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 그리고 오라

때가 되었다.
어둠 속으로 떠났던 붉은 노을에
여명의 황금빛 햇살이 오르고,
헤어진 것들은
서로를 위해 편지를 쓰며
그리움을 이야기하는 듯
나무 위로 훌쩍 올라갔던 추억들이
들판으로 내려앉을 때가 되었다.
그러므로 가라.
우리의 우울과 슬픔에 대한 것들은
백악기 검은 토탄의 지층에
매몰되어 잊혀져 가라.

오라
떠나갔던 빛들이여
일출을 향하여 다시 돌아오는
붕새의 등에 업혀
이 땅을 향하여 날아오너라.
빛은 돌아오고 어둠은 가라.
어둠의 기억들도
어둠의 상처도
어둠의 이념도
어둠의 파업도
어둠의 시위도
쥐라기의 아득한 기억 너머로 가라.

때가 되었다.
광막한 황야에서 광복을 노래 부르던
초인의 기도와
산맥을 넘던 빛의 기억
빛의 산란과 부활
빛의 영광과 사랑
빛들의 결혼과 오색무지개
그 무성한 빛의 분신들이여,
오라.
오라, 영광이여
오라, 대한의 풍요여
오라, 창공의 새날이여.

2014년 1월1일 데일리저널 편집위원 시인 정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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