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알라 안철수 교수가 그동안 줄곧 피해 다니며 만나고 싶은 사람들만 골라 만나더니 드디어 박원순 사람들이 떠받드는 가마를 타고 나타나 대통령 출마선언을 했다. 숨 가쁘게 읽어 내린 원고야 다듬고 다듬은 모범답안이니 흠 잡을 데 없이 매끈해서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감격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단 같은 말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그 얼굴에 불안한 그림자가 비친다. 아마도 그 행간 사이사이에 깔린 간교한 술수를 감추려는 어색한 연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간단하게 몇 군데만 들춰보자.

꼼수는 제발 그만! 대도를 걸어야!

내내 숨어 있던 안철수 교수가 국민의 열망을 들먹이며 대선에 나섰다며 대뜸 박근혜, 문재인 후보와 3자 대면하여 정책경쟁을 하자며 한 방을 날렸다 하여 그의 지지자들은 그 당당한 모습에 열광했다. 헌데 그게 비겁한 일이지 어찌 당당한 일일까? 자신은 땅굴에 꼭꼭 숨어 있다가 불쑥 나타나 정정당당하게 겨루자며 수류탄 한 방 던졌다. 게릴라전이 아닌가? 자신의 패는 감춰두고 이미 패를 세상에 공개한 두 후보와 당장 맞장을 뜨자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자신에 대한 검증을 그렇게 피해가려는 얄팍한 수작이다.

이제 겨우 출마선언 해놓고, 도대체 무얼 가지고? 안철수 후보는 정책이라도 먼저 내놓고 박근혜, 문재인 후보와 3자 대면을 하자고 해야 옳다. 그동안 숨어 고액 과외한 것에 상당히 자신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명색이 대통령을 바라보는 자가 처음부터 그런 꼼수 부리는 것부터 배워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말로는 당당한 척하지만 어쩐지 기성 정치꾼들 뺨칠 만큼 치고 빠지는 데 능숙해 보인다. 아무려나 앞으로 3자 대면해서 치열하게 논쟁할 기회가 적지 않을 것이니, 하루 속히 가진 패부터 내놓고 국민의 심판을 먼저 받길 바란다.

또 반쪽짜리 소통령?

안철수 후보가 지난 날 서울시장에 도전하겠다고 나오면서 “한나라당은 절대 안 된다. 그렇다고 민주당도 대안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바람에 서울시민은 물론 국민의 반을 적으로 만들었었다. 그렇다 해도 사람들은 그가 경험 미숙으로 말실수를 했나보다고 여겼지만, 그 후 그가 보인 행보는 줄곧 한쪽 방향으로만 이어졌고, 그 자신 분열과 편가르기의 중심에 서있었다. 진보 내지는 좌파적 생각을 가진 인사들을 만나 교감하며 정치를 배우고 거사를 도모해왔다.

헌데 그런 그가 이제 와서 국민 통합을 부르짖는 것은 표를 의식한 상투적인 구호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입니다.”라는 출마선언은 아마 자신에게 하는 반성적 구호가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든다. 예전의 ‘반공통일’이나 지금의 ‘민주통합’이나 결국 구호에 지나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선전문구일 뿐이다. ‘국민’이니 ‘통합’이니 하는 단어 좋아하는 나라치고 민주주의가 성숙된 나라 없다. 개발도상국에서 애용하는 말이다.

국민을 두고 흥정을?

안철수 교수는 지난 번 가진 주식의 절반으로 무슨 재단을 만든다고 했다. 헌데 우리나라 기부재단 치고 본인이나 그 친지들이 관리하지 않는 곳 거의 없다. 말이야 사회환원 어쩌구 하지만 기실 자자손손 가문의 영광을 위해 제 집 앞마당에 세운 열녀문이나 그다지 다를 바 없다 하겠다. 안철수 역시 자신의 이름을 붙였으니 아마도 죽을 때까지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이다.

이번 출마 선언 한 자리에서 그는 기자들에게 만약 대통령에 당선 되면 나머지 절반도 내놓겠다고 했다 한다. 한 마디로 국민들과 흥정을 하자는 게다. 예전에 직원들에게 주식 겨우 쥐꼬리털만큼 나눠주고 대단한 선심이라도 베푼 양 자랑하더니, 어쩜 저렇게 매사에 토를 달고 부풀리며 살아왔는지 그 인간성에 대해 벌써 신물이 나려 한다. 그런 쪼잔함으로 ‘진심의 정치’를 하겠다고? 아서라 지금부터라도 과외선생 바꿔서 ‘통큰 정치’를 좀 배워나갔으면 좋겠다.

잔재주 부리지 말고 결승점까지 완주하길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한다면 정정당당하게 싸울 것입니다.” 아무렴 지당한 말씀. 굳이 그런 말 안 해도 모든 후보가 다 그럴 것이다. 헌데 여기에 습관적으로 들어가야 할 단어 하나가 빠졌다. 바로 ‘끝까지’다. 부디 너구리 굴 파듯 빠져 나갈 곁구멍 만드느라 일부러 빼지 않았기를 바란다. 단일화(실은 야합)를 핑계로 또 기권하거나 딴지 거는 일 없이 끝까지 달려 결승점에서 반드시 3자가 포옹하기를 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께 제안합니다. 모두 한자리에 모여, 국민들을 증인으로 선의의 정책 경쟁을 할 것을 약속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선거후에도 승리한 사람은 다른 후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패배한 사람은 깨끗이 결과에 승복하여 더 나은 우리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협력할 것도 같이 약속하면 어떨까요?” 이 역시 전제 조건이 있다. 중간에 야합하거나 기권하지 않겠다는 약속부터 국민에게 해야 할 것이다. 끝까지 달리지 않을 후보와 벌이는 정책 경쟁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국민의 시간과 에너지 낭비일 뿐이다.

