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책에 언급된 내용들은 상당부분 공감가는 얘기들이다.

장 교수는 이 책에서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된다며 이를 반대한 자유시장경제학자들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장교수가 지적한 여러 문제 중 일부 몇가지 문제에 대해선 현실을 간과하거나 오류를 범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중 한 두가지를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장 교수가 더 크고 더 적극적인 정부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한 부분이다.

장 교수의 지적처럼 적극적인 정부가 되기 위해선 정치권력의 개입이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에따른 부작용은 언급되지 않았고 이를 방지(혹은 제압)하기 위한 법과질서의 확립은 거론조차 안됐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과거처럼 정부의 계획과 지시하에 움직이는 단순한 정치권력구조가 아니라 야당들의 끊임없는 문제제기로 인해 정부의 계획경제와 시장개입이 오히려 난관에 부딪히고 때로는 그것을 조장하는 일부 외부세력들에 의해 진의가 왜곡돼 법과질서의 확립이 필요하는 점을 간과했던 것이다.

가령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이야 말로 장하준 교수가 그리 강조한 계획경제와 정부의 시장개입을 단명하게 보여준 사례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선 정부의 4대강 사업이란 계획경제정책에 대해 야당은 물론이고 환경단체들이 끊임없는 반론과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과거 소련의 계획경제가 관철되기 위해선 무시무시한 철권통치가 수반됐고 박정희 대통령의 5개년 경제계획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위해선 민주적질서는 무시됐던 게 사실이다.

즉 장 교수가 중요하게 언급한 정부의 계획경제의 필요성과 그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선 사람들이 참고 버틸수 있는 효과적인 당근책, 가령 여론유화책 등이 강구돼야 하고 때로는 반대세력을 제압할 수 있는 물리적 통제력이 가해져야 하는데 동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교수는 계획경제의 유용성은 주장하면서 계획경제가 실현되기 위한 제반 통제장치에 대해선 여타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경제이론가, 혹은 반대 모습을 취한 ´스탠스´로 비춰지고 있다.

이는 역으로 계획경제의 유용성을 강조하고 그 성과가 낫다고 판단한 장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민주주의의 억압을 용인해도 괜찮다는 취지인지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두번째, 장 교수가 제조업에 비해 지식기반서비스업이라 할 수 있는 서비스업을 지나치게 경시한 점이 눈에 띄는데, 그 이유가 그런 서비스업이 실질적으로 경제성장이나 시장개입에 별 기여를 못한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서비스산업은 생산성이 증가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기 힘들고 서비스상품은 교역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서비스산업에 기초한 경제는 수출능력이 떨어져 경제성장의 속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장 교수는 정치권력(정부)의 시장개입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시장개입할 상황과 여건을 만든 여론조성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진 IT서비스를 과소평가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일전에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다 중단된 ‘통큰치킨’ 경우이다.

당시 인터넷과 각종SNS을 통해 찬반여론이 나타났고 그 와중에 청와대 정무수석이 SNS를 통해 대기업이 중소상인들의 영역인 치킨를 파는 건 문제가 있다고 언급하자 롯데마트가 즉시 판매중단 조치 반응이 나온 것이다.

그뒤 대통령이 공정거래위 업무보고회에서 “치킨 가격이 좀 비싼 것 같다”고 하자 공정위가 치킨가격실태조사에 들어가고 지금은 공정위가 한시적으로 물가 잡는 기관이 되고 말았다.

즉 IT 서비스의 한 분야인 SNS가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시 대통령의 지시를 촉발해 공정위가 물가를 잡기위해 시장에 뛰어들게 만든 원인제공자가 된 것이다.

게다가 요즘 여론근원지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를 통해 여론이 생성되고 전파되는 것을 보면 정치권력의 시장개입 가능여지도 결국 IT 서비스업의 발전속도와 같이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시장개입의 정당성과 중요성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제조업보다는 오히려 위에서 언급한 IT서비스업에 의해 결정된다고 봐야 맞지 않나 쉽다.

이번 이집트와 리비아 사태에서 보여준 SNS의 위력도 마찬가지다.

이번 중동사태는 SNS를 통한 여론전파력이 그 무엇보다 막강하다는 것을 보여준 경우이다. 전통적 의미의 제조업 노동자들이 파업이나 태업이 한 공장, 혹은 한 지역내에서만 머문 반면 이번 경우엔 한 정부를 전복시킬 정도로 그 파급력이 대단했다.

결국 IT산업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낸 장 교수의 시각도 문제지만, IT산업은 장소와 시간을 초월해 시장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자체를 전복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산업이 됐다는 점에서 IT산업의 파괴력은 충분히 입증됐다.

 

저작권자 © 데일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