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순천 보선을 둘러싼 세간의 평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조순용, 구희승,허상만,허신행,박상철 후보와 원래 무소속인 김경재 후보,여기에 민노당 후보인 김선동씨가 다크호스로 등장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속속 당을 박차고 나선 이번 순천보선의 특징은 한마디로 정책과 이념은 없고 오로지 '조직선거' 라는데 있다.

일단 워낙 후보가 많다보니 그렇다.

그것도 민주당 후보들이 전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다보니 평소 지역에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 지지후보를 놓고 서로 엇갈린  표정을 짓는 경우도 허다하다.

후보마다 내건 공약도 ‘대동소이’하다. 주요 후보군이 애초에 민주당 소속이다보니 후보들 사이엔  별다른 이념적 차이점이나 정책공약의 차이점도 거의  발견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어떤 후보가 많은 조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소리도 들린다.

게다가  민주당 지도부를  비판하는것도 똑같은 논리다. 이들 모두는 민주당 탈당을 결행하면서 민주당 중앙당의 '무공천'과 '야권연대' 방침을 비판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야권연대'에 숨겨져 있는 '이념적 정체성'에 대해선 논하지 않는다.

순천을 대표해 국회에 나갈 후보라면 당연히 중앙에서 이슈가 되는 여러 사안, 즉 통일,안보,경제 등의 문제에 대해 한번 쯤은 제대로 짚어야 하는데, 그런 주장은 나오지도 않고,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도 찾아보기 힘들다.

민주당 지도부의 ‘무공천’과 ‘야권연대’에 반대하는 논리도 ‘천편일률’적이다.

민주당이 불참한 ‘그들만의 리그’에 의해 치러진 ‘야권연대’에 대해 부당하다는 지적만 있을 뿐, 민노당 후보가 순천을 대표해 국회로 진출해선 안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선 다들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순천은 과거정권에서 ‘반역의 도시’ 란 오명에서 그리 자유스럽지 못했다. 그 이유는 60년전에 발생한 ‘여순사건’ 때문이었다.

이 사건은 과거 수십년간 ‘베일’에 가려있었고, 전국에서 순천하면 ‘반역의 도시’로 기억될 정도로 전 국민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잠재되어 있었다.

최근들어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여순사건에 관해 몇차례의 보고서를 통해 억울하게 죽은 양민들의 희생에 애도를 표하고 진실규명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가 지역사회에 지금도 남아 있다.

필자의 이런 지적에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왜 60년전 ’불행한 사건‘을 들춰내느냐’는 우려도 있겠지만,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에겐 끝나지 않은 '상혼'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아물지 않은 상처가 순천지역에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세력이 이번 선거에서 ‘야권연대’라는 가면을 쓰고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점이다.

왜 민주당 후보들은 ‘야권연대’에 대해 비판하면서 그들이 주장하는 연대의 실체와 성격에 대해선 침묵하는가?

북한의 인권을 도외시하고 남한노동자의 인권만 보장하면 최선인양 주장하는 세력이 바로 우리 곁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번 선거에서 그들의 실체와 이념에 대해선 비판하지 않는가?

진보를 자처하며 북한은 북한 나름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이른바 ‘내재적접근법’을 주장하는 세력들의 ‘논리적 모순’을 왜 이번 선거에서 지적하지 않는가?

지금도 2천3백만의 북한 동포들이 봉건적 세습독재를 꿈꾸는 김정일 부자의 폭정과 실정으로 인해 죽음과 기아의 공포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현실을 침묵하는 것이 과연 ‘진보’ 인가?

남한에선 인권을 부르짖고 노동자의 권리보장을 그리 외치면서 정작 북한동포의 공포와 죽음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 ‘개혁’ 인가?.

왜 순천의 정치권과 지식인은 이번 선거에서 '좌파연대'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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