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면, 문고리에 옷자락이 걸려, 문고리에서 헤매고 있다는, 조롱과 비난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등을 돌리는 민심을 달래려고, 청와대 문고리들을 쇄신하는 인사를 할 모양이다.

그런데 청와대의 직제를 새로 만들고, 문제가 된 문고리들의 자리를 바꾼다는 앵커들이 전하는 멘트들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것은 문간방 머슴을 행랑채 머슴으로 앉히고, 행랑채 머슴을 문간방 머슴으로 앉히겠다는 것으로, 문고리들을 위해서 상을 주고, 더 높은 벼슬을 하사하는 잔치일 뿐, 청와대를 쇄신하기는커녕, 국정을 위한 것도 아니고, 국민을 위한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전통 한옥의 구조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문간방(門間房)이나, 행랑방(行廊房)나, 문간방이 행랑방이고, 행랑방이 문간방으로, 이름은 달라도 그게 그거라며, 웃어버리는 일이다.

하여 그동안 일구월심으로 박근혜시대를 열망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해온 섬진강 촌부가, 박근혜 대통령이 아끼는 문고리들을 위하여 “문고리들을 위한 헌시”를 지어, 세상에 전한다.

=문고리들을 위한 헌시(獻詩)=

문고리들을 믿고 아끼는 대통령이
문고리들을 새롭게 바꾸는 작업을 한다고 해서
문고리들을 첨단기능의 자동문으로 바꾸는 줄 알았는데
문고리들을 바꾸는 것이 아니고
문고리들을 위한 새로운 문을 만들어
문고리들을 황금으로 도색하고
문고리들을 오색실로 치장하여
문고리들을 더욱 빛나게 하는 새 단장이다.

문고리들이 낡아빠진 것이 아니라면
문고리들이 기능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면
문고리들이 손에 익어 편하고 좋다면
문고리들이 방문객들이 쉽게 여닫을 수 있는 문고리라면
문고리들이 달려 있는 문 그대로 달아두면 그만인 것을
문고리들이 좋아 새문을 만들어 달겠다며 불신만 키워버렸다.

문고리들에게 꽂혀서
문고리들에게 빛나는 상을 주고
문고리들에게 더 높은 벼슬을 하사하며
문고리들에게 베풀어주는 인사를 눈감아 주면서
문고리들에게 그럴 수도 있겠다며 믿어줄 국민은 이미 없다.

문고리가 없는 자유로운 하늘처럼
문고리가 없는 소통의 정치가 좋은 정치이고
문고리가 없는 투명한 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인데
문고리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 줄 성군은 정녕 없는가.

문고리로 닫아버린 문을 열면
문고리로 가려진 문 밖의 세상이 보일 텐데
문고리로 문을 열고
문고리로 문을 닫는 불통의 정치가 안타깝기만 하다.

부정부패 없는 참 맑은 세상을 위하여
2015년 1월 22일 박혜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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