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덕 본부장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조충훈 순천시장에게 ‘마약복용설’을 제기한 허석 후보가 최근 조 시장에게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고 한다.

그는 지역 언론에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순천시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고 있는 조충훈 시장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며 “더불어 지난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보도된 기사를 보건대,  중간대목에 조충훈 시장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기사 제목에 '유감' 이란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사과나 사죄보다는 유감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유감’(遺憾)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을 뜻한다.

서로 다른 입장이지만 상호 간에 서로 일이 잘 될 수 있을 수도 있었으나 그렇지 못했을 때, 신뢰를 바탕으로 무엇을 진행하다가 본래의 뜻에서 멀어졌을 때, '유감' 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반면, 사과(謝過)나 사죄(謝罪)라는 단어는 지은 죄나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내포되어 있다.

또, ‘석고대죄’ 라는 용어는 거적을 깔고 엎드려 벌(罰) 주기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죄과(罪過)에 대(對)한 처분(處分)을 기다린다는 의미로 사과의 강도가 가장 높을 때 사용하는 단어다.

이렇듯 유감이란 단어는 송구, 사과, 사죄, 석고대죄 등 이란 단어에 비해 상대방에게 사과의 강도가 가장 낮은 단어다.

筆者가 보건대, 이 사안은 유감이란 단어가 아니라 사죄(謝罪)나 석고대죄(席藁待罪)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맞을 사안이다.

아무리 선거기간 중 '경쟁후보' 라지만, 순천시장을 지낸 멀쩡한 상대후보에게 마약을 복용했다며 허위사실로 인신공격을 가한 것은 도가 지나쳐도 한 참 지나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마약복용설을 제기한 당사자들이 구속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자회견을 주도한 허석 후보 측 선대본부장까지 구속됐다.

돌이켜 보건대, 지난 6.4 지방선거는 선거가 후끈 달아오를 시점인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인해 모든 선거이슈가 사라졌다.

筆者도 순천 에코그라드 호텔 문제 등 순천지역 최대 현안 관련 시장 후보 초청토론회를 준비했으나, 세월호 사건 여파가 워낙 큰 탓에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세월호 사건이 전국의 모든 이슈를 잠재운 블랙홀이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선거막판 이런 뜻밖의 인신비방 사건이 돌출했는지 모르겠으나, 이 사건으로 인해 이른바 고양이 배설물로 만든 ‘사향커피’가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

최근 방문한 필리핀 세부(CEBU)의 한 가계에서 사향커피를 판매한 것을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것도 허석 후보가 제기한 조충훈 순천시장의 ’사향커피 마약복용설‘ 이었다.

외국 낯선 가계에서 처음 마주친 ‘사향커피’를 보고 조충훈 순천시장이 떠오를 정도로 사건의 여파가 뇌리 속에 지워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의 인식 속에 잠재된 특정사건의 이미지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사향커피 마약복용설’과 같은 허위비방 사건은 말할 나위도 없다.

허석 후보는 조충훈 순천시장에게 지금이라도 유감이 아니라 사죄를 표명해야 한다.

용서와 화해는 진정한 사과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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