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덕 본부장
"내 이름은 막시무스 데시무스 메리디우스, 로마 북부군 사령관이자, 펠릭스 군단의 장군이었으며, 진정한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충성스런 종이오. 살해당한 아들의 아버지이자, 살해당한 아내의 남편이오. 난 반드시 복수할 것이오, 살아서 못 이룬다면 다음 생에서라도"

국내에서 히트한 영화 ´글레디에이터´의 마지막 명장면중 하나이다.

최근 청암대 강명운 총장의 여교수 강제추행을 두고 장고 끝에 광주고등검찰청이 공소제기명령을 내려 강 총장을 재판에 회부시켰다. 검찰내부에선 기소방침이 확고부동하다.

하지만 청암대 내부 교수진과 학생들은 여전히 총장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아무리 전문대학이지만, 총장이 여교수와 애인관계라며 공공연하게 떠벌리는 민망한 행위에 대해 다들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청암대는 대학으로서 체면과 위신이 말이 아닌 상황이다.

이 모든 게 측근 인사들에 둘러싸여 사건의 진상과 대학의 운명을 가름할 줄 모르는 총장의 우매함 때문이다.

하지만 총장의 잘못된 처신으로 인해 대학까지 좌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총장의 잘못된 처신을 꾸짖는 충직한 교수는 찾아볼 수 없다.

총장의 잘못된 처신과 몇 안되는 측근에 휘둘려 대학이 온갖 오명에 휩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신주의에 빠져 제 살길만 찾는 100여명의 교수와 교직원 등 구성원들은 이제라도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막시무스와 같은 진정으로 충직한 교수가 단 한사람이라도 있었더라면 이 학교의 운명은 이렇게까지 추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 영화 ´글레디에이터´에 마지막 명장면에 검투사로 등장한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충복이자 로마 북부군 총사령관인 막시무스 장군

영화속 막시무스 장군이 모셨던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마찬가지였다. 로마 5현제 시대 마지막 황제였던 그는 금욕을 중시한 스토아 철학자로 근검절약으로 주위의 칭송을 들었던 설립자인 전임 강길태 청암대 총장처럼 청렴결백한 황제였다.

그는 당대의 대철학자였고 군 사령관이기도 했으며 그 스스로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지도자였다.

그러나 정작 그의 후계자인 ´코모두스´ 황제시에는 근위군사령관등의 중신들이 권력을 남용해 제권(帝權)과 원로원 간의 암투가 제국의 몰락을 재촉했다.

그는 자기자신과 남을 위해선 ´명상록´이란 책까지 써가며 국정에 몰두했지만 그의 아들 '코모두스' 황제시기에는 자신 측근들의 권력암투와 권력남용으로 아들의 앞날을 가로막았다.

결국 그의 아들 시기에 와서는 ´재정 문란´등의 이유로 로마는 쇠퇴했고 결국 그의 아들 ´코모두스´ 황제는 192년 황제답지 못한 그의 태도를 혐오하는 사람들에 의해 끝내 암살당했다.

청암대도 마찬가지이다.

대학 설립자인 전임 강길태 총장이 주위로부터 근검절약으로 대학을 키웠다며 칭송을 들었지만 아들의 한심스런 작태와 판단부족은 대학을 멍들게 하고 결국은 본인까지 망치게 했다.

실제로 筆者는 올 1월 중순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피해자들을 만난 뒤 총장에게 사회적 대타협 차원에서 봉합(封合)하기를 권면(勸勉)하며 몇 가지 안(案)을 제시했지만 총장의 우매함과 어리석은 측근들 때문에 학교는 멍들고 총장은 자칫 영어(囹圄)의 몸이 될 처지에 놓여있다.

누차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제안을 기어코 거부한 총장은 오히려 이런 충직한 제안을 제시한 筆者의 입에 재갈을 물렸고 '사법적 틀'로 가둘려 했다.

筆者는 이에 성추행과 교비횡령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구체적으로 가려내는 수밖에 없었고 결국 청암대학교 구성원은 물론이고, 순천시민,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이번 성추문에 얽힌 사건의 진실은 낱낱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무엇이 진실인지는 순천시민과 국민들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다.

그로인해 문제가 된 당사자들의 법적처벌은 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청암대의 문제점은 결국 ‘어리석은 총장의 잘못된 판단과 처신‘으로 압축된다.

그러나 좀 더 근원적인 문제점을 파헤치면 영화속 ´막시무스´와 같은 ´충복´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진정한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충성스런 종´을 자임했던 ´막시무스‘ 처럼 청암대를 살리기 위해선 대학과 지역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총장의 즉각적인 사퇴와 피해 교수들의 복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

요즘 영화속 ´막시무스´가 유독 그리워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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