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3차 발사일이 다음달 26일로 확정됐다. 위성 덮개인 페어링이 분리되지 않아 실패한 2009년 첫 발사, 원인 모를 폭발로 실패한 2010년 2차 발사에 이은 세번째이자 마지막 도전이다. 1단 로켓 제작을 맡은 러시아와 최대 3차례까지만 발사체(로켓)를 공급받기로 계약을 맺어서다. 정부는 후속으로 2021년까지 한국 독자 기술로 로켓을 개발하는 한국형 발사체 사업에 나서고 있다.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02년부터 장장 10년간 8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한 나로호 사업이 마지막 피날레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다음달 26일 하늘문 연다

교육과학기술부 나로호 발사관리위원회가 11일 정한 발사 예정일은 다음달 26일이다. 기상 조건에 따라 발사 일정을 조정할 수 있도록 27~31일까지를 예비일로 정했다. 최종 발사일은 1주일 전부터 기상 상황을 점검해 확정할 예정이다.

발사 시간은 1, 2차 때와 비슷한 오후 3시30분이다. 우주발사체는 일명 ‘하늘 문이 열리는 시간(launching window)’에만 쏠 수 있다. 위성이 우주 궤도에 올라가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태양전지판을 펼 수 있고 우주 물체와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을 선택해야 한다. 이 시간은 오전 4시30분, 오후 3시30분께 등 하루 두 번인데 발사 준비 시간을 고려 새벽보다는 오후로 정했다.

발사 준비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9월 말까지 2단 로켓과 나로과학위성을 결합하고 추석 이후에는 1단 로켓도 최종 연결한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다가왔지만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연휴를 반납, 발사 준비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항우연 직원뿐만 아니라 1단 로켓 개발을 맡은 러시아 흐루니체프사 연구원 100여명도 최근 우주센터에 들어와 각종 전기회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1단 로켓은 95 분량의 연료를 4분 만에 태우는데 연료를 공급하는 터보펌프에 작은 금속 하나라도 들어가면 폭발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실패 원인 줄여라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이 나로호 발사체 조립을 위해 2단 로켓을 크레인으로 옮기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이번 발사에서는 1, 2차 발사에서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전과 다른 기술도 적용했다. 우선 1차 발사 때 페어링 분리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받은 전기장치를 고전압에서 저전압 방식으로 바꿨다. 고전압 설계가 로켓의 배터리 방전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단 로켓(킥모터)의 비행종단 시스템(flight termination system)용 화약도 제거했다. 비행종단 시스템은 궤도를 벗어난 로켓을 폭파하는 역할을 하는데, 2차 발사 실패 이후 한·러 양측의 합의에 따라 3차 발사에서는 제거하기로 했다.

우주로 쏘아올리는 위성도 달라졌다. 1, 2차 발사 때는 다양한 우주 관측이 가능한 과학기술위성 2호를 탑재했지만 이번에는 시간과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간단한 통신 장치와 관측장비만 탑재한 시험위성인 나로과학위성을 실을 예정이다. 준비 작업이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지만 연이은 실패로 인해 교과부, 항우연 담당자들 모두 3차 발사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김승조 항우연 원장은 최근 3차 발사가 실패하면 사표를 내겠다는 비장한 각오까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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