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성 담긴 '맞춤형 메뉴'로 순천 최고의 맛집으로"

생선회는 기본이고 각종 해산물이 듬뿍 나오는 청해 회수산의 기본메뉴(061-727-9252)
순천 신도시 중심부에 위치해 랜드마크가 된 에코그라드 호텔 옆자리에 붙은 청해 회수산.

맞춤형메뉴로 유명한 이 식당을 찾은 것은 지난 3월 22일, 주말로 접어든 금요일 저녁이라 몰려든 회사손님들로 인해 식당 안은 붐볐다. 도저히 취재할 상황이 못돼 다시 찾은 다음날 오후, 우여곡절 끝에 우수에 젖은 여사장과 만날 수 있었지만, 사진촬영 만큼은 한사코 거부했다.

나이에 비해 앳된 모습의 그녀는 원래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큰 횟집을 차린 계기는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 아버님의 죽음과 남편과의 이별이 계기가 됐다. 특히 화학조미료가 원인이 돼 동맥경화로 한번 쓰러진 아버님은 이내 일어나지 못했다. 이 충격에서 벗어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충격과 이별의 아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게 요리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애들에게 아토피성 피부가 도졌다. 그러던 차 머리를 식히기 위해 찾은 한적한 시골에서 한 아낙네가 아픈 남편을 위해 밤새도록 사골 국을 우려내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목격한 그 장면을 그녀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진짜 한국인의 체질에 맞는 요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깊은 맛을 우려내고자, 만드는 음식마다 온갖 재료를 가미하는 열정을 쏟아 부었다. 삼계탕 그릇도 보약 달이는 한약 탕그릇 그대로 사용한다. 보약을 달이듯 삼계탕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일부러 그릇을 한약탕그릇으로 장만한 것이다.

고흥우주 로켓 발사차 식당을 방문한 러시아 기술자들.(문의:061-727-9252)
- ‘순천 맛 집’으로 소문나 있던데, 이런 음식점을 차린 계기가 있었나?

3남 5녀중 4녀로 태어났다. 아버님이 공직에 종사해 어렸을 때는 아버님 근무처를 따라 전국을 떠돌다시피 생활했다. 결혼해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았다. 그러던 중 시련이 찾아왔다.

결혼생활 10여년만에 남편과 헤어지게 된 것이다. 아무것도 없이 빈 몸이 됐다. 막연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손에 잡히는 일이라면 무엇이라도 해야만 했다. 대리운전도 6개월 동안 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며 인생을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밤새 눈물을 흘려가며 고민한 적도 있었다.

이런저런 아픔을 뒤로 하고 시작한 게 식당이었다. 그나마 잘할 수 있을 일이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아주 특별한 오리요리를 해보기로 했다. 그냥 오리고기가 아니고 오리를 전통도가니에 무려 3시간 이상 숙성시켜 고아낸 오리요리로 맛이 기가 막혔다. 이것은 고기라기보다는 약이었다. 몸에 좋다는 약재는 직접 구해다 오리와 함께 몇 시간 고아냈다.

비교적 단골위주로 장사를 했다. 대개 이런 고급요리의 경우 한번 찾은 손님들은 또 찾기 마련이다. 한번 찾은 손님에 대해선 온갖 정성을 들였다. “정성이 음식이다”는 생각만 갖고 요리를 만들었다.

손님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하지만 요리하는데 소요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일부 손님들로부터 불평이 터져 나왔다.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오리요리를 접고 이른바 ‘맞춤형 메뉴’ 식당으로 변모한 것이다.

2년 전 ‘맞춤형 메뉴’ 를 선보였다. 기본요리는 생선회로 정했다. 주방장도 23년 경력의 전문가를 모셔왔다. 생선회는 기본요리이기 때문에 식당에서 종류별로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손님들이 원하는 메뉴를 미리 하루 전이나 당일 오전에 요청하면 저녁에는 언제든지 원하는 메뉴를 먹을 수 있게 했다.

 철갑상어를 들고 있는 주방장. 전남 해남 출신의 주방장은 일식요리에만 무려 23년동안 종사한 베테랑이다.(문의:061-727-9252)
- '맞춤형 메뉴' 라는 게 뭔가?

말 그대로 손님들의 음식취향에 맞춰서 음식메뉴를 만들어 준다는 의미다. 하루 전이나 늦어도 당일 오전에 원하는 메뉴를 요청하면 저녁에는 먹을 수 있게 준비를 해준다.

