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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양택 교수 명칼럼]정부주도가 아니라 시장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8>
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16.02.12 09:38

한국경제에게 가장 위협적인 중국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는 경우에서도, 만약 한국경제가 대내적으로 건실할 경우에는 상기한 외생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경제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부실이 급증하고 있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함으로써 기업부실이 금융위기로의 전이를 차단함과 동시에 한국경제의 본질적 대응책은 구조개혁과 규제혁파 등으로 기업투자환경을 개선해 고(高)부가가치 산업 육성 등을 통하여 한국경제를 내부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여기서 ‘원샷법’이란 합병 및 분할 등 기업의 사업재편과 관련한 절차 및 정부규제를 간소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예로서, 소위 '경제민주화' 주장에 가로막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법은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관광호텔은 유해시설로, 케이블카는 환경파괴시설로, 의료관광은 의료민영화로 각각 내몰리고 있다.

한국과의 경쟁국들은 기업의 구조조정 및 사업재면에 대한 정부의 지원제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12차 5개년계획(2011년), 중점 업종기업 인수합병에 관한 지도의견(2013년), 전통산업(조선,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선박 등)의 개조 및 업그레이드 추진 등을 들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산업활력법(1999년)과 산업경쟁력강화법(2014년)에 의거하여 선제적인 사업재편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도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설익은’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에 휘둘리고 있는 사회 분위기에서, 한국 기업들의 최근 경영 상태는 다음과 같다.

수출부진과 경기불황으로 인하여, 2010년에 18.5%를, 2011년에 13.6%를 각각 기록했던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이 2012년 이후 한자리 수로 떨어진 후 2014년에는 아예 마이너스 1.59%로 추락하였다. 이는 1961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초유의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低)금리로 금융비용 부담률은 감소하였지만,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은 9.9%를 기록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2010년의 6.7%에서 2014년 4.2%로 하락하였다.

또한, 최근의 제조업 저(低)투자를 반영해 유형자산증가율도 크게 낮아지고 있다. 근래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실현했던 2010년 유형자산 증가율이 11.2%를 기록했으나 2014년에는 3.2%로 1/3 토막으로 격감하였다.

한국경제의 저(低)성장을 야기시킨 요인은 단연코 기업투자 증가율 감소이다. 최근 10년간 투자(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은 2.33%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투자 증가율을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로 나누어보면, 각각 4.62%, 마이너스 0.03%이다. 경제민주화 기간으로 좁혀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불과 1.1%에 지나지 않는다. 건설투자는 마이너스 0.2%이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2014년 평균 이자보상비율은 400%이지만 '한계기업'으로 내려가면 이자보상비율을 크게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의하면 2014년 말 2만 1,700여개 외부감사 대상 기업들 중에서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 못 미친(이자보상비율이 ‘1’ 이하) '한계기업'이 3,295개로 밝혀졌다. 이는 총 외감기업의 15.2%(3,295개)로 2009년 말 12.8%(2698개)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대기업의 한계기업 비중도 2009년 9.3%에서 2014년 14.8%로 급증했다. 따라서 대기업에도 부실이 만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가 조금만 오르면 기업부실은 더 깊어지게 된다.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2014년 15.3%였다. 금리가 0.5% 포인트 오르면 한계기업이 300여개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신용보증이나 각종 지원에 의해 연명하고 있는 ‘좀비기업’이 3만 여개가 넘는다. ‘좀비기업’이란 생산성이 낮아 다른 기업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죽은 기업’이지만, 금융 및 정책지원을 받아 연명하는 기업이다. 대기업의 생존 논리가 ‘대마 불사’(‘too big to fail’)인 반면에, ‘좀비기업’의 그것은 '다수 불사'(‘too many to fail')인 셈이다.

그러나 '고용 유지'라는 명분 때문에 ‘좀비기업’들에게 마냥 공급하고 있는 금융 및 정책지원을 중단하지 않으면 경제의 신진 대사는 원활할 수 없다. 만약 ‘한계기업’을 그대로 방치해 둔다면 기업부실이 금융부실로 전이될 것이며, 심지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예로서, 1997년 한보·삼미·진로·기아자동차 등 은행 돈으로 무리하게 덩치를 키운 부실기업들을 방치하다가 외환위기를 당했다는 저을 깊이 새겨야 한다.

다행히,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 7월 35개 사의 대기업을 동년 11월 11일, 2014년보다 40%(50개 사) 늘어난 175개 사의 중소기업을 각각 구조조정 대상기업으로 발표했다. 이어서 2015년 12월 30일 금융감독원은 금융권 대출 500억 원 이상인 대기업 386개를 대상으로 신용위험 평가를 실시하여 19개사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중에서 C등급 11개 사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D등급 8개 사는 정리절차에 각각 들어간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기간산업과 대기업그룹’, ‘대기업’, ‘중소기업’ 등 세 범주로 나눠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간산업과 대기업그룹에 대해선 범정부협의체가 가동돼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방향 등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우조선해양 등의 조선업종과, 장기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5대 업종 즉, 해운·석유화학·철강·건설 등이 일단 검토 대상이다. 중소기업 구조조정 대상기업 중 워크아웃 대상 기업들은 신속한 금융지원과 자구계획 이행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며, 법정관리 신청대상 기업들은 기업회생 절차를 가동해 신속히 정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채권단과 법원을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기업 부실채권 매입 전문회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 등 '시장주도의 구조조정'에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

모름지기,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은 사전적으로 신속하게 해야 금융부실과 국민경제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심히 우려하는 것은 신속하게 단행해야할 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기업 구조조정에 필수불가결한 노동개혁법과, 국회에서 기업 구조조정 속도를 내기 위한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으며, 2015년 말 일몰 예정인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연장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결과, '기업 구조조정 촉진법'이 2016년 1월 1일부터 일몰됨에 따라 채권은행협의회의 소집이 통보되지 않은 일부기업들의 워크아웃은 자율협약에 맡겨야 한다.

최근의 구조조정 동향을 보면, 동양그룹 5개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는데 '기존 관리인 유지 제도'(DIP)에 따라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 반면 STX조선해양과 동부제철은 자율협약에 들어갔는데 대주주 주식을 100:1로 감자해 경영권을 박탈했다. 자율협약이 법정관리보다 더 무거운 경영권 박탈이라는 조치가 취해짐으로써 형평성 문제와 재산권 침해 논란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경우 구조조정을 추진했던 「한국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이라서 관치 구조조정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될 수 있고 구조조정 대상기업들이 경영권이 박탈될지도 모를 자율협약을 기피해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로 갈 때까지 구조조정을 지연해 금융기관과 국민경제 손실을 키울 수도 있다.

따라서 형평성 문제, 재산권침해, 관치 구조조정 논란을 피하면서 적시에 사전적인 구조조정으로 금융기관과 국민경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은 단연코 ‘시장주도 기업구조조정’이다. 상술하면, 인수합병(M&A)시장, 사모펀드시장, 기업 인수목적 회사(SPAC)를 이용한 구조조정과 기업을 건전 사업부문과 부진 사업부문으로 구분해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산업 정책적 차원에서 ‘큰 그림’만 그리고 구조조정은 민간구조조정 전문가들이 정치권과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수행하게 되면, 정부는 관치 구조조정이라는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예로서 2008년 3/4분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실화되었던 미국의 GM 구조조정을 월가의 민간 전문가들이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재생시킨 경우를 들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민간주도 기업구조조정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인수합병(M&A)시장, 사모펀드시장, 기업인수 목적 회사(SPAC) 활성화 방안과 원활한 기업분할 방안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  limyt@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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