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없는 정치인은 없어, 조응천 전 비서관은 비선의 국정농간 증거 명확히 제시해야"

▲ 박종덕 본부장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라는 박근혜 의원시절 정윤회 전 비서실장의 처신을 둘러싸고 국정이 마비될 정도로 세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논란의 초점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된 문건이 어떤 경위에서 외부로 유출되었냐와 작성된 문건에서 거론된 인사들의 국정개입에 관한 여러 행적의 사실여부, 이 두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조응천 전 공직기강 비서관이 2일 작성된 문건이 60%정도는 사실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의 <조선일보> 인터뷰가 터져나왔고, 이런 조 전 비서관을 겨냥해 "언론이 아니라 검찰수사에 응하라"는 청와대의 반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첫 번째 논점인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된 문건의 외부유출 건은 검찰수사에서 조만간 밝혀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사안이 아니다.

문제는 두 번째 사안, 즉 박모 경정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와 이른바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문고리 권력 3인방에 대한 국정개입 논란여부다.

하지만 이런 논점에 앞서 "비선"(秘線) 이란 용어의 정리가 우선 필요하다.

음모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비선'이란 단어의 의미는 "공식적인 계통이 아닌 숨겨진 혹은 별도의 보고 혹은 지휘라인, 그에따른 조직이나 세력"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별도의 ‘보고라인’을 의미한 ‘비선’ 용어에는 조언, 충언, 간언, 진언, 전언,당부,부탁, 동향전달 등의 보고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비선의 의미를 따지면, 설령 별도 혹은 비공식적인 계통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한다해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

정보는 공식적인 계통보다는 비공식적인 계통에서 생성될 수 있는 여지가 많고 가치도 오히려 비선에서 올라온 정보가 고급이고 희소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정책임자로서 다양한 통로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취합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선이란 역할이 위에서 언급한 단순 ‘보고’ 역할에서 벗어나 '지휘라인'의 역할까지 확대된 경우다.

여기서 말한 '지휘라인'의 역할이란 대통령의 공식적인 명령 혹은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비선에서 관여해 대통령의 공식의사결정에 개입, 혹은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가 문제가 되면 흔히 말하는 '국정개입'과 '국정농간'으로 불리운다.

즉 최고 통치권자의 귀는 항상 열려있어야 하기 때문에 공식라인이든 비선라인이든 들려오고 보고되는 것이야 별반 문제가 없지만 공식적인 지휘라인은 놔두고 비선라인을 통한 지휘체계가 일상화 되면 공직기강은 무너진다. 조응천 비서관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임무에 대해 '청와대 워치도그'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고 한 이유도 아마도 그런 차원일 것이다.

좀 더 솔직히 따지면, 인사추천 같은 경우는 공식이든 비선이든 누구든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할 수 있다. 좋은 인사를 추천하는데 그게 비선이든 공선이든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다. 검증기관에서 추천된 인사에 대한 검증만 제대로 하면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

역으로 비선의 이런 보고라인 없거나 무시되면 흔히 언론에선 지적하는 “시중여론을 모르니 구중궁궐에만 갇혀 있어 민심을 모르니” 하는 비난여론이 나돌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정치 현실이다.

따라서 야당이나 일부언론, 그리고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임한 조응천 전 비서관이 정윤회와 3인방의 처신에 대해 문제를 삼을려면 비선과 보고라인이 존재한다는 점이 아닌 이들이 국정에 개입해 공조직을 문란케 한 구체적인 증거를 갖고 문제를 삼아야 한다.

즉, 정윤회와 3인방이 결탁해 인사와 국정운영에 개입하고, 국정농간을 자행해 대통령의 지휘체계를 문란케 한 구체적인 증거를 들이대야만 그 주장에 신빙성이 있는 것이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된 문건은 비선 실세 정윤회가 이런 이권청탁에 개입하는 정치브로커로 묘사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 <조선일보> 인터뷰 내용 그 어디에도 정윤회와 3인방이 국정을 농간하기 위해 모의한 구체적인 증거를 언급한 대목은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비선이 있다는 것 자체만을 갖고 정치인 출신의 박 대통령을 비난하거나 현 정부에 누를 끼쳐선 곤란하다.

더 솔직히 얘기하면 대한민국 정치인이라면 이런 비선은 누구나 있기 마련이다.

筆者는 대한민국 자치단체장, 여야를 불문한 국회의원 등 그 모든 정치인중에 비선이 없거나 비선조직이 없는 정치인을 단 한명도 본적이 없다.

정치는 선거이고, 선거에는 돈과 사람과 조직이 필요하다. 그 와중에 후원자, 조언자, 따르는 자가 자연스레 생기기 마련이다.

이들중 일부는 자신이 모신 분이 다행히 공직에 진출하면 공식적인 계통, 즉 보좌관이나 비서진 혹은 산하기관 등에 입성하지만 상당수 인사들은 전혀 혜택을 보지 못한 채 외부에 머무른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이 이른바 ‘비선’이 되는 것이다. 주군과 동고동락을 했지만 간택 받지 못한 인사는 언저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들이 이른바 비선이고 야인(野人)이다.그들중에는 선비같은 인사도 있지만 먹고살기 위해 이권청탁에 개입하는 정치브로커도 있기 마련이다. 

만약 모신 주군이 공직에 선출되지 못하거나 중도에 하차하면, 그를 추종한 모든 인사들의 수고도 동반몰락 한다.

이번에 논란의 당사자인 조응천 전 공직기간비서관은 사법고시를 합격한 뒤 노무현, 이명박, 그리고 박근혜 정권까지 정권마다 내리 정권핵심부 요직을 차지하며 출세길을 달려왔다.

박근혜 의원을 대통령 만드는데 앞장선 비서 3인방은 지난 15년간 정치인 박근혜와 생사고락을 같이한 정치적동지이다. 그리고 이들 뒤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위해 헌신한 무수한 인사들은 아직 ‘비선’으로 고통 받고 있다.

적어도 평생 출세길만 달려온 조 전 비서관이 주군의 간택만을 기다리며 지내는 박 대통령 비선들의 행태를 비난하려면, 그에 따른 명분과 대의, 그리고 증거가 명확해야 한다. 

만약 이런 증거를 들이대지 못한다면 출세주의자의 비선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 비쳐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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