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 교수(하버드대학)는 세계 금융위기 800년사(史)를 연구한 명저 「이젠 다르다」(The Time is Different)에서 경제위기가 한번 발생하면 경제성장률이 반토막이 난다고 경고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금년 4분기 GDP가 3분기보다 0.4% 감소하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른 민간연구소들도 금년 4분기에 ‘제로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프리 프랑켈(Jeffrey Frankel) 교수(하버드대학)는 “과거 영광에 비교하여 현재 한국경제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고, 스티븐 로치(Stephen Roach) 교수(예일대학)는 “한국 경제는 수출주도 국가의 대표적 실패 사례이다”고, 리처드 돕스(Richard Dobbs) 메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 연구소장은 “한국은 아직 냄비에서 탈출하지 못한 개구리다”고,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와세다대학)은 “한국 정부가 구조개혁 없이는 더 이상 고(高)성장이 어렵다고 솔직히 고백해야 한다”고 각각 지적했다.

한국 경제의 위기는 사신(死神)처럼 다가오고 있다. 국가의 모든 기능이 ‘최순실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는 듯하다. 해운·조선업 구조조정조차 제대로 시도하지도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주력 산업들이 주저앉고 있다. 이 결과, 수출과 내수 모두 저조하여 ‘제로 성장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량 실업과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7은 단종되었고 현대차는 노조 파업 중이다. 30대 대기업의 경영실적도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과 수직적 계열화 관계에 있는 대다수 중소기업들의 운명은 풍전등화와 같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가계부채는 급증하고 있다. 국가부채는 GDP의 30% 수준으로 비교적 양호하지만 가계부채가 GDP의 80%가 넘어 위험한 수준이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016년 6월말 가계부채(가계 대출+신용 판매액)는 1257조 3000억 원을 기록했다. 금년 상반기(1~6월) 동안에만 54조 2000억 원(제 2금융권의 상반기 가계대출:18조 원; 이 중에서 주택담보대출 7조 6000억 원)이 급증해 역대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이 추세로 간다면 금년 말 가계 부채는 13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여기에 자영업자의 대출금을 합하면 약 15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가계부채의 질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2015년 3월 말 기준으로, 총 부채 원리금 상환액(주택대출 원리금상환액에 신용대출 등 다른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을 모두 합한 금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DSR: Dept Service Rate)이 40%를 초과하는 ‘한계가구’가 134만 가구에 이르고, 전체 가계부채 중 이들의 금융부채 비중이 약 30%에 달한다.

독일어로 ‘부채‘(shulden)는 ’죄‘(schuld)와 동일한 어원이듯이 독일인은 부채를 죄로 간주하고 혐오하며 남유럽 국가(특히 그리스)의 천문학적 국가 부채 현상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러나 부채가 반드시 죄악은 아니다. 만약 상환 능력이 있다면 부채는 편리한 유동성인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2분기 가구당 월 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했지만 동년 6월말 가계부채는 1년전보다 11.1% 급증했다. 한국의 경우, 문제의 심각성은 빚을 빚으로 막는‘폭탄 돌리기’라는 점이다.

정부가 2016년 2월부터 대출자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자, 제 2금융권(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자산 운영사, 생명 보험사, 자산 보험사, 종함 금융사 등)의 여신 잔액 (2016년 6월 기준)이 671조 6752억 원으로 2015년 말보다 34조 8909억 원이나 사상 최대로 급증했다. 금융회사 3곳(은행, 저축은행, 상호 금융사, 카드사, 케피털사, 대출업체 중에서) 이상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 328만 명의 빚이 317조원이며 1인당 채무는 1억 원대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금리 인상이나 부동산(특히 주택)가격 하락과 같은 외부 쇼크가 발생하면 이들 ‘한계가구’들의 연쇄파산은 명약관화 하다. 왜냐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재닛 옐런(Janet Yellen) 의장은 금년 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의 소비자물가와 산업생산이 꾸준히 상승함에 따라, 미국 금리 인상의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가 예상대로 조만간 인상되면 한국의 초 저금리(기준금리 1.25%)가 연쇄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만약 기업도산에 의한 대량 실업이 발생하게 되면 금융기관의 연쇄 부실이 야기되어 한국 경제는 실물위기와 금융위기를 동시적으로 당하게 될 것이다. 이어서 담보 가치의 부족을 감지한 금융기관(특히 제 2금융권)이 매물 회수에 나서면 담보된 부동산을 투매할 것이고 이는 다시 부동산 가격 폭락을 촉발하여 부동산 담보가치를 더욱 더 떨어뜨릴 것이다. 이 결과 ‘가계부채의 역습’에 의한 금융회사의 연쇄 파산이 유발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가계발(發) 금융위기인 것이다. 게다가, 만약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북한의 핵무기 문제가 안보위기로, 한국의 대통령 선거 시즌으로 인한 레임덕 현상이 정치위기로 각각 나타난다면, 한국 경제는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교수가 예언했던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당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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