‘철갑상어’를 준비해 달라고 하면 주문이 들어오면 부산서 철갑상어를 구해 철갑상어 요리를 해 줄 수도 있다. 예약은 필수다.

-'맞춤형 메뉴' 라는 말이 너무 생소하긴 한데?

흔히 비가 오는 날에는 막걸리를 먹고 싶고 막걸리와 어울린 안주를 막고 싶다. 또 요즘같은 봄날에는 도다리를 먹고 싶어 한다. 음식도 옷처럼 계절마다 어울린 메뉴가 있기 마련이다. 과일도 제 때 나온 과일을 먹어줘야 하듯이 음식도 마찬가지다. 제 때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계절은 물론이고 그날 날씨상태에 맞는 메뉴를 개발해 해당 손님들에게 권유한다.

가령 오늘 비가 오는데 무슨 요리가 좋나요? 라고 물으면, 오신 분들의 음식기호와 취향에 맞춰 메뉴를 개발해 선 보여준다. 밤낚시를 다니는 분들에게 부탁해 즉석에서 산지직송을 해서라도 원하는 고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돔 종류도 참돔, 뱅어돔, 옴돔 등 다양한 생선회를 맛 볼수 있게 했다. 비오는 날, 특선요리 삼겹살 구이도 별미로 해줄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음식 값이 비쌀텐데?

그렇다고 음식 값이 그리 비싼 것도 아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예상했던 값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고 생각되면 그 뒤론 손님이 끊기지만 그렇치 않고 예상가격에 비해 싸다고 여겨지면 단골이 된다. 이게 내가 터득한 손님들의 소비심리다. 예약만 제 때 해준다면 원가절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한번 방문한 고객은 단골로 만들 자신이 있다.

-'맞춤형 메뉴' 라면 신선한 재료가 관건인데?

사실 그게 관건이다. 신선한 재료를 과연 제때 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인 것이다. 내 경우 생선납품업체는 기본이고 낚시꾼들로부터도 생선을 구입한다. 살아있는 돔 같은 경우 낚시꾼이 현지에서 바로 직송해 가져온 경우도 있다. 생선이 살아 있을 때 잡아야만 냄새가 없고 싱싱한 맛이 난다. 잡는 것도 고기가 스트레스 받지 않게 잘 잡아야 한다. 이게 ‘칼잡이’ 들의 조리비법이다. 우리 식당에는 경력 23년의 주방장이 그 비법을 갖고 있다.

 깔끔한 메뉴 탕 메뉴(문의:061-727-9252)
- 음식에 화학조미료를 안 쓰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버님의 죽음과 애들 피부에 도진 아토피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갔는데, 화학조미료 등으로 인한 동맥경화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에게 도진 아토피로 인해 골머리를 앓던 나로선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은 식단이 필요했다.덕분에 건강과 식이요법을 통해 요리에 자신감을 얻었다.

그런 이후로 내 개인적인 식단은 물론이고 식당을 하면서도 일체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게 됐다. 우리 자식들이 먹는다 생각하고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대신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 순천정원박람회를 맞이해 외지에서 순천을 찾는 외지고객을 위한 비장의 요리는?

외지손님들을 위한 특별메뉴를 개발 중이다. 아직은 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 조만간에 선보일 것이다. 여수도 여수엑스포 기간 동안 ‘황소게장’ 식당이 외지인들이 최고로 찾는 명소로 부각되었지 않나?

이번에 메뉴가 개발되면 아마도 이번 기회에 순천 최고의 횟집이 어디인지 가려질 것이다. 미리 예약은 해주었으면 한다.

 가계 전면, 가계 정면에 내걸인 경천애인이란 액자가 눈에 돋보인다.
-앞으로의 계획은?

김치, 소박한 옛날 음식, 사찰의식에도 관심이 있다. 옛날 사골도가니 탕이나 정성이 들어간 탕을 손님들에게 선보이고 싶다. 음식은 정성이다. 한국인 음식에는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리 값비싼 요리라도 풍기는 맛이 다르다.

식사한 손님들이 음식에 대해 호평이 나왔을 때 가장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돈을 벌고 싶은 생각은 애초부터 없다. 소박하게 주위 사람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욕심이 있다면, 정말 한옥으로 리모델링해 제대로 된 음식점을 하고 싶다.

김치사업도 하고 싶다. 김치도 맞춤형으로 하려고 한다. 취향에 따라 ‘맞춤형 김치’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문의: 061-727-9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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