고 있다.

웃고 노래하고 춤춘다. 알록달록 색연필 그림 속에 해남 현산면 향교리길 꽃무늬 가득한 몸빼 바지 입은 할매들이 살고 있다.

봄 꽃핀 날 파종하는 그림은 꿀맛 같고, 가을에 늙은 호박을 수확할 때는 배가 부르다. 전국에서 맛이 최고하는 시금치를 수확 할 때는 순 진짜 참기름처럼 고소하다.

그녀의 그림은 이야기가 있다.

“우리 아짐! 꽃 같은 얼굴이 농사일에 다 늙어지셨네요. 힘들지 않으셔요?”

농부화가 김순복, 그녀의 그림에는 어제와 오늘 우리 부모가 살고 우리가 사는 농촌의 현실과 삶이 보인다.

그녀의 들여다볼수록 농촌 아짐들의 이야기 속에 담긴 승화된 애환이 보인다.

김순복의 그녀의 그림에서는 순수한 ‘예술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민중미술화가로 유명한 이종구 교수는 우연히 김순복의 그림을 보고 “진짜 농민화가가 나타났으니 붓을 놓아야 겠다”고 농담을 건넸고, 안동대학 권기윤 교수는 “예술은 누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를 자문하며 극찬을 이끼지 않았다.

김순복 화가의 이번 전시회와 관련, 해남우리신문 박영자 대표는 “대다수 전문 화가들이 김순복의 그림을 소장하고 싶다”고 한다며 “전시를 열기도 전에 작품을 예약한 화가분은 작업실에 걸어두고 매일 매일 보고 싶다고 하신다”고 전했다.

덧붙여 “그녀가 살고 있는 해남은 복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한편, 지난해 해남우리신문의 제안으로 시작 된 해남군민 초대전시는 해남 군민 150명이 제안하고 힘을 모아 그림 그리고 시 쓰는 이웃 농부 김순복의 ‘꿈’을 현실로 구현 해 주었다.

5월 12일 18시 개막식은 농부화가 김순복을 군민화가로 만들어준 해남군민 150인을 비롯해 그림 속에 등장하는 마을 아짐들과 이장이 내빈으로 초대되었으며, 전시를 축하하는 조촐한 공연과 덕담의 자리가 마련되어 작은 잔치로 열렸다.

손은수 취재부장  dmstn046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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