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덕 본부장
여순사건 66주년을 맞이한 순천에서 ‘태백산맥’ 공연준비가 한창이다.

‘태백산맥’은 지난 1948년 10월 19일 여수 14연대 반란사건과 그 이후 6.25 전쟁 등을 배경으로 그려낸 ‘태백산맥’이란 소설을 뮤지컬로 만들어 낸 창작 공연물이다.

여러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태백산맥’ 이란 소설은 1945년 좌우로 나뉘어진 해방정국에서 인간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어떻게 처세해야 하는지, 다양한 군상(群像)들의 행동양식을 통해 보여준 뛰어난 작품이다.

하지만 이런 이념적 논란이 잠재된 공연은 수용할 수 있는 관람층이 지극히 한정적이다.

일단 1945. 8.15 해방정국의 상황을 제대로 공부했거나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66년 전 시시콜콜한 과거 사건에 대해 별반 관심이 없다.

따라서 공연을 이해하기 위해선 좌우이념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당시 시대상황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즉 이념과 역사에 대한 공부와 이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요즘 이런 이념에 대해 관심을 두는 젊은이는 거의 없다.

그래서 문제다.

자칫 이념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우리지역 청소년들이나 지역민들에게 이 공연이 어떻게 비춰지고 각인될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도 이런 점 때문이다.

조정래 소설가의 태백산맥이 80년대 최고작으로 칭송받았던 이유도 따지고 보면 당시 '통일'과 '분단극복'이란 유행어의 시대적 산물이다.

그 당시만해도 통일 이슈가 주요 대학가를 휩쓸었다. 분단 극복을 위해서라면 대학생이 북한을 넘어갈 정도로 극히 감성적이었다. 지금 새민련의 임수경 의원이 대표적이다. 당시 많은 대학생들이 분단의 벽을 넘은 그녀에게 박수를 보냈고 ‘통일의 꽃’이란 칭호도 부여했다.

대학생들에게 ‘분단극복’ ‘통일’,  이런 단어들이 마치 유행가처럼 불리는 시기였다.

하지만 그 이후 전 세계 공산당이 몰락했다. 자본주의와 경쟁체제인 한 축이 급속히 붕괴됐다. 90년대 들어선 북한의 실상이 공개됐다. 죽음의 공포와 300만 아사자(餓死者)를 낳을 정도로 '고난의 행군'이 이어졌지만 나아진 것 없었다. 그리고 다시 2000년대 들어 김대중 정부에서 남북화해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까지, 남북화해 무드가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남한사회의 호의(好意)를 핵무기 개발과 선군정치로 응대한 북한에 대해 남한은 물론 국제사회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리고 김정은 3대 세습까지 이어진 현재의 상황까지 북한의 체제변화는 없었다.

소설 태백산맥에서 등장한 주인공들이 고민했던 이상적 사회주의도 끝났다.

그들이 그렇게 고민하며 꿈꿔왔던 사회주의는 지금 북한모습이 아닐 것이다.

현실은 소설에서 등장한 인간들이 그렇게 고민했던 사회주의는 지금 시대에 뒤떨어진 김정은 3대 봉건 세습체제로 구체화 되어 있다.

이게 진실이다.

이런 역사와 이념에 대한 공부나 이해 없이 공연물을 보는 것은 자칫 시대착오적인 사고를 갖게 할 수 있다.

순천시가 오는 17일부터 좌우대립의 역사적 상흔(傷痕)을 치유한다는 미명하에 그려낸 태백산맥 공연이 그래서 문제다.

지난해 筆者가 서울 해오름 극장에서 관람한 이 공연은 예술적 창작물로 승화시켰다고 하나, 공연내용에는 빨치산 좌익문화가 감성적으로 노출되어 있었다.

여수에서 반란을 일으킨 14연대 반란군들이 반란 첫날 무고한 여수우익인사 수백명을 무참히 살해하고 여수시 인민대회에서 인민공화국과 해방구를 선포한 사실을 청소년들은 알까?

반란 뒷날, 4월 20일 순천으로 진격한 14연대 반란군들이 순천 죽도봉과 동천에서 이들에 맞선 순천지역 경찰들을 사살하고 순천전역을 장악한 사실을 알고 있을까? 

순천에서 벌교로 진출한 여수 14연대 반란군들이 벌교읍 소화다리에서 당시 지주들과 우익인사들을 매일 같이 수십명을 죽였던 역사적 사실을 아는 관람객은 얼마나 될까?

공연에서 주인공들이 꿈꿔온 사회주의와 지금의 북한이 처한 현실에 대한 모순과 괴리를 정확히 짚어내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될까?

공연에서 보여주지 않은 역사적 사실에 대해선 누가 알려줘야 하나?

참으로 걱정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