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송년 모임 때문에 음주량이 늘어나는 때다. 자연히 각종 알코올 질환 위험도 높아진다. 가장 흔한 알코올 질환은 알코올 중독이다. 스스로 술 마시는 양을 조절하지 못해 각종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면 알코올 중독에 걸렸을 확률이 높다. 술 마신 다음날 급성 복통을 호소한다면 췌장에 염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당뇨 환자는 술을 마신 뒤 저혈당 쇼크를 일으키기도 한다. 과음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각종 질환과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술만 마시면 싸움? 알코올 중독 의심 

흔히 알코올 중독자라고 하면 술병을 든 채 공원 벤치에 쓰러져 자는 부랑자나 술기운이 떨어지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술병을 움켜잡고 단숨에 마셔 버리는 영화 속 인물을 떠올린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 진단에서 술을 마시는 양과 횟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알코올 중독은 술 때문에 인체와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사회적·직업적 기능에 변화가 있거나 가족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상태를 말한다. 

남궁기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만약 가족으로부터 ‘이제 술 좀 작작 마셔라’라든가, ‘술 때문에 지겨워서 못 살겠다’는 불평을 듣는다면 이미 알코올 중독의 문턱에 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코올 중독은 사회적 음주 단계→문제성 음주 단계→중독증 단계→중독증 말기 단계로 나뉜다. 술을 마신 뒤 주사(酒邪)가 잦다면 이미 중독 단계다. 중독 단계가 되면 술을 마실 때 완전히 취할 때까지 마시려고 하고, 마시는 동안이나 마신 뒤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말이 많아지고 전화로 장시간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다. 폭력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술을 마실 때마다 이 같은 행동을 한다면 뇌의 전두엽 손상을 의심할 수 있다. 

술은 뇌에 마취제나 수면안정제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술을 마신 뒤 나타나는 행동은 대뇌의 어느 부분이 가장 예민한지에 따라 다르다. 충동억제 중추가 예민한 사람이 술을 마시면 공격성과 난폭성을 보인다. 각성 중추가 예민한 사람은 술을 마신 뒤 잠이 든다. 감정조절 중추가 예민한 사람이 술을 마시면 주위 환경과 무관하게 웃거나 우는 모습을 보인다. 

알코올 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끊으면 뇌 기능도 일부 정상으로 돌아온다.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고 술주정을 하는 단계라면 술을 끊어야 한다. 대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본인 의지로 절주나 단주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병원을 찾는 것도 꺼린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 상태인 사람이 치료나 도움 없이 금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드시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남궁 교수는 “대부분의 알코올 중독은 입원이 아닌 외래 진료로도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술을 끊은 뒤 손이 떨리고 손발에 땀이 나는 등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면 벤조디아제핀계 약물과 고단위 비타민B 복합체를 처방받아야 하지만 대부분의 알코올 중독 환자는 바로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음주 후 견딜 수 없는 복통…췌장염 의심 

술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또 다른 질환으로는 췌장염이 있다. 췌장은 음식을 흡수하는 데 필요한 소화효소, 인슐린과 같은 호르몬을 만드는 기능을 한다. 췌장염은 췌장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만약 술을 많이 마신 뒤 견딜 수 없이 배가 아프다면 급성췌장염을 의심할 수 있다. 명치와 배꼽 주변 등에 통증을 호소한다. 증상이 가벼우면 염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음식을 먹지 않고 수액 등으로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해 췌장을 쉬게 하면 좋아진다. 하지만 환자의 20%는 증상이 심하고, 9%는 심각한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만성췌장염도 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만성췌장염 환자의 60%는 술이 원인이다. 알코올의 독성 물질 때문에 췌장이 상하는 것이다. 반복적 복통, 체중 감소, 설사가 주 증상이다. 만성췌장염은 당뇨병이나 췌장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췌장암은 사망률이 높은 암으로 꼽힌다. 

송시영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질환은 술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며 “급성 또는 만성으로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췌장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만약 췌장염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면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당뇨환자, 술 마신 뒤 저혈당 쇼크 위험 

당뇨병 환자는 술을 마실 때 갑작스럽게 저혈당 상태가 될 수 있다. 알코올은 간에서 포도당 생성을 억제한다. 술을 많이 마시면 저혈당이 생길 수 있다. 차봉수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노인이나 인슐린 주사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는 저혈당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과음을 한다면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술 때문에 비타민 흡수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도 많다. 술은 장 세포막에 변화를 줘 필수아미노산, 지방산, 비타민, 무기질 등의 흡수를 막는다. 전용준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원장은 “과음 때문에 가장 파괴가 심한 비타민은 비타민 B군”이라며 “특히 비타민 B1(티아민)이 부족하면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무기력해진다”고 말했다.

과음이나 폭음한 다음날 나타나는 대부분의 증상이 비타민 B의 결핍과 연관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과음이 잦고 피로감을 많이 호소한다면 비타민이 풍부한 견과류 과일 미역 등을 챙겨 먹어야 한다. 

과음은 골다공증 위험도 높인다. 술은 뼈를 만드는 세포인 조골세포 기능을 억제하고 뼈를 갉아먹는 파골세포 활동을 증가시킨다. 술을 마신 양과 마신 횟수가 많을수록 뼈 건강에는 더 나쁜 영향을 준다. 동물 실험을 해보면 술을 과량 투여한 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20% 정도 골밀도가 낮다.

따라서 뼈 건강을 위한다면 가급적 술을 마시지 말고, 술을 마셔야 한다면 적정량을 마셔야 한다. 우리 몸에서 알코올 10g이 분해되는 데 한 시간이 걸린다. 소주 한 병을 분해하려면 6시간이 걸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남성은 하루 소주 4잔, 1주일 28잔 이하, 여성은 하루 소주 2잔, 1주일에 14잔 이하를 적정음주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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