분향하고 침 뱉은 싸가지 없는 어린 왕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서울 국립현충원 참배를 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 묘만 분향하고 온 것을 두고 국민들이 그 옹졸함을 비웃자, 이를 의식한 안철수 후보는 20일 현충원을 찾아 역대 모든 대통령 묘에 분향을 하고 나왔다. 헌데 여기서도 후보들의 인간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어차피 반쪽짜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뒤늦게 변명을 한 문재인 후보야 그렇다 치더라도, 안철수 교수는 예의 그 자잘함으로 역대 대통령마다 일일이 멘토를 달았다. 오만이자 위선, 그리고 그 아래 감춰진 비열함이 드러나 보인다.

그는 박정희 묘에 분향을 하고 그 자리에서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우리 산업의 근간이 마련됐지만 법과 절차를 넘어선 권력의 사유화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하고 나왔다. 박정희가 생전에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고 했었지만 실제 무덤에 침을 뱉은 사람은 안철수가 처음인 셈이다. 허나 그 정도로도 성에 차지 않았던지 몇 시간 후 공식페이스북을 통해 “이를 위해 노동자와 농민 등 너무 많은 이들의 인내와 희생이 요구됐다”며 침을 더 보탰다. 전날 출마선언 하는 자리에서 노동자와 농민에 대한 언급이 한 마디도 없었다는 비판을 의식한 얌체 답안 제출이라 하겠다.

국민을 가르치려 들지 마라

대선출마 선언문을 낭독하면서도 왠지 도도하게 국민을 가르치려 드는 투가 내비치더니, 아니나 다를까, 누가 교수 출신 아니랄까봐 참배하는 그런 자리에서도 국민을 가르치려 든다. 참으로 ‘친절한 철수씨’다. 아무렴 국민들이 그들 전 대통령들이 어떻게 살다 갔는지 모를까봐 문화해설사마냥 국민을 가르치려 드는 것이 여간 안쓰럽고 언짢다. 국민을 모두 ‘청춘콘서트’에 나온 학생쯤으로 여기나 보다. 내친 김에 살아있는 전직 대통령들도 예방해서 면전에다 대고 그런 역사적 평가를 내뱉아보길 바란다.

"역사에서 배우겠습니다" 라고 방명록에 썼지만, 그의 행위는 반대로 좌편향 역사책을 통해 벼락치기로 외운 답안으로 역사를 가르치려 들고 있다. 역사가 그렇게 가벼운 게 아니다. 진정 역사에서 배우려면 먼저 역사 공부부터 제대로 하고, 무엇보다 역사 앞에 겸손한 자세부터 배워야 할 것 같다. 하여 자신의 철없는 행위에 대한 반성을 통해 역사적 성찰을 하기 바란다.

행동하는 지성인이 되고자 하면 무엇보다 겉과 속이 같아야 한다. 박정희가 이룩한 과업의 혜택을 누구보다 많이 누렸다 할 수 있는 안철수가 이제 와서 그런 소리 할 자격 없다. 그렇게 언짢은 참배라면 차라리 문재인 후보처럼 찾지나 말 일이다. 역사는 딴 데 가서 배우길 바란다. 그가 어쩌다 자신은 부르주아로 살면서 프롤레타리아를 부르짖는 이 땅의 대표적인 위선적 진보지식인의 뒤를 잇고 있는지 안쓰럽고 어색하기 짝이 없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많은 원로들이 정치 경험 없는 안철수 후보를 두고 이번은 아니라며 말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정치경험뿐 아니라 조직도 없고, 세력도 없지만, 그만큼 빚진 것도 없습니다. 빚진 게 없는 대신, 공직을 전리품으로 배분하는 일만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하며 그래서 오히려 더 잘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험없음과 공직배분이 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지만 아무튼 그런 식으로 엉뚱하게 둘러대자 사람들은 그럴듯한 문장에 감탄했는지 박수까지 쳤다. 그렇다면 안철수 후보는 분명 로또가 아닌가. 석 달만 봉사하면 졸지에 벼락출세할지도 모르는데? 이당 저당에서 보따리 싸는 소리가 요란하다.

제발이지 안철수 후보라도 구태하게 지난날에 연연치 말고 미래, 아니 현재를 얘기 했으면 한다. 청춘시절 남들에 비해 복 많이 받고 팔자 좋은 환경에서 공부 잘해 서울대 의대, 카이스트까지 마치면서 그 시대의 아픔을 함께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지나치게 미안해하거나 콤플렉스 극복하려 마음에도 없는 좌클릭 연기 안 해도 된다. 그 정도로 국민이 눈치가 없지도 않고 속이 좁지도 않다. 다 지난 일이다. 사람들이 안철수를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은 미래이지 과거가 아니다.

국민을 들먹이지 말고 당당하게 소신을 말하라. 당일치기로 전과 보고 베낀 모범답안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말이다. 남의 생각들을 가져다 '안철수의 생각'인양 포장하지 말고 모르는 건 그냥 모른다고 해라. 지나치게 똑똑한 척, 지나치게 순진한 척 하는 지도자들 때문에 한국정치가 이 모양이 되지 않았는가? 아무튼 이번에 박원순과 안철수, 둘이 포옹하고 손잡아 대한민국을 어찌 해보려는 모양인데, 어쩐지 카스트로와 체게바라 같은 냄새가 짙게 풍긴다. 군사혁명이 아닌 시민혁명? 박원순의 코알라 안철수의 운명이 조금씩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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