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남지사가 17일 광주지역 지식인들의 '공부모임' 폄하 논란에 휩싸였다.

이 모임은 불과 5일 전 이 지사가 대권 공부를 위해 참여하겠다고 밝혔던 곳이다.

이렇다보니 야권의 대권 주자로 오르내리는 일부 인사가 이곳을 방문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지사의 발언을 놓고 미묘한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도청에서 열린 실 국장 토론회에서 전남공무원교육원의 신규 공무원 교육 방침을 지적하던 중 "광주의 공부모임에서 무슨 공부를 하나 봤더니 놀랍게도 개인 수양에 치중하고 공부의 주제가 개인화, 내면화로 축소 지향화 되고 있었다. 그럴 때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국가 안위가 풍전등화 같은 상황인 데도 광주·전남은 굉장히 그런 변화에 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이 지사는 "광주에서 널리 알려져 비교적 학식과 덕망이 있는 공부모임의 최근 커리큘럼을 봤더니 다 이런 식"이라며 "우리 사회 지도자들이 아직도 그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 자신을 너무 작게 만들고 있다. 선배들 못났다고 후배들까지 작게 만들 작정인가. 그러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광주 공부모임에 매주 가려고 하는데 이런 얘기 들으려고 갔다왔다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공직자와 지도자마저 남 원망하지 말고 예절 잘 지켜야 한다(고 공부해야 하는지). 평생 이렇게 살 것인가"라고 의문부호를 던졌다.

그는 "호남사람이 정은 많은데 스케일이 작다. 한 번 깰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우리 스스로 자꾸 축소지향적이 되지 말아야 한다. 특히 후배들에게 이런 걸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5일 전인 지난 12일 도청 기자실을 방문해 잠재적으로 대권에 도전할 뜻이 있음을 표명하며 "국가과제 공부 모임인 계명(鷄鳴), 전남도정 공부모임, 실물경제 공부모임에 이어 광주에서 운영되는 무등공부방에도 청강생 자격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가 공부의 수준을 폄하한 무등공부방에는 최근 야권의 잠룡인 안희정 충남지사,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방문해 정치적 조언을 듣고 광주·전남 지역 지식인들과 인적 교류를 강화했다.

2009년 출범한 무등공부방은 강정채 전 전남대 총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인문정신으로 가꿔가는 배움과 나눔 실천의 공동체'라는 슬로건으로 매주 화요일 공부모임을 갖고 있다.

광주와 전남 지역 시민사회 활동가와 지식인 등 40~60여명이 매주 공부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까지 인문학강좌 307회와 246회 가량의 교류·답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이 지사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전남도청 대변인은 "이 지사의 발언 취지는 지역사회 공부모임이 자기 수양과 관련된 내용에만 치우치지 않고 세계경제와 국가경제, 사회의 변화 등에 관심을 갖고 다뤄야 한다는 충정어린 개선의 목소리이지 폄하할 의도는 아니었다. 무등 공부방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지역사회 지도자들을 향해 한 발언이 아니라 도청 공직자들이 자성해야 한다는 의미로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 지사도 이날 오후 강 전 총장에게 전화를 논란이 된 부분을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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