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석 의원

김효석 의원 수도권 출마선언... 불거진 '호남물갈이론'

당내 중진인 김효석 의원이 서울수도권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민주당내 호남물갈이론이 힘을 받자, 이에반발 "왜 하필 호남이냐" 라는 조짐도 나오고 있다.

호남정서에 기대 '공천=당선' 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호남의 의원들 스스로가 거처를 결정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지만 호남 일부에선  호남만을 문제시 하는 당지도부 방침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는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일단 호남물갈이론에 힘을 실은 사람은 현역 3선인 김효석 의원이다.

그는 이번 호남 불출마 배경과 관련 "지역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것, 새로운 인재가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도 제가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며 "영입의 물꼬를 트겠다는 취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의 말대로 물꼬를 트기 위해선 광주전남의 3선이상 중진급 이상 의원들이 물갈이 타킷이 될 소지가 높다.

광주전남의 주요 의석 분포를 살펴보면,  광주는 8석 모두 민주당 소속으로 5선이 1명, 재선 3명, 초선 4명의 분포로 5선인 광주서구의 김영진 의원만을 제외하면 다들 재선 이하급 의원들이다.

반면 전남은 전체 12석 중 11명이 민주당 소속으로 5선 1명, 3선 4명, 재선 4명, 초선 2명이다. 이중 최다선인 고흥.보성이 지역구인 5선인 박상천 의원이다.

여기에  3선 역시 담양.장성.곡성이 지역구인 김효석 의원을 비롯해 여수 김성곤 의원,영광,함평이 지역구인 이낙연 의원, 장흥.강진.영암의 유선호 의원으로 총 4명의 의원이 3선에 속한다.

"정치는 나와바리인데..." 호남지역구 반납하고 서울수도권에서 생존 가능...? '글쎄'

문제는 '왜 호남만 문제삼느냐' 는 것이다.

표는 호남에서 나오는데, 왜 호남만을 공천개혁대상으로 지목하는지에 대한 불만인 셈이다. 특히 야권연대논의를 통해 호남의 일부 지역구를 다른 야당에게 양보하자는 논의에 대해 지역민의 의사를 무시한 당 지도부의 일방적인 처사라는데 호남의원들은 대개 일치한다. 

호남물갈이를 이유삼아 공천개혁인 양 포장 삼는 태도에도 동의하지 못하겠단 태도이다.

이와관련 호남출신 민주당  인사인 A씨는 정치권의 이런 '물갈이' 풍조와 관련해 " 선거떄만 되면 뉴페이스,뉴페이스 하며 뉴페이스만 강조하는데, 아무런 정치적 경륜이 없는 뉴페이스만을 갖고 무슨 일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를 들며 "여야를 불문하고 능력이나 일에 대한 열정은 고려하지 않고 단지 나이가 많고 선수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공천에서 배제되는 풍토는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호남지역구을 탈피해 서울 수도권에서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다.

전혀 생소한 지역구에 공천장 들고 갑자가 나타나 조직을 접수한다고 해봤자 먹어주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구의 지방의원들이 나름대로 터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의원이 당심만 믿고 나타나 과연 옛 지역구 위원장과 생사고락을 같이한 당원들의 표심을 얻을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대표적으로 순천출신 김경재 전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17대 때 지역구인 전남 순천을 정치신인에게 물러주고 본인은 서울 강북구로 지역구를 옮겨 총선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그 뒤 지역구를 다시 찾아 몇 차례의 노크를 시도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지역민들은 그에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다.

 호남희생을 강요하는 이면엔 '호남을 죽여야  당이 산다'는 이상한 역설

호남물갈이론이 대세인 것처럼 여겨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호남출신이 대권주자가 되면 다른 지역의 표심이 뭉쳐서 결국 '필패'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이같은 논리는 호남은 예로부터 다른 지역으로부터 견제를 많이 받아 호남출신들이 단결하면 할수록 오히려 다른지역들의 단결을 유발시켜 결과론적으로 호남만 따돌림 받게 된다는 이른바 '호남소외론'에서 비롯됐다.

DJ가 대통령에 당선된 결정적 요인 역시 호남인만의 단결이 아닌 'DJP효과' 를 통해 충청민심을 등에 업었기 때문이고, 여기에 이인제 후보가 출마한 탓에 영남민심이 단결하지 못한 탓에 대권을 쟁취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런 문제와 관련 호남이 지역구인 3선급 이상 의원들이 서울 수도권 중원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선수가 문제가 아니라 일부 초재선 의원들 역시 서울수도권의 대중 정서와 그리 걸맞지 않고  그나마 기존 조직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 서울수도권에 파고들 여지가 없다. 

민주당 지도부-민노당, 호남 넘겨주는 대신 좌파진영 지지 맞바꾸는 '빅딜' 꿈꾼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등 지도부 상당수가 보수를 고집하기 보다는 진보를 넘봐야 한다는 이념적 외연확대 논리를  펴고 있다면 민주당은 '호남을 죽여야 당이 산다'는 '역설적모순' 논리에 빠져있다.

호남정서에 기댄 채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되는 현실을  비꼰 일부 수도권 젊은 의원들이 호남 3선급 의원들을 아무런 지역연고가 없는 서울수도권에 출전하라며 떠미는 상황은 마치 "당신이 죽어야 당이 산다"는 것과 같이 어느 특정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방적인 논리다.

그러나 이러한 희생을 강요하는 논리의 이면에는  야권연대를 통해 호남에 진출하고자 하는 민노당의 전략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손학규 대표의 최근 '야권통합' 논의에도 이런 숨은 전략이 도사리고 있다. 가칭 '민주진보당'이란 당 명칭을 내건 이유는 뒤에 붙은 '진보' 에 민주당의 오랜 텃밭인 호남을 넘겨주겠다는 뜻도 내심 포함되어 있다.  

이같은 흐름은 지난 4.27보궐선거 공천과정에서 당시 전남 순천의 야권연대 논의과정에서 전남지역 일부 의원들이 당 지도부 '무공천' 방침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결국 수도권의원이 주축인 야권연대 찬성파의 일방적인 세몰이에 눌려  손 대표가 야권연대파의 손을 들어준 것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실제로 선거가 끝난 뒤 손학규 대표가 순천시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윤근 의원은 "야권연대 논의에 반대했지만 논의과정에서 좌절됐다" 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호남물갈이론' 이면에는 민노당과 민주당간 정략적인 제휴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 제휴의 실체는 민노당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을 넘겨받는 대신 민주당은 민노당을 지지하는 전국 좌파진영의 광범위한 지지를 총선과 대선과정에서 '맞교환' 하고자 하는 정략적의도이다.

다른 지역과 달리 호남에선 한나라당과 같은 우세 정당이 없어 민주당의 양보만 얻어내면 민노당의 아성으로 굳힐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이런 확신은 지난 4.27 순천보선에서 실제로 입증됐다.

김효석 의원의 수도권 진출론이 '호남물갈이론' 을 부추킬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물론 호남내 반발 강도 역시 만만치 않아 ‘탈호남 움직임’이 대세로 확산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지만 이번에 선출된 한나라당 지도부가 민주당에 비해 훨씬 젊어진 것을 감안하면 민주당내 세대교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그 타킷은 바로 호남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총선과 대선과정에서 호남과 좌파진영의 지지를 서로 맞바꾸고자 하는 이른바  민노당과 민주당의 '빅딜'이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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