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빈민운동가 고 제정구의 눈을 통해 1970년대 청계천 판자촌 사람들의 치열하고 고단했던 삶을 집중 조명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 분관 청계천박물관은 <제정구의 청계천 1972-1976> 사진전을 5월 4일부터 오는 6월 26일까지 청계천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고 제정구는 도시빈민들의 친구이자 대변자였다. 가난한 이들의 생존권을 위해 평생을 바친 그가 빈민운동에 첫발을 내디딘 곳은 1972년의 청계천 판자촌이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치며 학생운동을 하던 제정구는 청계천 판자촌 사람들의 비참한 삶을 목격하고 빈민운동에 뛰어들었다.

이번 전시는 제정구가 청계천 판자촌 사람들을 처음 만난 1972년부터 판자촌이 철거되는 1976년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가 청계천에서 겪었던 경험들의 서사를 통해 근대화의 찬가 속에 잊힌 도시빈민들의 삶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제정구의 청계천 판자촌 생활 속에는 판자촌 주민들의 고단한 ‘정착-생활-철거와 이주’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고향보다 못한 생활환경 속에서 질병과 빈곤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던 판자촌 사람들의 실상은 처참했다. 하지만 지난한 가난함 속에서도 주민들은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갔다.

전시에는 사단법인 제정구기념사업회의 협조로 고 제정구의 유품이 처음으로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된다.

청계천 판자촌 생활 당시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 재학 중이었던 제정구가 사용한 ‘서울대학교 학생 수첩’, 판자촌에서의 생활과 소회를 기록한 ‘일기장’, 평생 빈민운동에 헌신한 공로로 1986년 수상한 아시아의 노벨상 ‘막사이사이상 메달’ 등이 관람객들에게 제정구와 판자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들려준다.

또한, 제정구와 함께 청계천 판자촌에서 빈민구호활동을 펼쳤던 일본인 사회운동가 노무라 모토유키 목사의 기증사진 90여 점이 전시된다.

노무라 목사는 1970년대 청계천 판자촌 사진을 비롯한 826건의 자료를 지난 2006년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봉사활동을 하며 틈틈이 촬영했던 그의 사진에는 청계천 판자촌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다.

1970년대 서울은 빛과 그늘이 공존하는 도시였다. 청계천 복개가 완료된 1977년은 한국이 수출 100억 불을 달성한 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도시빈민들이 있었다. 청계천은 그들의 터전 중 하나였다. 가족과 성공을 위해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마다하지 않았던 청계천 판자촌 사람들은 개발시대 속 화려한 서울의 그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청계천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까마득하게 잊힌 사회적 약자, 판자촌 사람들의 삶을 다시금 기억하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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