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점지해 준 영험한 부처, 귀 떨어져 나간 미륵불 여전히 미소 지어

 
해남서 진도 가는 길, 국도 18번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황산면 연당마을 앞 도로변 우측에 고목과 함께 서 있는 작은 사당이 있다.

이 사당 안에는 바위에 양각으로 드러난 큰 미륵불이 있다. 그러나 이 미륵불은 왼쪽 귀가 떨어져 나가 있다.

이 왼쪽 귀 떨어진 미륵불에 대한 전설이 구전을 통해 전해져 오는데, 이야기는 조선시대로 추측이 되어 진다.

조선의 어느 명문가에 일찍이 벼슬길에 나아가 승승장구하여 세상에 바랄게 없는 학식 높은 벼슬아치가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불행하게도 나이 오십이 넘도록 슬하에 자식이 없어 걱정이 태산 이었다.

그러자 그의 부인은 날이면 날마다 전국 명산대찰을 찾아다니며 아들 하나 점지해 달라고 천지신명께 빌고 또 빌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백발의 한 노인이 남편의 꿈에 나타나 “전라우수영으로 가라! 그리하면 아들을 얻을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괴이한 꿈에 이 벼슬아치는 그래도 아들을 바라는 마음에 임금께 전라우수사를 자청해 우수영으로 부임했다.

부임 후 몇 달이 지나자 그 신령은 다시 꿈속에 나타나 “정성을 다해 모월 모시 연꽃마을에 미륵불을 조성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욕심이 많았던 이 우수사는 아무리 신령의 계시라지만 자신의 돈이 못내 아까워 마을 유지들을 불러 모아 이들로 하여금 미륵불과 사당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열 달 뒤 부인은 떡두꺼비 같은 사내아이를 낳았고, 옥동자를 얻어 세상을 다 얻은 듯 기쁨을 만끽하던 그에게 또다시 신령이 나타났다.

우수사는 반가움과 고마움에 넙죽 엎드린 채 “신령님! 무어라 말 할 수 없이 고맙소이다.”며 고개를 조아렸지만 신령은 노기 띤 얼굴로 “그 미륵불은 그대의 정성이 아니니, 그대의 공이 아니로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우수사는 신령의 말이 몹시도 꺼림칙했지만 무럭무럭 커 가는 아이를 보며 한양으로 올라왔다. 그러나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우수사의 아들은 원인 모를 병에 걸려 백약이 무효인 채 시름시름 앓다 죽고 말았다.

귀한 아들의 죽음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우수사는 한단음에 해남으로 내려와 미륵불의 얼굴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그러나 어찌된 조화인지, 산산조각 나야할 미륵불의 얼굴은 그대로인 채 왼쪽 귀만 떨어져나갔다.

한쪽 귀가 떨어진 미륵불은 아픔도 아랑곳 않고 웃고 있었다. 이 모습에 더욱 화가 난 우수사는 하인들에게 미륵불을 송두리째 뽑아 버리라고 명을 내렸다.

이윽고, 하인들이 막 미륵불의 밑둥치를 거둬 내려하자 어디선가 바람이 몰아치고 마른하늘에 벼락이 치기 시작하였다.

그 소리에 겁이 난 우수사는 더 이상 미륵불을 건드리지 못한 채 줄행랑을 쳤고, 이 후 연당마을의 미륵불은 현재까지 자리 하게 되었다.

귀가 떨어져 나간 미륵불은 오늘도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으며 예전부터 수험생을 둔 부모나 아이가 없는 부부가 자주 찾아 정성을 드리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영험한 부처로 지금껏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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