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암대 사건과 관련해 많은 글을 쓰다 보니 지역정치의 향배에 소홀했다.

청암대 사건은 본질적으로 진실과 정의에 관한 사안으로, 지역사회에 이 문제에 관한 '사회적 담론' 을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은 이 문제에 무관심 했다.

사건의 성격도 있겠지만, 어느 쪽이든 표에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학내 교수들조차 비겁함과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일관하는 마당에 누굴 탓하겠는가?

문제는 순천과 같은 좁은 사회가 이런 사회문제에 무심할수록 다양한 민심을 담을 '정치그릇'이 점차 작아진다는데 있다.

정치는 정치 그 자체영역에 만족해선 안된다.

그런 정치를 하는 사람을 이른바 ‘정치꾼’이라 부르고, 우리는 그런 이들을 하수(下手)라 부른다.

고수(高手)는 다르다.

정치는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최상위 단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때론 육신을 배부르게, 때론 마음을 풍요롭게, 하지만 때론 억울한 이들의 서러움과 아픔을 닦아줄 수 있어야 한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정의를 추구하며, 사회적 약자의 편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래에 대한 혜안은 필수다.

그게 정치고 그런 사람을 ‘정치가’ 혹은 '지도자'라 부른다.

그런 하수와 고수의 차이는 결국 내공(內功)에 달렸다.

결국 정치는 내공싸움이다.

정치판에서 내공은 민심을 휘어잡는 기술이자, 유권자들의 가슴에 희망과 감동을 심어주는 작업이다.

민심과 감동은 선거판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순천과 같은 좁은 사회에선 때론 입소문이 선거판을 좌우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몇 번의 선거가 그래왔다.

문제는 그런 입소문이 얼마나 진실과 정의에 부합하느냐다.

지역 언론이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입소문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문제는 언론의 침묵이다.

그래서 미개한 사회일수록 선거때면 언론보다 '거짓 입소문' 이 훨씬 위력을 발휘한다.

진실과 정의에 부합한 사실(Fact)을 전달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지만, 언론이 침묵한다면 거짓 입소문만 난무하고 그 와중에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판에서 그 거짓 입소문을 뚫고 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유치한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노 전 시장이다.

노 전 시장은 수많은 정치적 반대와 시민들의 반발 등 온갖 고난에도 정원박람회를 강력히 추진해 오늘의 순천만정원의 토대를 닦은 장본인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가 순천시민으로부터 인정받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조충훈 순천시장은 자충수(自充手)를 두었다.

지난 5일 개최된 순천만정원의 제1호 국가정원 지정 선포식에 각계 인사 및 기관장 등 2500여명을 초청하면서 초청대상 1호인 노관규 전 시장을 초청하지 않은 것이다.

고의인지 실수인지가 중요하지 않다.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순천의 민심은 지금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순천시가 내년 선거를 의식해 미리 정적(政敵)을 제거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말도 나돈다.

'정적(政敵)'을 의식해 정원박람회 최대공로자를 초청하지 않는다?

일부러라도 초청해 의전을 떠나 정원박람회 유치 공로를 인정해 상석(上席)에 앉게 해야 맞다.

조 시장은 결국 내공싸움에서 패한 것이다.

지금 순천 민심은 오늘의 국가정원을 있게 한 노관규 전 시장에게 손을 들어주고 있다.

대한민국 생태수도의 밑그림을 그리고 완성한 장본인이 다름아닌 노관규 전 시장이라는 것을 순천시민이라면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선 순천시의 이런 속좁은 행정을 비꼬기 시작했다.

국가정원 지정 외 별다른 진척 사업이 없다는 것도 이미 오랫동안 숨어있는 민심을 들끓게 하고 있다

정원박람회 후방산업으로 한방약초니 뷰티산업이니 하는 말장난도 이젠 지쳤다.

행동없는 말은 공허하고 배신감만 안겨주기 때문이다.

선거판을 움직이는 것은 유권자들의 가슴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서운함과 분노감, 그에따른 상대후보에 대한 동정심 이다.

이번 추석 민심에선 노관규는 이미 조충훈 순천시장을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