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덕 본부장

순천 청암대 사태가 갈수록 가관이다.

총장 교비횡령과 성추문 사건으로 지역사회를 시끄럽게 하더니, 이번에는 학교매각을 둘러싼 사기행각이 불거져 주위에서 여러 황당한 말들이 나돈다.

지역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역 유력 재력가에게 청암대를 70억원에 팔기로 하고 일단 계약금으로 15억원을 수령했고, 그 과정에서 총장 측근인사들과 순천시의원까지 나서 부동산중개업소에서 계약까지 체결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총장이 이 모든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점.

즉, 총장 측근 인사들이 총장 몰래 학교 인감과 총장 개인 인감 등 매도에 필요한 서류를 위조했든, 아니면 훔쳤든 마음대로 계약을 체결하고 총장을 속여가며 15억원이란 거액을 학교매매계약금조로 받았다는 것이다.

이 사건이 불거진 것도 계약금을 지급한 그 재력가가 학교 매도에 관한 후속조치가 없자, 총장에게 관련 사실을 다그쳤고, 총장이“ 난 전혀 모른 일이다”며 손사래를 치자, 이에 발끈한 재력가가 고소를 하면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사건의 전모(全貌)야 검찰수사 결과 드러나겠지만, 학교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계약금조로 무려 15억원이란 돈이 오갔음에도 불구하고, 총장이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하는데, 글쎄... 내 상식(常識)으론 이해가 안된다.

또 총장 측근인사들이 총장의 재가(裁可)도 없이 마음대로 15억원이란 돈을 받고 학교를 팔아치울 정도로 간(肝)이 부은 인사들이었는지 의문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매매계약에 핵심역할을 한 인사가 이미 집행유예 기간에 처해 있다는 후문이고, 관련인사들도 다른 사건에 연루돼 다들 복잡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교는 일반 개인부동산처럼 사고팔고 하는 성격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단이사회 한번 소집하지 않고 간이 부은 교직원들이 총장을 속여가며 이런 희대의 사기극을 벌였다면,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정교과서에 기록할만한 사료가치가 충분한 사건이다.

무엇보다 15억원이란 돈의 행방이 묘연하다.

들리는 후문으론 15억원중 상당금액이 교비횡령과 강제추행 사건에 휘말린 총장 변호사비로 사용되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총장을 속여가며 어렵사리 사기극을 벌였던 인사들이 왜 그리 어리석은 짓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통상의 경우 총장을 속여 사기를 쳤다면, 그 돈을 갖고 해외로 날랐던지 아니면 유흥비로 탕진했을 것인데 말이다.

그들이 과연 그렇게 사기 친 돈을 총장 변호사비로 갖다 바칠 정도로 충성스러운 인사들인지도 의문이다.

筆者가 올초 성추문과 교비횡령 등으로 얼룩진 청암대 사건을 접했을때도 마찬가지로 청암대 총장과 관련 인사들의 상식밖의 사고와 그 기묘한 해결방식에 놀랐다.

통상 사회 저명인사의 성추행 사건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당사자가 “그런 사실이 없다” “ 미안하다” 등 사죄성 변명을 하고 그 직(職)을 사퇴하는 수준에서 일이 마무리 되곤 한다.

그런데 청암대 총장의 경우 오히려 해당여교수와 '애인관계' 라고 주장하며, ‘애인관계이기 때문에 성추행이 성립될 여지가 없다는 식’의 상상을 초월한 주장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4억원 교비횡령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본 오사카 연수원이랍시고 총장이 운영하는 오사카 빠징고 건물 2층에다 라꾸라꾸 간이침대에 학생들을 투숙시켜, 연수원을 운영해온 것이다.

이런 장소에서 연수효과가 얼마나 있었는지 의문이지만, ‘국제학생육성기구’ 라는 듣지도 못한 희한한 회사와, 일본에선 있지도 않은 전기가스 검침 용역회사까지 만들어 학생연수와 취업명목으로 수년간 교비를 빼가는 수법이 보통사람의 생각을 뛰어넘고 상상을 초월한다.

불거진 일들이 상상을 초월하고 간뎅이가 부은 인사들이 하도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 상식 밖의 황당한 일을 도모하고 있는 집단이라는 생각이다.

성추행, 교비횡령에 이어 학교매각 사기사건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군상(群像)을 보건대,  우리가 어렸을 때 읽은 동화 이상한 나라에 온 엘리스가 만났던 동화속의 이상한 동물들과 겹치고 있다.

그 이상한 나라에도 기쁨도 있고 눈물도 있으며, 터무니없는 오해에다 억울한 누명 등 전혀 반대되는 일들이 한없이 뒤죽박죽 얽혀 있다.

이상한 나라에 온 엘리스가 실제 살아있다면, 순천 청암대에서 그런 기묘하고도 황당한 일들을 똑같이 겪었을 것이니 말이다.

지난 11개월간 청암대 사건을 관심 있게 취재하고 많은 글을 써왔던 당사자로서 작금의 청암대 사태를 보건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가 갑자기 떠오른 이유도 이런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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