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적순혈통주의를 고집하는 광양시의회 일부 의원

▲ 박종덕 본부장
광양시의회가 광양상공회의 회장 선출과정에 개입한 사건을 두고 광양시의회의 문제점을 짚어본 필자의 지적은 이번 글로써 마무리 짓고자 한다. 아무쪼록 광양시의회가 법률에 정한대로 본연의 업무에 좀 더 충실하길 기대하며, 필자가 제시한 문제의 본질에 대해 깊히 헤아려보길 권한다.아울러 광양시의회는 이번 사건을 통해 집행부와 함께 상생협력의 전국적인 성공모델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

광양시의회의 이번 사건은 결국 지방의회의 권한과 역할의 범위에 관한 문제로 귀결된다.

이와관련해 최근 개정된 지방자치법의 개정방향과 그 취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년 상반기에 개정되고  지난 7월 14일에도  개정돼 10월 15일부터 시행될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운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이뤄졌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지방의회의 권한강화, 예산낭비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과 구체적절차를  적시함으로써 의회나 지역주민들이 집행부의 자의적인 에산편성과 집행을 견제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방자치법 15- 2조의 주민청구조례안 심사절차를 신설하고, 주민의 감사 청구를 규정하고 있는 16조 5항 역시 ‘주민의 감사청구를 처리(각하)할 때 청구인의 대표자에게 반드시 증거제출 및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로 개정된 조항 역시 이같은 취지를 따른 것이다.

특히 집행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의회 권한을 구체적으로 보강했다. 대표적으로 42조를 살펴보면 <제4항에 따라 서류제출을 요구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서류를 정하여진 기한까지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 같은 항에 따라 출석요구를 받은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하거나 선서 또는 증언을 거부한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라는 처벌조항까지 추가했다.

41조 2항 역시 의회가 실시한 행정사무감사에 대한 집행부의 결과 보고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회권한을 강화시켰다.

국회가 지방자치법에 대해 이 처럼 손질을 가한 가장 큰 이유는 지방의회가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집행부의 선심성 예산편성을 묵인 혹은 동조함으로써 결과론적으로 예산낭비를 초래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일부 지자체의 경우 집행부가 사업타당성 검토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사업에 대해 의회가 철저한 예산심의는 커녕 집행부의 거수기로 전락해 예산안을 통과시켜줬다가 나중에 언론에서 문제가 되자 그때서야 형식적으로 문제를 지적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예산안에 대한 제대로 된 사전심의 할 수 있는 지방의원들의 자질론도 거론되는 등 지방의회기능이나 역할에 대한 본질적인 회의론도 제기돼 왔던 게 사실이다.

이 가운데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도농복합도시나 원도심과 신도심간 개발격차가 발생하는 지역에서 해당 지역구 의원들간 소위 '담합'을 통해 '예산나눠먹기식 형식적 예산심의' 가 상호 묵인하에서 종종 발생한다.

광양시처럼 원도심권인 광양읍권과 신도심권역인 중마동권과 거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도시가 분산되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 대개가  해당권역 의원들간 의기투합이 먼저 이뤄지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권역 의원들과의 협조와 양보를 받아내 일종의 나눠먹기식 예산편성을 집행부에 요구하고, 이를 토대로 형식적인 예산심의를 통해 예산집행이 이뤄진다.

한마디로 의원들간 '담합'을 통한 예산편성과 형식적인 예산심의가 이뤄지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 예산낭비는 안봐도 눈에 훤하다.지역구 선심성 치원에서 안해도 될 사업을 하는 것이고 하더라도 규모나 효율성을 제대로 따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의 경우 해당의원들은 자기지역구 예산이 아니면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거나 반대로 자기 지역구 예산인 경우에는 무조건적인 찬성입장으로 보이는 경우도 태반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180여억원이 투입돼 올해 7월 준공된 광양수영장이다.

광양원도심 활성화 차원에서 추진된 이 사업은 신도심권인 광양 중마권에 이미 2개의 수영장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양읍권에는 수영장이 없다는 이유로 광양시가 의회의 동의와 묵인하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사업이었다.

당초 집행부가 사업추진 당시 추계했던 예산은 100억원에 못 미치는 사업으로 의회에 보고를 했지만 나중 사업추진 과정에서 두배에 가까운 180여억원으로 증액이 됐다.하지만 그 과정에서 광양시의회가 사업비가 증액된 사유를 제대로 꼼꼼히 따진 흔적은 찾아 보기 힘들다.

이미 원도심 활성화 차원에서 수영장을 짓기로 결정하고 의원들간 합의하고 사업추진을 하기로 한 마당에 해당지역구를 적극 밀어주기로 한 것이다. 나중에 일부 언론에서 문제가 되자 그때서야 현장을 둘러보고 형식적인 관리 감독하는 시늉만 하다가 말았다.

광양시의회 뿐만아니라 우리나라 대다수의 지방의회가 이런 실정이다. 제대로 된 심의보다는 의원들간 담합을 통해 예산을 나눠먹는 것이다.

광양뿐만아니라 전국의 자치단체가 이런 경우가 수두룩하다. 지방자치법이 의회의 관리감독을 강화뿐만아니라 지역민이 예산편성이나 예산낭비를 감독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이뤄진 점 역시 이같은 지방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광양시의회가 본연의 업무인 집행부 예산안에 대해 제대로 된 심의 활동이나 견제나 관리 감독도 못하면서 관리감독의 대상도 아닌 상공회의소 회장 선출문제까지 권한행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자 문제이다.

하지만 그 문제의 본질은 좀 더 다른 데 있다.

이는 광양시의회 박노신 의장이 최근 지역신문 기고문을 통해 이번 상공회의소 회장후보에 광양출신이 없다는 이유가 그간 광양출신 지역경제인을 길러내지 못한 책임을 포스코에게 돌리며 광양출신 기업인을 고집스레 강조한 점에서 엿볼 수 있다.

 이런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은 광양제철소가 광양에 있기 때문에 광양제철소를 마치 광양시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사고에서 비롯됐기는 했지만 우리는 이와는 별개의 중요한 문제점이 지역정치 지도자들의 의식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가 있다..

 '광양출신 기업인' 을 고집하는 것은 얼뜻 들으면 '애향심의 발로'로 비춰질 수 있지만 이는 결코 그렇치 않다.이런 주장은 일반적으로 광양에 주소지를 두면 광양시민으로 간주하는 법적기준과는 다소 그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법적기준과는 본질적으로 개념이 다른 광양이라는 토착연고를 염두에 둔 '지역적 순혈통주의' 를 강조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아래와 같은 사실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광양시가 지난 십여년간 시정모토를 글로벌 명품도시니, 동북아물류중심도시, 30만 자족도시니 하면서, 마치 광양시가 개방화된 국제도시를 지향하는 것처럼 해왔던 것은 지역지도자들의 의식개혁이 전혀 수반되지 않은 '단순한 구호'이자  '허상' 이었다는 점이다.

광양시의회 지도자들의 의식속에서는 이런 시정 구호와는 전혀 상관이 없이  변하지 않는 '지역적 순혈통주의'가 고집스럽게 자리잡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자 광양시가 명실상부한 백년대계를 준비하는데 우선적으로 척결해야 할 과제임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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