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번째 개인전 ‘상생(相生)과 소통(疏通)을 말하다’

‘상생(相生)과 소통(疏通)을 말하다’

지난 8월 3일부터 8월 9일까지 인사동 경인미술관 제6전시실에서 수묵헌(守黙軒) 박찬호(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서예문인화교육자과정 주임교수}선생의 2016년 4번째 개인전이 열렸다.

 

생명의 원형, 샘(泉, spring)

사람이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조건의 하나가 물이다. 밥은 몇 끼를 굶어도 삶을 유지할 수 있지만 물은 하루만 먹지 못해도 탈진하여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물을 찾아 샘을 찾았고 그곳을 중심으로 거주하며 문화를 형성했다.

 

샘의 본래의 뜻은 ‘물이 솟아나는 곳’이다. 고문자 자형은 산의 돌 사이에 있는 샘에서 물이 솟아나는 모습이다. 예로부터 샘은 생명력, 창조의 원천, 풍요, 여성의 생산, 정화를 통한 치유, 부활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땅에서 솟아나는 샘은 막 탄생한 생명을 보는 것 같다. 태아가 세상에 나오듯 지하에 흐르던 물이 작은 틈을 타고 솟아난 샘은 또 다른 생명을 연속적으로 탄생하게 하고 소생시키는 생명력을 지녔다.

원천의 샘은 작은 울림이지만 그 속에 내재된 생명력의 울림은 크다. 가뭄이 들면 보통 우물은 바싹 마른다. 흐르던 강물도 끊기고 연못의 바닥도 이내 갈라진다. 그러나 수맥 깊은 곳에서 샘솟는 물은 마르지 않는다.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곶 됴코 여름 하나니.
새미 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 그츨쌔, 내히 이러 바라래 가나니.

평소에는 뿌리가 깊은 나무도, 뿌리를 얕게 내린 나무도 그저 똑같은 나무일뿐이고, 샘이 깊은 물도 샘이 얕은 물도 다 같은 샘물일 뿐이다.

오랜 가뭄에 다른 샘들이 말라 사그라질 때, 변함없이 맑은 물이 솟아올라 내를 이루고 바다로 이르는 그 샘의 진가는 비로소 드러난다. 마음의 샘! 영혼 깊은 곳에 꿈과 희망의 수맥이 넘치듯 우리의 삶도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이 생명의 원천의 힘을 얻을 것이다.

함만복의 시 <그 샘>을 보자

“네 집에서 그 샘으로 가는 길은 한 길이었습니다. …… 순번이 된 집에서 물 길어 간 후에야 똬리끈 입에 물고 삽짝 들어서시는 어머니나 물지게 진 아버지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집안에 일이 있으면 그 순번이 자연스럽게 양보되기도 했었구요.……”

네 집에서 함께 길어먹었던 그 샘, 서로 짠 일도 아닌데 자연스레 순번을 지키고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고 물을 길어 먹었던 사람들을 통해 마을 사람들의 넉넉한 정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샘의 원천을 통해 삶의 본질적 가치를 느낀다. 인생은 왔다 가는 것이다. 부족하지만 배려하는 삶의 자세를 생각해 본다.

 

상생과 소통(communication), 관(貫)

소(疎)는 ‘막힌 것이 트이다’이고, 통(通)은 ‘그릇’, ‘모두’, ‘길이 어떤 곳으로 서로 이어지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뜻이 잘 전해져 이해되거나 알게 되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소통’의 의미는 ‘막힘이 없이 서로 통함’ 또는 ‘서로의 의사가 잘 이해되어 통함’이다. 이렇듯 소통은 막힘이 없는 것이다.

관(貫)의 최초의 자형은 막대기나 노끈 모양의 한 두 개의 물건을 꿰고 있는 모습이다. 본래의 뜻은 ‘꿰다’이다. 옛날에는 조개를 끈으로 꿰어서 돈으로 사용하였으므로, 패(貝)를 덧붙였다. 고려가요 <서경별곡>엔 이런 구절이 있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는가.”

우리는 홀로 살아갈 수 없다. 정체성을 가진 나로부터 출발하여 다양한 외적 현상과 만나고 그 속에서 삶의 가치를 찾아간다. 우리 속담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이는 바로 타자와의 상생의 관계를 말한다.

