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통틀어 볼 때, 역사 문제로 고민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우리나라는 역사 기술 관점의 문제로 아웅다웅이지만, 일본은 역사 자체가 두려운 나라이다. 왜 일본이 그토록 세계인의 질타를 무시하면서까지 역사를 왜곡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하나다. 청소년들에게 가르쳐야 할 전쟁범죄국으로서 죄과의 깊이가 너무 깊기 때문이다.

만약 일본의 청소년들이 조상들과 아버지 세대가 저지른 전쟁 죄상을 모조리 알게 된다면, 세대는 분명히 분열될 것이고, 청소년들은 부모세대를 경멸할 것이다. 이게 두려운 나머지 일본인들은 과거를 묻고 싶어 하는 것이다.그래서 일본은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를 숨겨야 하고 부정해야 하며, 난징대학살을 세계기록물로 인정한 유네스코까지 시비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 해서 세계인의 눈까지 가릴 수 있으랴만, 초라하리만큼 역사왜곡에 열심인 일본. 우리는 그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역사는 과거이다. 과거는 이미 결론이 드러난 사실이다. 그리하여 어느 누가 고친다고 해서 고쳐지는 것도 아니고, 부정한다 해서 부정이 될 수 없는 ‘굳어진 화석’ 같은 것이 역사이다. 따라서 누군가 역사를 왜곡한다면, 진실은 오히려 가만있되 그 왜곡시키려하는 악행만 더해질 뿐이라는 것이 필자(筆者)의 판단이다.

우리 교과서에 이념이 파고든 것은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하여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이루어진 7차 교육과정부터이다. 당시 국어를 가르치던 나는 기겁하게 놀랐다. 국어교과서 문학편마다 반미(反美), 자주통일을 주제로 하는 작품들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시부터 희곡, 수필까지, 심지어 남조선민족해방전선에서 활동하다 무려 20여년 형을 산 인물의 글까지 실려 있었다.

결국 필자(筆者)는 이 사실을 글로 알렸고, 이후 국어교과서에 좌파이념 특히 공산주의 이념적 시각과 우호적 관점의 작품은 실리지 않게 되었다. 극어교과서만이 아니었다. 역사교과서는 더욱 깊숙이 파고 들고 있었다. 소위 우리도 일본처럼 역사왜곡이 시작된 것이었다.

역사 관점의 다양성, 즉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해야 한다는 말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역사는 관점의 다양성으로 왜곡될 수 없다. 예를 들면, 일본은 전쟁가해자이고, 우리는 피해자이다. 이때 관점의 다양성이란, 피해자의 관점으로만 보지말고 가해자의 관점도 이해하라는 뜻이다. 그렇게 된다면, 일본군이 한반도 침탈을 목표로 맺은 을사보호조약을 이해하라는 뜻이 되고, 명성황후 살해사건도, 3.1운동을 탄압하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위안부 강제 동원도, 난징대학살도, 관동대학살도, ‘그때는 일본이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명성황후도 죽일 수밖에 없었구나’라는 식으로 관점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이해하란 말인가.

역사는 이미 굳어진 화석과 같은, 시대의 결론이다. 결론은 이미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의해 평가되어 았고, 그리하여 과거는 조작될 수도 수정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 진보좌파의 논리는 김일성의 남침도 다양성의 관점에서 이해하라는 뜻이다. 공산주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 처참한 동족살상을 벌인 일을 이해하라는 것. 다시 말하면 실패한 공산주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6.25 동란이었다?

공산주의 세상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동족의 가슴에 수없이 죽창질을 해대든 사람들. 그 동포들은 36년 일제치하를 온몸으로 견뎌낸 우리의 혈육들이었다. 우리가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대한 평가를 낮추는 것은, 당시 벌교, 순천, 여수 지역을 장악했던 여순반란군의 학살을 생략했다는 데 있다. 진주한 국군이 봤던 학살현장은 이성을 잃게 했고, 그리고 그 보복은 잔인했다. 이것이 역사의 팩트다.

