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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양택 교수 명칼럼] 한국의 환율정책 딜레마와 타개방안<4>
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16.02.06 14:44

최근의 외부적 쇼크(미국의 금리인상과 엔화 및 위안화의 평가절하)에 대한 한국의 긴급대응조치는 불안정한 자본이동에 대한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에 초점이 모아진다. 과도한 자본유출이 문제가 될 경우, 일반적으로 두 가지 즉, ① 자본이동을 규제할 것인가, 혹은 ② 국내금리를 인상할 것인가에 관한 선택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우선, 과도한 자본이동에 대한 정부규제와 관련해서 내·외국인을 차별하는 자본통제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내·외국인 차별 없는 거시건전성 규제는 용인되어야 한다. 바로 2011년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회의와 정상회담에서 주요국의 무질서한 통화정책으로 신흥시장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높아질 경우 거시건전성 차원의 자본이동 규제가 허용될 수 있다는 “자본이동관리원칙”이 합의되었으며, 이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인하였다. 그 후, 상기 원칙은 자본이동에 대한 거시건전성 규제는 용인되어야 한다는 국제적 컨센서스가 되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2015년부터 D-SIBs 추가 자본, 경기 대응 및 자본 보전완충 자본, Pillar2(경영 실태 평가 및 리스크 관리 실태 평가를 경영 실태 평가로 일원화하고 Pillar2 등급이 일정 수준 이하이며 리스크 관리 개선 지도를 받도록 하는 지침)가 시행되면서 과도한 자본이동에 관한 정부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이러한 국제적 합의를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국내금리의 인상은 가계부채의 원리금상환부담을 고려해볼 때 필요한 경우 최소한의 선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초기에는 금리 차이로 인한 자본유출을 우려하지 않아 국내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발표하였지만, 미국의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될 경우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와 가계부채의 증가 때문에 결국 국내금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금리정책 딜레마 외에도, 환율정책도 딜레마 상태에 놓여있다. 왜냐하면 외환시장 개입에 의한 원화의 평가절하로 환율을 높일 경우, 환 차손을 우려한 자본 유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경기침체로 인한 수입 감소로 무역수지 흑자폭이 GDP의 6%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환율 인상도 사실상 어렵게 되어있다.

한국의 효율적 환율정책을 도출하기 위하여, 우선 일본의 환율정책을 개관해 보고자 한다. 그 이유는 일본 발(發) 환율전쟁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일 기업들 간의 피 말리는 싸움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4년 미국금리 인상 후 1995년부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전까지 엔화 환율을 50% 인상하는 고(高)환율(엔저) 정책을 사용했다. 2004년에도 환율을 인상하는 정책을 사용하여 대응하였다. 이번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일본은 양적완화정책을 사용하여 환율을 2014년 초 달러당 75엔에서 최근 120엔으로 60% 높였다. 앞으로도 추가적인 양적완화정책을 사용할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와 같이 일본 아베 정권은 ‘엔저’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엔저가 되면 달러표시 전체 국민 소득과 일인당 국민소득은 감소하게 된다. 일본의 신용등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엔저를 드라이브하는 이유는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즉,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회복되어야 일본은 디플레이션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일본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라는 대외적 충격에 대하여 금리정책으로 대응하지 않는 대신에 환율정책(환율 인상에 의한 엔저)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대외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배경으로서, 일본의 대외신인도가 높고 외환보유고가 많으며 일본 엔화가 국제 통화이므로 자본유출의 위험이 낮기 때문이며, 일본은 디플레이션 상태로 물가가 낮아 양적완화 시 인플레이션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또한,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지로 화력발전을 위해 원유수입으로 무역수지가 악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환시장개입 정책은 상대방 국가(특히 미국과 중국)와의 갈등을 유발시키지만 양적완화 정책은 국내통화 정책으로 상대방 국가가 간섭할 수 없다. 또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경제의 부활을 소망하고 있다. 이것은 ‘역(逆)플라자 합의’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일본의 양적완화에 의하여, 엔화는 2013년 초 75엔에서 최근에 120엔대로 60% 평가 절하되었다.

한국 산업의 구조적 특성상, 내수를 단기간에 부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환율정책을 통해 위안화와 엔화의 평가절하만큼 원화의 평가절하를 유도해서 한국수출의 격감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는 자본유출을 가속화시키게 되므로 이를 고려하여 점진적으로 원화가치의 평가 절하(즉 환율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현재 경상수지 흑자폭이 GDP의 8%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원유가격 하락으로 더욱 확대될 수 있으므로 경상수지 흑자 폭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엔화 및 위안화의 약세라는 대외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는 ‘적절한 속도의 점진적인 원화 약세’의 방향으로 환율정책을 신축적으로 운용하고 과도하게 불안정한 자본이동에 대해서는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해야할 것이다.

잠시 회고해보면, 1994년 미국 금리 인상 시 한국의 원화는 평가절상 했다가 경상수지 적자가 악화되자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 환율을 18%정도 인상했다. 그러나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의 50% 평가 절하보다 낮아 한국 제품의 수출경쟁력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었고 결국 1997년 하반기에 외환위기를 겪었다.

또한, 2004-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도 일본은 엔화를 14% 평가절하 시킨 데에 비해 한국은 원화가치를 18% 평가절상 시켰으며 그 결과 수출 감소로 외환위기의 위험에 노출되었다.

최근에도 일본 엔화가 60% 평가절하 되는 데에 비해 한국은 2013-2014 기간 동안 원화를 8% 평가절상 했으며 그 결과 수출 감소로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현재 원화가치는 대(對)달러 환율과 대(對)위안 환율은 균형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대(對)엔화 환율은 균형수준에 크게 못치고 있다. 따라서 대(對)엔화 환율의 불균등이 한국의 수출과 기업수익의 발목을 잡고 있다. 만약 엔화가 슈퍼달러 초엔저 현상의 진행으로 더욱 약세가 된다면 원/엔이 균형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환율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즉, 위안화나 엔화의 가치가 평가 절하되는 폭만큼 원화가치를 평가 절하시켜 한국 제품의 수출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이로써, 한국 제품의 수출이 증가될 경우 대외신뢰도가 높아짐에 따라 자본유출을 억제할 수 있으며 국내경기도 부양될 수 있다.

물론, 급격한 환율인상(원화의 평가절하)은 큰 폭의 한 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급격한 자본유출을 야기시키므로 점진적 원화 약세 기로가 필요하다. 그리고 적정 환율은 대·내외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환율이므로 국내 실업과 경기침체 등을 감안하여 결정해야 할 것이다

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  limyt@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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