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산을 돌면
하얀 이마 눈부시게 빛나는 언덕배기.
감자밭 언저리 지나가는 바람을 붙들고 앉아서
어여쁜 어머니 안부를 물을 것이다.
저 강을 건너면
파란 추억 소리 내며 따라오는 나루터.
주막집 문 앞에 휘파람 소리처럼 떠도는
그 옛날 아버님 소식을 들을 것이다.
산이든 들이든
하늘이든 바닷물이든 휘적휘적 걸어서
그리움이 된 그 눈물 속으로
길을 나서보자.
동산 위에 억새 무수한 손짓으로 흔들리고 있을 때
잊혀진 세월의 무쇠솥을 열고
푹푹 퍼서 담은 달빛 같은 사랑 속으로
길을 나서보자.
저 산을 돌면 어머니
저 강을 건너면 아버님
영원히 메마르지 않는 그 이름 속으로
오늘은 길을 나서보자.
시인 정재학
정재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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