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홍 의원
엊그제(4월 3일) 동아일보(Dong-A.Com)에 새정치민주연합 전남도당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기사가 “커피 한 잔 마신 것까지”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한국정당 사상 최초로 전남도당이 당비사용 내역 일체를 1원 단위까지 매월 당보를 통해 당원들에게 보고하고 있는 것을 기사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위에서도 대체로 긍정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어지간한 의지가 아니고는 하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라는 격려도 받습니다. 다만, 현재의 권위주의적 한국 정치문화에서 이같은 전남도당의 참신한 시도가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오래 먹혀들고 지속될런지 지켜볼만하다는 우려도 없잖습니다.

존경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우리 당의 주인은 당원입니다.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당원들로부터 권한 위임받은 당직자들이, 당원들이 낸 돈의 용처와 규모를 그 주인(당원)에게 아뢰고 보고한다는 것은 사실 새로울 것도 참신할 것도 없는 일이어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여태까지 그 어떤 여․야의 중앙당도 그 어떤 시․도당도 이처럼 기본상식에 속하는 재정보고를 단 한 번도 한 역사가 없었다는 데 있습니다.

21세기 한국정당 문화와 관행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해야 합니다. 재벌 대기업에 대해서 투명성을 요구하면서 정작 우리들 자신은 불투명한 당 재정운영을 당연시하는 이율배반의 ‘코리언 스탠더드’에 젖어 있었던 건 아닌지 되살펴 봐야 합니다. 특히 한국사회 전반의 민주화와 투명성 확보에 당운을 걸어온 우리 당으로서 ‘자기 눈의 대들보’를 직시하지 못한다면 우리들의 표방 논리와 대의명분은 낯부끄러운 나르시시즘에 지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만약 전남도당의 이 시도가 고작 시․도당 한 곳의 이색 일탈이나 의미있되 비현실적인 기도로 국한되고 만다면 그것은 우리 당의 도덕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일 수 있습니다.

저는 전남도당의 이 시도를 침소봉대하려 하지 않습니다. 동시에 무덤덤하게 평가절하되지도 않았으면 합니다. 있는 그대로 보여지고 평가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당의 집권능력의 한 지표로서 열린 토론주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다가오는 4․29 재보궐선거를 다들 걱정합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 역시 승패는 우리 당 후보들에게 달려 있는 것이지 상대 후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 당과 우리 당의 후보들이 얼마나 국민중심적이고 민생중심적이며 시대정신과 함께 하고 있느냐에 이번 선거 결과 역시 종속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국민 편(또는 유권자 편)이면 우리 당과 우리 후보들은 무적이 되는 것이겠지요.

전남도당의 이번 시도는 우리 당의 이기는 습관, 승리하는 집권세력으로 가기 위한 한 과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입니다. 단순한 집권이 아닌 의미있는 역사적 집권이 되려면 우선 우리들 스스로를 의미있게 쇄신해가야 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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