 

높은 산과 흐르는 물, 고산유수(高山流水)

옛적에 ‘유백아’와 ‘종자기’란 인물이 살았다. 백아는 금 연주에 뛰어났고, 종자기는 청취하는 솜씨에 뛰어났다. 그래서 백아가 금을 연주하면서 높은 산을 표현하는데 의도를 두면 종자기는 “좋다 높디 높아 태산 같구나”라 하고, 흐르는 물을 표현하는데 의도를 두면 “좋다 드넓기가 장강과 황하 같구나.”라 하였다.

이에 생겨난 고사가 ‘고산유수(高山流水)’이다. 또 자기의 예술적 가치를 알아준다는 의미에서 ‘지음(知音)’이라고도 하며 종자기가 죽자 자기의 음악을 알아주는 친구를 잃었다고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의미에서 ‘백아절현(伯牙絶絃)’이라는 고사가 생겨났다.

 

 

 

 

 

 

 

 

 

생명의 재생, 나무(木)

나무는 그 고유한 실체와 형태로 신앙심을 불러일으킨다. 나무자체가 아니라 나무를 통해 드러내는 것, 나무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가 경외(敬畏)의 대상이다. 나무는 수직으로 자라고 수없이 죽고 부활한다. 그래서 나무는 아주 옛날부터 삶을 가리키는 기호로, 세계를 가리키는 상징으로 표현되어져 왔다.

한 송이 꽃도 줄기와 꽃잎이 하나의 뿌리에 의지해 있다. 줄기와 꽃의 근원이 뿌리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하나의 생명체다.

 

어울림, 화(和)

화(和)자의 어원은 ‘풀피리’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 약(龠)변에 화(禾)가 있는 형성문자이다. 그래서 화는 음악이고 어울림이다. 대립적인 것의 조화와 통일, 나아가 서로 비비고 움직이며 쉬지 않고 생겨나서 그치지 않는 동태적인 균형이다.

서로 다른 것들이 모여서 질서를 유지하며 여기에서 풍요로움이 자라고 만물이 생겨난다. 이렇듯 화(和)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배려하고 조화를 이루는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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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호/金粲鎬/수묵헌(守黙軒)/전남 해남
♦성균관대학교 철학박사(동양미학전공)/Univ. of Sung-gyun-gwan, Ph. D.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서예문인화교육자과정 주임교수/Head, calligraphy Educator Course Graduate Shool of Education, Kyunghee University
♦한국서협회원, 고윤서회 회원, 한청서맥 회원, 한국서예학회 회원, 동양예술학회 회원

김찬호/金粲鎬/수묵헌(守黙軒)

►개인전(SOLO EXHABITION)
•THE WALL전 (서울 인사동 나 갤러리, 2003)
•서예의 원형을 찾아서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갤러리, 2012)
•현실과 이상의 경계(파랑새, 매화가지 끝에 와있네) (경기도 일산 호수 갤러리, 2015)
•어울림의 미학(상생과 소통을 말하다)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 2016)

►그룹전(GROUP EXHABITION)
•고윤서회전(예술의 전당, 북경사범대, 1998-)
•한청서맥전(서울, 부산, 대구, 전주, 중국 하문, 2007-)
•국제서예가 협회전(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2007-)
•강암연묵회전(서울, 전주 2009-2011)
•한글서예대축제(예술의 전당, 2011)
•성유서예동행전( 성균관대학교 성균갤러리, 2010-)
•경희대학교 개교60주년기념 60인서예전(경희대학교 중앙박물관전시실, 2009)
•3국4교 문화서예국제교류 중국전, (중국 강남대학 미술관, 2007)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전라북도, 07,09)
•한글반포 50돌 기념 제6회 초대작가전(한국서예협회, 2006)
•ISANG ART 2004展 (JAPAN OKUBO GALLARY, 2004)
•성유 서회전(백악예원 03, 05, 07)
•21세기 이 작가를 주목한다(서예문화, 2000)
•보는 글씨 읽는 그림전(서울, 대구, 전주 1996)
•묵에 의한 탈 장르전(예술의 전당 1994)
•현대서예 오늘의 위상전 (조선일보 미술관)
•한국성 그 다양한 필묵전 (종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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