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간 상호토론도 없고 질문도 못하게 막아 후보 일방적인 정견 발표수준에 그쳐"

대한체육회장 후보 토론회는 체육회장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평소 갖고 있는 체육정책에 대한 식견과 소신을 파악할 수 있는 자리다.

적어도 대한민국 체육정책의 최고 수장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한국체육의 문제점과  한국체육이 나가야 할 길에 대해 나름 체계적인 공부를 통해 문제해결 능력과 비전제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자질과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한국체육학회(회장 남상남)가 1일 오전 10시 서울 올림픽파크텔서 주최한 대한체육회장 후보 토론회다.

하지만 우려한대로 후보자간 상호토론 없이 토론의 좌장인 남상남 사회자가 미리 질문한 체육정책과 관련한 5가지 질문에 후보자들이 미리 준비한 자기입장을 펼치는 수준에 그치다보니 후보 개개인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토론회를 관전하는 인사들도 후보측 인사 1~2명과 취재언론 밖에 참관할 수가 없어 이날 토론회가 과연 후보들의 면면을 명확히 드러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특히 이번 토론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선거인단이나 체육단체 관계자들조차 토론장에 입장할 수 없어 아쉬움을 더했다.

모두발언에 이어 나온 5가지 공통질문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그리고 학교체육의 조화로운 발전 등 국내 체육 제도 전반에 대한 생각, 스포츠를 통한 사회 통합, 한국 스포츠의 국제적 위상을 고양시키는 방안, 체육회 재정 확보 방안,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정책 계획 등을 순서대로 물었다.

후보자들은 2020년이면 대한체육회가 100년이 된다면서 대한체육회의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가는 회장이 되겠다며 주어진 시간에 맞춰 답변했다.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후보자 토론회.왼쪽부터 장정수, 장호성, 이에리사, 이기흥, 전병관 후보. 맨 오른쪽은 남상남 한국체육학회장.

토론회에선 최근 일부 언론에서 2강으로 거론된 기호 4번 단국대 총장 출신의 장호성 후보가 다른 후보들과 달리 체육계 현안에 대해 파악이 안된 모습을 드러내 빈축을 샀다.

그는 "체육계에 대해 잘 모르지만 대학총장 경험을 바탕으로 성폭력, 성희롱 전담부서 설치 등 체육계 개혁에 나서겠다"고 언급했다.

토론을 참관한 일부에선 장 후보의 이날 토론회에 "체육계 현안에 대해 많이 알고 적게 알고를 떠나 토론회에서 본인의 입장과 주장을 상대방에게 명확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하지만 장 후보는 그런 스피치 능력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토론회에선 다른 4명의 후보중 기호 1번 장정수 후보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열정과 패기를 발산했다.

토론내내 "내가 대한체육회장이 된다면.."라고 운을 떼며 토론보다는 정견발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참석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일부 언론에서 인지도가 낮다는 지적에 대해선 미국 뉴욕에서 금융전문가와 볼리비아 유도 감독의 성공적인 삶을 소개하며 "세계적 안목에선 인지도가 가장 높다"며 국제적인 마인드와 언어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호 2번 이에리사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차분한 어투로 당면 체육계 현안에 대해 혜박한 식견을 드러냈다.

50년 동안 체육인으로 살아온 경륜과 국회의원 당시 예산확보 어려움과 정부입장, 태릉선수촌장을 지내면서 겪은 선수들과 여러 고충 섞인 경험담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했다.

특히 학교체육의 문제점과 사회적 소수약자를 위한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기호 3번 이기흥 후보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대한체육회 재정자립의 중요성을 강조해 주목을 받았다.

모두 발언에선 최근 일부 언론에서 지적한 수영연맹의 부정부패 문제, 반문체부, 반정부인사 라는 점에 대해 해명하느라 3분을 초과해 지적을 받기도 했다.

20년 동안 체육계에 몸았다는 이 후보는 이날 평창동계 올림픽과 세계 수영선수권대회 성공적 개최를 강조하며 체육계 전반의 폭넓은 식견을 드러냈으나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해선 언급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마지막으로 한국체육학회장 출신의 기호 5번 전병관 후보는 선수 출신 학자답게 미리 준비한 답변서를 통해 독일과 일본의 생활체육 성공사례를 중심으로 통계수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토론에선 저임금으로 생활하는 체육인들의 고충과 애로점에 대해 언급했으며, 향후 막대한 국가 재정부담인 의료비 개선을 위해선 평소 건강을 위한 체육활동이 중요하다 면서 "현재 4천억원의 체육예산에서 체육예산 1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2002년 월드컵을 언급하며 스포츠를 통한 사회통합을 강조하면서 선수와 지도자 그리고 교수생활과 대한체육회 임원 등의 경륜을 골고루 갖춘 본인이 대한체육회장 적임자임을 피력했다.

이날 토론회를 참관한 유준상 前 국민생활체육회 고문은 " 이번 토론회는 상호토론이 없고 참관자들의 질문도 받을 수 없어 일방적인 발표수준에 그쳐 후보들의 개개인 능력을 검증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매우 아쉽다"며 "향후 개선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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