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덕 본부장
순천공무원 노조게시판에 나붙은 글들을 보자면 참으로 가관이다.

다른 지역은 잘 모르겠으나, 광주전남지역의 공무원 노조게시판은 지역소식이나 논란의 장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악의적인 소문을 유포하고 남의 인신공격이나 일삼는 공간으로 변질된 지 오래됐다는 게 내 생각이다.

비실명으로 누구나 글을 올릴수 있다보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요즘같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가 발달해 본인실명을 걸고 의견개진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공개적인 수단은 외면한 채 비실명 게시판을 이용해 남을 비방하는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글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글을 올린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 받기에 충분하다.

특히 그런 게시판은 가당찮은 筆客이나 뒤에서 남을 비난하기를 좋아하는 음습한 인간들이 웅크리기 좋은 장소이다. 최근에도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순천공무원 노조게시판에서 필자에 대해 악의적으로 비판을 일삼는 자가 있다.

누구인지 알고 싶지 않고  그 글에 대해 일일히 왈가불가 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 類의 인간들과  그런 게시판에서 논쟁을 벌이는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 게시판에서의 논쟁은 끝없는 말장난의 기교만 보게 되고 결국엔 인간성에 대한 회의만 품고 등을 돌린 몇차례의 경험 때문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인터넷 게시판이나 글마당에 이름 올려놓고 글쓰는 사람에 대한 평가는 다르다.

소위 論客이라고 하는데, 그러나 글쓴다고 아무나 論客이라 부르는 건 잘못이다.

단순히 筆力이 뛰어나서 박수와 환호를 받는다면 그것은 筆客에 지나지 않는다. 소시적에 문학공부하다 습득한 기교를 발휘해 글을 이리 저리 엿가락처럼 늘려가며 화려하게 글쓰는 것과 時事문제를 소신있게 비판하거나 論하는 건 별개의 차원이기 때문이다.

論客이란 자신의 글에 뚜렷한 主觀과 所信이 담겨져 있어야 論客이라고 한다. 이것도 일 리 있고 저것도 일 리 있다는 식으로 두리뭉실하게 글쓰는 건 문학도나 하는 짓이지 論客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흔하게 돌아다니는 글중에서 입맛에 맞는 부분을 적당히 조합해서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일부 사람들은 글 잘 쓴다고 박수쳐주기도 하겠지만 그런 건 筆客이나 하는 짓이다.

論客과 筆客은 싸움이 안 된다.

論客은 현실문제를 理性的 論理的으로 설파하고 論調에 일관성을 유지하지만,筆客은 感性에 호소해서 感想的으로 글을 쓰며 일관성이 결여되어 상황따라 결론이 수시로 뒤바뀌고 그때마다 화려한(?) 궤변으로 변명한다. 그나마 순천사회에선 그런 筆客조차도 찾아보기 힘들고 이를 지적한 제대로 된 언론도 없다.

한편으론 지난 4.27 순천보선과정에서도 이런 점은 명백히 드러났다. 순천같이 좁은 사회에서 조순용,구희승,허상만,박상철 민주당 후보들이 당을 박차고 무소속 후보로 난립하게 된 근본이유도 사실 이런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한 언론이나 논객이 없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나오면 다 될 것처럼 꼬드기질 하는 선거분위기를 비판하고 지적했어야 함에도 방관했고, 대신, 후보들의 별 시답지 않은 얘기나 후보들간 대동소이한 지역발전공약을  인터뷰로 다뤄 紙面에 할애했다.

시장을 뽑는 선거도 아닌 1년짜리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 무슨 놈의 지역발전 공약이 그리 많은지에 대해선 뭐라 지적한 언론은 아예 없었다.

TV토론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라면 정작 중요한 후보 국가관에 관한 검증문제, 이념,사상에 대한  검증문제는 도외시하고, 하나마나한 질문만하고 하나마나한 답변만 듣고 있자니 재미가 없어서 채널을 돌린 시청자가 대부분이다. 

명색이 TV토론이라면 토론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토론은 없고 후보들이 말하는 공약만, (그것도 몇분내에 말해야만 하는 ) 듣고 있자니, 이게 무슨 토론인지, 연설인지 구분이 안되는 것이다.  

게다가 선거과정에서 제기된 김경재 후보와 김선동 후보간 이념문제에 대해선 '나몰라라' 방치하는 분위기가 대세고, 그런 분위기를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하는 언론들만 있다보니, 야권연대 라는 대세를 등에 업은 민노당 김선동 후보가 당선되는 게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반면에 순천시 길거리가 무슨 연예공연쇼 장소인지 후보들마다 선거운동원 아줌마들을 동원해 길거리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각종쇼만 난무하니, 이게 무슨 연예프로그램인지 선거판인지 구별이 안될 정도였다.

특히 일부 후보는 이명박 정권의 타도를 위해선 진보세력과의 연대론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론 김선동 후보나 민노당 선거운동원들의 행각을 비난하는 것을 보면 한 입으로 두말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위선적인 처신에 대해선 지적하지 아니할수 없다.

시장뽑는 선거도 아니고 국회의원 뽑는 선거라면 당연히 후보들의 국가관과 이념적 정체성을 판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후보자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자는 소리는 얼핏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냉정하게 분해해 본다면 非理性的이고 편파적이며 위선적이다.

결과론적으로 4.27순천보선은 이런 문제점을 냉철하게 지적한 언론도 없었고 그런 논쟁을 벌이지 않았던 후보들만 난무한 채 치러진 선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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