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적인 문재인 리더십과 대비되는 실력을 보여주면 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분명 과도하게 욕을 먹고 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프레임에 걸려 비난을 받고 있지만 그는 지난 달 여당의 무덤이라는 재보선을 사실상 전승으로 이끈 ‘승장(勝將)’이다. 질래야 질 수 없다는 선거에서 전패를 한데다 본인이 갈등의 진원지가 돼 자신과 당이 대책 없이 흔들리는 문재인 대표만 봐도 김 대표의 리더십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일부는 김 대표를 과거 정치의 절대적 리더십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을 입은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과 비교해 폄훼하곤 하는데 공정하지 못한 것이다. 과거의 리더십은 지금의 리더십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고,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극히 예외적인 특수한 경우다. 보수당인지 우파당인지 알쏭달쏭하고 백인백색의 색깔과 목소리를 내는 잡탕당인 새누리당을 지금 이렇게 일사분란하고 질서있게 이끌고 있는 김 대표의 리더십은 한참 과소평가돼 있다.

자기 일 남 일처럼 하는 청와대, 열심히 숙제한 김무성 국민은 보고 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라는 문구에 모든 시선이 쏠리는 바람에 여야협상의 당사자였던 김 대표가 욕을 먹지만 그 욕의 절반을 떼어내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발동을 건 주인공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였고, 김 대표는 다만 자기 일을 남 일처럼 하는 유체이탈 청와대, 정부로부터 어려운 숙제를 받아들고 여야합의를 이뤄냈을 뿐이다. 김 대표가 여야협상 과정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국민연금을 연계시켜 물타기를 한 야당 작전에 말려든 책임은 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원론적으로 따지자면 김 대표보단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책임을 더 크게 물어야 한다. 다른 이익집단도 아닌 거대 기득권 조직인 공무원연금을 개혁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개혁을 성공시킨다는 건 대통령 지시 한마디에 뚝딱 이루어지는 마술쇼가 결코 아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이 힘들고 고된 개혁의 과정에서 별 다른 노력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외국 순방 나가는 당일 김 대표를 불러 시한을 내려 처리를 당부하고, 그전 야당 대표 한 번 만나 처리 시한 지켜달라고 요청한 게 언론을 통해 드러난 대통령 노력의 거의 전부다. 손발 걷고 공무원 노조를 만나 개혁의 당위성을 열심히 설득하거나 아니면 여야 대표라도 부지런히 만나 대통령의 진정성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대통령과 청와대가 공무원연금 합의안 여야합의 과정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는 절대 안 된다는 어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그저 숙제를 던져주고 알아서 하는 식으로 맡겼다가 일이 터지니 “내용을 몰랐다”며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는 평론정치를 하고 있을 뿐이다. 자기 일을 남 일 하듯 하다가 여론이 들끓으니 여론편에 서서 자기 일 돕던 사람을 비판하는 쪽의 책임이 더 큰가, 아니면 그 숙제를 받아들고 어떻게든 해내려고 노력한 쪽의 책임이 더 큰가. 결과물을 가지고 비판하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다.

욕먹는 지금이 바로 김무성에겐 기회다

김무성 대표는 오늘 자신이 주도하는 노인복지 정책모임인 '퓨처라이프포럼'에 참석해 “가슴이 터질 것 같다”며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피력했다고 한다. ‘맹탕개혁’ ‘비열한 거래’ 등과 같은 말로 매도당하면서 자신이 오물을 다 뒤집어써야 하는지 기가 막힌다는 심경도 밝혔다. 어차피 당 대표란 자리는 이러나저러나 욕을 먹는 자리다. 하나마나한 개혁, 도루묵 개혁, 많은 국민이 원치 않는 개혁, 국가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잘못된 개혁이라는 평가를 받는 마당에 “나는 억울하다”만 외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와대를 향해 어차피 무의미한 항의를 계속하는 것도 생산적이지 못하다. 필자는 지난 달 재보선에서 보여준 김 대표의 리더십이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 무산 정국에서도 다시 발휘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전패의 위기에서 전승을 일구어낸 실력을 이번에 다시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

야당의 차기 대선 유력주자라는 문재인 대표의 저 형편없는 실력과 박 대통령 기세에 눌려 찍소리도 안 내는 여당 물밑 잠룡들과 다르다는 모습을 보여줄 좋은 기회다. 결승선을 향해 열심히 달리다가 태클 들어왔다고 내 노력은 왜 알아주지 않느냐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푸념할 시간이 없다. 청와대와 정부에 할 말은 하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야당의 터무니없는 논리는 철저히 깨야 한다. 근소한 차이지만 김 대표는 지지율도 문재인 대표를 추월했다. 이번 기회에 쭉쭉 더 치고 나가는 것이 차기 대선에서 김 대표 개인에게나 새누리당에게나 이득이라는 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안다. 위기에서 진짜 실력이 드러나는 법이다. 위기를 알고도 한줌 기득권 때문에 벼랑 끝으로 달려가는 문재인 대표를 보면서 국민의 시선은 청와대와 야당 사이에 낀 김 대표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논란은 김 대표가 많은 욕을 먹는 악재이지만 동시에 국민에게 김무성이란 세글자를 새겨넣을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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