우리의 역사 교과서에 북한 관련 내용이 기술된 것은 7차교육과정 때부터라고 하였다. 거기엔 이런 내용을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북한은 토지개혁을 단행하여 무상몰수, 무상분배를 하였다.’

무상몰수란 토지를 그냥 빼앗았다는 말의 다름이 아니다. 순전히 강도짓 아닌가. 그리고 무상분배라는 말은 완전히 거짓이다. 돈 안 받고 그냥 나누어주었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북한이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러므로 북한의 토지개혁이란, 무상몰수 무상분배하여 집단농장을 만들어 북한인민을 농노(農奴) 만들어 일을 시키고, 굶어죽지 않을 만큼 배급 주었다는 것이 팩트요, 진실이다.

반면 이승만은 지나치게 많은 토지만 수용하여 분배하였다. 따라서 이승만 이후 남한에서는 1000석군이나 만석군 같은 대지주는 모두 사라졌다. 이것이 이승만 토지개혁의 팩트요, 진실이다.

김일성에 이르면, 다양한 관점 하에 만들어진 검정교과서는 더 거짓을 가르친다. 김일성은 본명이 김성주다. 김경천 장군으로 알려진 김일성이 아니다. 김일성은 장군이 아니다. 소련군 대위였을 뿐이다. 그 아들 김정일은 백두산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소련 하바로프스크에서 태어났다. 이것이 팩트요 진실이다.

더 웃기는 기술도 있다. 보천보 전투다. 북한이 자랑하는 김성주의 항일독립운동 사례인데, 실제로는 겨울을 보내기 위한 보급투쟁이었다. 따라서 보 안에 살던 우리 동포의 희생이 더 컸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保)는 수비군 병력이 15명 정도 되는 작은 수비대이다. 15명 일본수비대를 무찌른 것이 유일한 김일성 항일 독립운동인데, 청사에 길이 남을 전사(戰史)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군 2000-3000명을 몰살시킨 청산리 전투의 김좌진 장군이나, 봉오동전투의 홍범도 장군은 더 위대한 독립운동가로 기술되어야 한다. 그리고 두 분은 김성주보다 더 높은 반열에 있어야 한다. 백두혈통은 이 분들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김성주가 강물 위를 걷고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었다는 거짓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라는 것은, 다양성이 아니라 이념편향성을 주장함이다. 이런 점들이, 우리의 역사교과서가 왜 검정교과서 제도를 폐지하고 국정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충분한 논거라 본다.

과거는 드러난 진실이다. 현재 역사 검정교과서는 다양한 관점을 주장하며, 북한 관련 역사를 왜곡 호도하고 있다. 다양한 관점의 허구성도 허구성이지만, 더 무참한 것은 사실의 은폐에 있다.

우리는 역사에서 진실을 찾아야 한다. 그것도 성공한, 우월한 진실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걸 가르쳐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은 성공한 나라다. 세계 10대 경제강국이며, 세계인이 사랑하는 한류, 그리고 70년을 다듬어온 상무정신, 세계인을 감동시킨 새마을 운동.

그러나 북한은 실패한 나라이다. 3대 세습은 공산주의를 포기했다는 말의 다름이 아니다. 그리고 수백만에 이르는 아사(餓死), 잔인한 처형, 표현의 자유도 거주이전의 자유도 직업선택의 자유도 없는 나라. 그러므로 북한의 실패한 역사에서 우월한 진실을 찾는다는 것은 역사가 왜곡되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이 그토록 세계인의 조롱을 받으면서까지 과거 추악한 역사를 묻으려 하는 이유가, 우월한 진실만을 가르치고 싶어 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세계 모든 나라가 그 나라의 청소년들이 자국(自國)의 역사에 긍지를 갖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기를 바랄 때, 왜 우리는 인민공화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민족 역사의 정통성이 있음을 떳떳하게 가르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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