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과 배신이 판치는 요즘 같은 세상에 경종을 울리는 명작영화가 생각나는 이유

 박종덕 본부장
오늘처럼 하루 내내 비가 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영화가 다름아닌 명작영화 '벤허'와 '타이타닉'이다.

벤허는 어지간한 사람은 중고등학교 다닐 때 섭렵한 명화로 筆者 역시 아마 중학교 때 이 영화를 봤던 것으로 기억난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촬영, 편집의 기술력이 총동원된 해상 전투 장면과 전차 경주 장면인데, 이 가운데 15분여에 달하는 전차 경주 장면은 배경음악 없이 관중의 함성과 말발굽 소리만으로 경기의 긴장과 박진감을 표현한 영화사의 명장면으로 손꼽히고 있다.

가끔 생각나지만, 주인공인 찰튼 헤스턴이 전차를 모는 모습은 지금도 기억속에 선명하다.

2만2천평 규모에 달하는 대형 전차 경기장에서 벌어진 벤허의 친구 멧살라와 벌인 전차경기신이 이 영화의 백미로, 이 장면에만 제작비 100만달러가 투입되었으며, 카메라 6대, 엑스트라 5만명이 참여했으며 촬영기간만 5주가 걸렸다고 한다.

이런 수고와 노력으로 이 영화는 1960년 아카데미 1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그리고 이 기록은 40년 뒤 타이타닉이 새롭게 갱신한 14개 부문 후보, 11개 부문 수상 이전까지는 영화史에 유일할 정도였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영화촬영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인데, 이 정도의 명화가 탄생하긴 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수고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타이타닉 영화는 1998년인가 미국 시애틀에서 처음 봤는데, 내 기억에 잊혀지지 않은 장면은 화려한 타이타닉호의 급작스런 침몰로 죽음을 앞두고 배위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들의 살아남기 위한 갖가지 생존행태였다.

남을 제치고 자기 혼자만 살겠다며 필사의 탈출을 시도한 인간, 남을 위해 헌신적 희생을 하는 인간, 그리고 죽음을 같이 맞이한 부부, 죽음을 앞두고도 평상시 그대로 바이얼린을 켜는 인간,  심지어 엄청난 사태에 책임지고 권총 자살을 선택한 인간까지... 죽음을 앞두고  살아남기 위해 펼치는 인간들의 다양한 군상들은 이 영화의 백미였다. 

그런 가운데 타이타닉호에서 처음 만나 사랑을 꽃피운 영화속 주인공인 로즈와 잭의 신분을 초월한 애절한 사랑과 헤어짐은 왜 이 영화가 지금도 젊은이들에게 잊혀지지 않고 여전히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영화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남자 주인공인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까지 여주인공 로즈(케이트 윈슬렛)를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그 헌신적 사랑은 요즘 같이 가벼운 사랑이 판치는 세상에서 무엇이 진정한 사랑인지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역사적사건과 함께 인간들의 우정과 배신을 대형 스펙타클로 웅장하게 그려냈다는 점이다.

차이점이라면 벤허는 친구간의 우정과 배신을, 타이타닉은 억지 사랑을 강요받은 로즈가 신분과 계급을 뛰어넘고 하층신분인 잭과의 진정한 사랑을 배신과 견주며 다뤘다는 점이다.

비가 오는 저녁 느닷없이 두 영화를 생각하며 이런 글을 쓴 이유는 위선과 배신이 판치고 있는 요즘 세태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 때문이다.

특히 지난 4개월간 순천 청암대 사태를 둘러싸고 각종  군상들은 영화 속에 등장한 죽음을 앞둔 인물들의 모습과 어찌 그리 같은지 때론 놀랄 정도다.

부적절한 처신으로 사회적 지탄 대상이 된 총장.

그런 총장에 기대어 그나마 살아남겠다며 연명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의 구차스런 인생.

인생의 마지막을 평화롭게 정리할 나이에 젊은 교수들의 삶을 무참히 짓밟은 한심한 작태에 눈감은 인간들.

동료교수들의 희생에 ‘나몰라라’ 하며 제 살길만 찾는 인간들의 이상한 침묵

위선과 배신, 제 살길만 찾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믿고 신뢰할 인간 몇 사람을 비가 오는 오늘 저녁 만나 술 한잔을 마시며 세상을 논한 게 그나마 다행이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는 말이 언제나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이번처럼 생생하게 느껴진 이유는 영화속 마지막장면이 항상 그렇듯이 청암대 사태 역시 '사필귀정(事必歸正)'과 '자업자득(自業自得)' 이라는 결론으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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