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막히도록

허공을 지배하는 연분홍

 

모든 것,

하늘과 땅을 지배하는 꽃잎, 꽃잎들

 

너의 품

흔들리는 꽃송이로 채워지고

 

화산이 폭발하듯 개화하는 날

찬란한 빛과 빛 사이

 

어디,

새소리 한 점 스며들겠는가.

 

그러나 지나간 몇 날이었던가.

 

유리창이 깨지듯 오늘 아침

무수히 부서지며 떨어지는 낙화

 

드디어 탐욕이 사라진 푸른 하늘가

홀로 남은 나목(裸木)의 거울을 본다.

 

떨어지는가, 꽃잎이여

무수한 찬탄과 무수한 웃음과 무수한 추억,

 

그리고 불씨의 고독을 안고

 

다음 봄을 위하여

너는 떨어지고 있는가.

 

2017. 4. 7

완도에서 정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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