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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닻
정재학 편집위원 | 승인 2015.12.29 08:18

(해병의 모표가 박힌 고목을 바라보며)

 

2010.11. 23일 오후 2시 34분

연평도 하늘에 솟아오르던 포연은 길고 어두웠다.

 

조국의 하늘과 바다를 찢고 날아오는 흉탄을 보면서

어버이를 찾아 떠나는 휴가길에서

그대는 다시 돌아왔다.

 

조국을 지키는 일은

어버이를 찾아 떠나는 일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가는 일보다

더 소중하였으리라.

 

그대는 자랑스러운 해병이었으므로,

적을 맞이하러 가는 일은

마땅히 나아가야할 해병의 길이었음이다.

 

이것이

그대가 철모를 써야 할 이유였고,

전우의 곁으로 반드시 돌아가야 할 이유였다.

 

그러나

뜨거운 손은 끝내 무기를 잡지 못하고 말았다.

 

가서,

방아쇠를 당겨야 했으나

오직 조국을 향한 굳센 의지만이

선혈로 남았을 뿐이다.

 

자랑스러운 해병의 귀환은

비록 여기에서 멈추고 말았으나,

 

오늘도 모표(帽標)는 나무둥치에 박혀

영원을 말하고 있다.

 

이제

그대의 젊음은 닻이 되어

불멸의 항구, 불멸의 조국에 내려졌을 것이다.

 

이곳은 연평도

우리가 목숨을 바쳐 지켜야 할 바다, 최전선이다.

 

잊지 않으리라,

그대는 조국의 바다, 조국의 하늘

우리의 마음과 넋을 항해하는 영원한 별

그리고

빛나는 영웅이었으리라.

 

 

2015년 12월 28일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

정재학 편집위원  amistat@paran.com

<저작권자 © 데일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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