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학봉 국회의원의 성폭행 의혹을 둘러싼 사법기관과 입법부의 처리방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심 의원은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검찰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아마도 서로 묵인하에 관계를 가졌다면 사회적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서로간의 성적결정권을 존중한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견해론, 사전 혹은 사후, 회유와 협박이 없었다면 법적으론 무혐의 결정이 당연히 옳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사법적 판단과 달리 똑같은 사건에 대해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인 국회의 판단은 달랐다.

국회의원으로서 품위손상과 도덕적 책임, 정치불신을 초래했다는 책임을 물어 자체 징계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전에 노상에서 음란행위를 하다 적발된 제주지검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김 지검장의 경우도 언론과 사법기관간 현격히 다른 처벌 방식을 보였다.

당시 언론에선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사법기관장의 일탈행위에 대해 용납하지 않았다.

몹쓸인간 취급을 받을 정도로 언론의 집중포화와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지검장은 결국 사퇴했다.

하지만 사법적 판단은 기소유예라는 경미한 수준의 처벌을 받는데 그쳤다.

이렇듯 동일한 사건과 사안을 놓고 각 기관별로 처리결과가 다르게 나타난 것은 결국 법도 중요하지만 우리사회에선 여전히 도덕과 윤리라는 가치가 규범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육, 권력기관, 사법부는 물론이고 사회지도층인사로 불리우는 고위 선출직 인사들의 처신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와 관련 광양 보건대와 순천 청암대 두 대학 총장의 처신이 주목된다.

교육부 대학구조개혁 평가결과를 대하는 순천·광양 지역 보건계열 사립전문대학인 순천 청암대와 광양 보건대 총장의 태도는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노영복 광양보건대 총장이 교육부로부터 최하등급(E)을 평가를 받은 것에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한 반면, 교비횡령과 여교수 성추행 혐의로 재판중인 청암대 강명운 총장은 광양보건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 단계 높은 D등급을 받았다는 우월감에 젖어서인지, 사의는 커녕 대학안팎에 사과표명도 없다.

올 3월 광양보건대 총장에 취임해 혁신의 지휘봉을 잡은 노 총장은 이번 평가결과에 대해 억울하기 짝이 없다.

천억원이 넘는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오명에 휩싸여 부실대학으로 전락한 광양 보건대를 무슨 수로 단 몇 개월만에 정상대학으로 일군단 말인가?

그는 이런 심경을 사의를 표명한 자리에서 “대학이 컨설팅 과제를 이행 중이고 교육부에서 선임한 관선이사들과 변화를 위한 노력을 시작했으므로 평가를 유예하고 정상화 이후에 평가를 다시 진행해 주기를 요청하였지만, 교육부는 평가를 강행함으로써 따뜻한 지원과 협력이 필요한 대학을 오히려 찬바람 속으로 내몰았다”며 격분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총장은 4일 오전 간부회의 석상에서 본인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의를 표명했고 그 자리에 참석한 6명의 처장들 역시 동반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노 총장의 사의표명을 하루 앞둔 3일 오후 4시경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3층 형사법정.

그 현장에는 청암대 강명운 총장이 2~3명의 변호사에 둘러싸여 피고인석에 앉았다.

재판장이 6가지 범죄사실을 인정하는냐는 질문에 강 총장의 변호사는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여교수와 ‘애인관계’라고 여전히 주장하며, 성추행사실을 부인했다.

애인관계라는 여교수는 그 자리에 없었지만 재판장에 참석한 동료교수들은 강 총장 측의 후안무치한 철면피 발언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애인관계?

해당 여교수를 무려 4번에 걸쳐 징계, 재임용탈락, 직위해제, 파면을 시켜놓고 애인관계?

그 때마다 교육부 소청심사위와 민사재판부에서 취소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애인관계?

부실대학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지만 과거의 오명 때문에 최하등급 판정결과에 승복하며 사의를 표명한 광양보건대 노 총장.

반면 D등급의 주역이자 순천사회 이미지를 타락시킨 주범임에도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재판장에서 변호사를 통해 여교수와 애인관계라서 성추행이 성립될 수 없다 라며 사퇴는 커녕 일언반구의 사과조차 없는 강 총장.

극명하게 갈린 두 사람의 엇갈린 태도가 광양 보건대와 순천 청암대의 현실이자,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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