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대 사건, 그 진실을 찾아서" 취재후기

진작부터 그간의 과정을 글로 남기고 싶었지만 기회가 그다지 없었다

아마도 이 글을 쓴 이 시각 나에게 원망도 많이 하고 있을 것이지만, 그 모든 걸 무릅쓰고, 그간의 과정을 기억나는대로 차분히 써 내려갈 생각이다.

처음 만났을 때 옷 색깔이 겨자색으로 기억난다.

뽀아얀 얼굴과 상냥한 말투의 그녀는 비교적 또박또박한 말투로 억울한 심정을 차분하게 그리고 침착하게 토로했다.

소개한 나이에 비해 상당히 젊어보인 그녀는 겨자색 셔츠와 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바로 옆자리에 앉은 뿔태 안경의 무뚝뚝한 동년배의 여성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필자가 청암대 사건의 핵심 주인공들을 지난 1월 19일 순천 법원 앞 카페서 만난 첫 인상이다.

청암대 사건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순천여성인권지원센터 이순심 소장의 소개 때문이었다.

이 소장은 필자가 평소 순천지역 지인들과 안보투어에 참가해 인연을 맺었던 분으로 성격이 호탕할뿐만아니라 지역에선 性사건 관련해선 상당한 인지도를 갖고 있는 지역여성단체의 리더였다.

지난해 순천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둔 7월 중순에도 이순심 소장으로부터 이 사건과 관련해 몇 차례 문의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평소 정치권 기사만 취급한 필자에게 느닷없이 걸려온 성추문 사건 전화는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억울한 여교수가 있다는데 도와달라”는 취지였고 “기회되면 돕겠다”는 정도로 답을 하곤 전화통화를 대충 끝내곤 했다.

물론 사건의 진상은 전혀 알 수 없었고 알려고 그다지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 뒤에도 가끔 한 두 번 전화가 왔고, 그때마다 도울 수 있으면 돕겠다는 정도 선에서 전화통화를 마무리하곤 했을뿐이었다.

그런 전화가 있는지 6개월 쯤 뒤인 올해 1월 19일, 청암대 사건의 당사자들을 처음 만난 것이다.

그녀를 처음 접하면서 억울하겠다는 심정에 공감했지만 “왜 이들이 호소할 때가 지역에 이리도 없었을까?” 하는 의아스러운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약 1시간여에 걸쳐 여러 얘기를 나누고 기회가 되면 또 만나서 좀 더 깊은 얘기를 나누기로 하고 카페에서 헤어졌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반주를 걸친 그날 저녁내내 그녀의 억울한 목소리가 가시지 않았다.

오죽하면 서울에 사는 내게, 이런 억울함을 하소연 했을까 하는 심정에 심야에 “순천 청암대 성추문 사건과 순천 지식인들의 침묵” 이란 제목의 글을 차분히 썼다.

평소 지역사회의 좌편향된 정치지형과 지식인들의 기회주의적 처신에 대해 불만이 많은 상태에서 쓴 글이라 다소 거칠지만 솔직담백하게 써 내려갔다.

 

순천 청암대 성추문 사건과 순천 지식인들의 침묵
박종덕 본부장 | 승인 2015.01.20 00:03

순천 청암대학교에서 성추문이 끊이질 않는다.

筆者는 페미니즘을 옹호하거나 그런 문제와 관련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여지껏 성추문에 관한 별다른 관심을 쏟지 않았다.

교사와 교직원을 합쳐 전 직원이 100여명에 불과한 순천의 사학재단인 청암대학교에서 왜 이런 추문이 계속 나도는 이유에 대해서도 솔직히 관심이 없었다.

개인적으론, 이런 성추문 의혹을 제기한 일부 여성들이 자기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때론 오버액션을 통해 의도적으로 사건을 부풀리거나 조작한 경우도 경험했기 때문이다.

과거 유흥업에 종사했던 일부 여성들이 돈을 뜯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지역 유력인사들의 명예를 먹칠하거나 협박한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이번 경우도 그런 사례가 아닌가 생각했다.

최근 검찰조사 결과 청암대 총장에 대해 '무혐의' 판정이 내려진 이유도 아마도 그런 점일 것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자유보수주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 인식습관이 자리잡히다보니, 이런 性 문제에 대해선 사회적약자나 인권보호에 관심이 많은 진보진영이 논할 문제라고 생각해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상황이 다르지 않나 싶을 정도로 사회적 반향이 심각하다.

최근 검찰에서 성추행 고소인 여교수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결정이 나자마자 해당 여교수가 항고하겠다며 반발한데 이어 다른 여교수도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20일) 또 다른 여교수가 筆者에게 이런 억울함을 하소연 하며 검찰에 고소했다고 알려왔다.

본지에 성추문 실태를 알려온 한 女교수는 울먹이며 그간의 억울한 속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간 불이익이 두려워 입을 닫았던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고발하면서 감춰졌던 치부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서 주말에 순천에 내려온 筆者를 찾아온 이들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론 이들의 눈물을 외면해선 안된다는 취지의 글을 지금 쓰는 이유도 이런 점 때문이다.

검찰조사 결과 그 혐의 여부가 입증되겠지만, 소위 지성의 전당이라 불리우는 대학에서 이런 추문이 잇따라 들리는 것 자체가 한편으론 지역의 수치다.

통상 대학내 성추문은 교수들이 학점 등의 우월적 지위를 빌미로 여학생들에 가한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순천 청암대학에서 발생한 일련의 성추문 의혹은 총장이 여교수들을 상대로 이뤄진 일이라 참담하기 그지없다.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이런 추문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교수 재임용 인사권’ 이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갑(甲)횡포’의 전형으로 법적판단과 관계없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최고 지성인이라 불리우는 여교수들을 둘러싼 이런 성추문이 지역사회에 퍼지면서 순천 지식사회 ‘민낯’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순천지역 지식인이라 함은 먼저 순천대학교, 제일대학교, 청암대학교 등 교수사회를 비롯한 초중고 교사 등 교육계 종사자들이  지식사회 그룹에 해당된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폭을 좀 더 넓히면, 기독교나 불교 등 종교지도자들과 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들과 의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나름 지식인 그룹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또 이들 지식인들이 참여한 지역 시민단체들도 지식인 사회에 포함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들 지식인 그룹이 이번 성추문과 관련해 그 어떤 목소리를 낸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해당 여교수는 오늘 筆者를 찾아와 순천사회에 파다하게 퍼져있는 이 문제와 관련해 순천 지식인들의 ‘이상한 침묵’에 서글프게 항변했다.

여지껏 민주주의나 진보를 위해 헌신할 것처럼 떠든 그 많은 시민단체는 지금 어디에 있냐는 것이다.

筆者 역시 지금까지 지역의 각종 현안에 목소리를 내왔던 여성단체나 시민사회단체가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것에 이해할 수 없다.

정치적인 문제, 특히 朴 대통령이나 정부여당을 비난할 땐 벌떼같이 일어나 쏘아붙이던 순천의 자칭 진보진영 인사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는가?

응답하라! 순천의 지식인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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